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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머리소년의 섞어찌게 세상
삶의 무게에 머리카락은 반백이 되어 가지만 마음은 언제나 청춘인 중년이 살아가는 복잡하고 요지경 같은 세상의 잡다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삶의 지혜를 찾아보는 코너입니다. 대학원에서 언론을 전공한 익명의 필자는 한국에 거주하는 평범한 샐러리맨이며,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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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가는길

글쓴이 : 흰머리소년 날짜 : 2011-01-03 (월) 23:05:00


은퇴후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는가.

흰머리가 희끗희끗 나면서부터 고민하기 시작했던 문제에 답을 찾기 위해서 아이들을 장모님께 맡기고 와이프와 정말 오랜만에 둘만의 데이트를 즐기러 차를 몰아 춘천으로 달렸다.


춘천에 그 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한 것은, 모 방송사에서 즐겨 보는 '인생 2막'이라는 다큐 형식의 프로그램을 우연히 시청하고나서였다.

주인공은 국내 유수의 기업에서 임원으로 일하다가 젊은 나이에 자신의 인생을 위해 좋은 자리를 마다하며 사표를 던지고 뛰쳐나와 춘천에서 북카페 ‘Peace of Mind’를 운영하는 분이다.

야무진 생김새와 열정적인 모습으로 생활하는 모습이 본받을만 하고 그 목표도 내가 생각했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구체적인 미래 준비를 점검(點檢)하기에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을 했기 때문이다.


일요일 아침의 빠른 출발 때문인지 차는 막힘없이 경춘고속도로를 내달렸다. 평소엔 아이들 성화(成火)로, 차를 운행하면 말없이 각자의 소임(나는 운전, 와이프는 아이들 케어)에 바빴던 터라 오랜만에 둘만의 드라이브는 호젓하고 좋았다.

아이들이 없는 이 시간들이 나중에 다가올 은퇴 후의 일상이고 이 시간들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서 인생 후반기의 삶에 윤택함이 흐를 것이므로 그 준비를 하는 시간들도 귀중하지 않겠는가.


네비게이션을 따라서 도착한 장소는 예상과는 크게 달랐다. 춘천 공지천을 끼고 선호 지역도 아닌 아파트 단지 중간에 자리잡은, 일부러 찾아오지 않으면 누구도 찾기 쉽지 않는 위치에 카페가 위치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왜 이런곳에.....' 차를 내려서 카페를 바라보며 의아(疑訝)한 생각이 들었다.

장사를 하려고 만든 카페가 아니라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일찍 도착을 했는지 카페 문은 열었지만 손님도 없었고, 서빙도 안된다는 주인어른의 말씀에 조용히 내부를 둘러보면서 카메라에 카페 전체를 속속들이 담아 내었다.

방송에서 본 것과 같이 많은 책들과 수집품들이 카페를 빼곡히 채웠고, 잠깐의 노력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시간의 흔적들이 따뜻한 분위기로 묻어 나왔다.

 

 

이미 방송을 통해 속속들이 그분의 일상을 꿰고 있었기에 나는 그분에게서 느껴지는 느낌과 북카페의 입지적 조건과 운영의 디테일한 부분에 중점을 두고 보고자 했는데, 1시간여 동안 카페의 인테리어가 주는 느낌을 체험하고 주인어른과 담소(談笑)를 나누고 나니 어느정도 궁금증이 풀렸다.

 

책 몇 권을 집필하신 분이라 책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카페 건물이 후배의 것이며 비어있는 것이라 쓰기에 쉬웠다는 말씀들과 이런 저런 안내를 받으며 코스로 식사까지 마치고 나니 복부에서 느껴지는 것만큼이나 정신적 포만감(飽滿感)도 느낄 수 있었다.

그분이 쓴 '남자 나이 마흔에는 결심을 해야 한다'를 보면 결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꿈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한 번의 경험을 통해서 모든 준비가 끝나거나 계획을 세울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갖고 구체적으로 몸에 체득하는 시간을 자주 접하면 현실에 부딛쳤을 때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어진다.


2010년 12월 21일. 춘천에 복선전철(複線電鐵)이 개통되었다. 낭만을 싣고 달리던 디젤 기관차는 사라졌고 지하철과 같이 전동차로 항시 운행하는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그곳의 접근성도 달라지고 문화도 크게 변화하는 계기가 되리라.

더불어 경춘 고속도로가 일찌감치 개통되어 양평 덕소를 거쳐서 굽이굽이 돌아가는 자동차 도로도 깔끔하게 바뀌어 수도권 문화의 범위가 강원도까지 넓어지게 되었다. 이제 아침을 먹고 출발하여 카페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올 계획으로 출발하기 좋은 코스가 되었다.

하지만 경춘선의 추억을 즐기던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아쉬울 것도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문득 김현철의 ‘춘천가는 기차’ 구절이 떠오른다.

춘천 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오월의 내사랑이 숨쉬는 곳/지금은 눈이 내린 끝없는 철길위에/초라한 내모습만 이길을 따라가네/그리운 사람..


한동신 2011-01-06 (목) 20:27:30
좋은 글, 감사합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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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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