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아가라 앞에서 ‘나이야 가라’고 힘차게 외쳤습니다. ^^
나이아가라 폭포(Niagara Falls). 새삼 설명이 필요없는 북미대륙 최고의 폭포입니다. 나이아가라는 이과수(남미) 빅토리아(아프리카)와 함께 세계 3대 폭포이지요. 나머지 두 개 폭포가 발견(서구인들 기준)될 때까지 세계 최대의 명성(名聲)을 누리기도 했지요.
미국의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아내인 일리노어 루즈벨트가 이과수 폭포를 처음 방문했을때 이과수의 위용에 압도된 나머지 “불쌍한 나이아가라”라고 장탄식을 했다지요.
저도 아직 이과수를 본 적은 없지만 동영상과 사진만 보더라도 웅대한 장관은 필적할 폭포가 없s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들 3대 폭포는 일단 크기만으로도 대단한 규모이고 나름의 개성미가 대단하니 굳이 우열(優劣)을 가릴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미국과 캐나다 국경지대에 위치한 나이아가라는 ‘미국 폭포(American Falls)’와 ‘캐나다 폭포(말굽폭포 Horseshoe Falls)’가 있고 그 사이에 작은 폭포가 있는데 이름이 신부가 쓰는 면사포라는 뜻의 ‘브라이들 베일(Bridal Veil)’ 폭포입니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사실상 미국 영토에 속해 있지만 그 혜택은 캐나다가 대부분 취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쪽에서 봐야 폭포의 위용을 제대로 느낄 수 있기때문이지요. 이 때문에 미국은 수년전 자국 폭포 쪽에 기다란 투명다리를 건설하여 미국 폭포를 반대편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더군요.
배를 타고 폭포 근처까지 가는 관광과 ‘바람의 동굴(Cave of the Winds)’ 투어는 양쪽 공히 있기 때문에 미국 폭포의 경쟁력도 사실 괜찮은 편입니다. 하지만 호텔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졌고 산보하며 편하게 폭포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는 아무래도 캐나다쪽이 우세하니 사람들이 더 많이 가는 것이죠.
그런 점에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국경에 위치한 이과수 폭포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이과수 폭포 또한 아르헨티나 쪽이 조금 더 웅장하고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아르헨티나 쪽(Puerto Iguazau)에서 숙소를 잡고, 브라질 쪽(Foz do Iguazu)을 먼저 다녀온 뒤 다음 날 아르헨티나 쪽을 보는 식으로 한다는군요.
뉴욕 와서 사는 동안 나이아가라에 와본게 예닐곱번은 되는데 겨울에 온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누가 그러더라구요. 겨울 나이아가라에 오면 주변 나무가 모두 얼음꽃이 피는 장관(壯觀)을 볼 수 있다구요.
이번에 친한 이웃들과 함께 2박3일 겨울여행을 떠나며 행선지 중 하나로 나이아가라를 잡은 것도 그때문이었지요.
나이아가라는 계절마다 각각의 아름다움과 장점이 있다시피 겨울 또한 그러합니다. 혹독한 추위 때문에 여유롭게 감상하긴 어렵지만 그만큼 사람이 적으니 좋은 각도에서 사진찍기는 좋습니다. 그만큼 호텔도 다른 계절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투숙(投宿)할 수 있구요,
뭐니뭐니해도 흰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풍광은 역시 대단하더군요. 차를 타고 폭포 가까이 가자 폭포가 떨어지며 튀는 물보라가 나무와 건물들에 얼어붙어 디즈니 만화 엘사의 겨울왕국을 방불케 했습니다.
그런데 기록에 따르면 1911년 엄청난 혹한이 계속돼 나이아가라 폭포가 꽁꽁 얼어붙은 적이 있다는군요. 어느 정도였을까 실감이 안나는데 폭포위를 걸어다니는 믿기 힘든 사진이 인터넷 '나무위키'에 있더군요.
https://namu.wiki/w/%ED%8C%8C%EC%9D%BC:attachment/%EB%82%98%EC%9D%B4%EC%95%84%EA%B0%80%EB%9D%BC%20%ED%8F%AD%ED%8F%AC/f0018015_4f0a983c2dcd1.png
하절기라면 어림도 없지만 길가에 차를 대충 대놓고 우리 일행은 나왔습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은 동화속 왕국으로 들어온 듯 했습니다. 감탄사가 연신 나오는 멋진 배경 앞에서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손이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만 아니었다면 더 오래 즐겼을텐데 주차도 그렇고 ‘나이야 가라~’를 외치며 돌아섰습니다.
사실 캐나다쪽 나이아가라는 볼게 폭포만 있는게 아닙니다. 동쪽으로 차로 5분거리에 있는 월풀(Whirl Pool)도 꼭 들려야 할 명소이지요. 이곳은 나이아가라 강의 물줄기가 90도로 급격하게 꺾여서 흐르는 곳으로, 강물이 막히면서 거대한 소용돌이가 생겨나는데요. 유명한 월풀 세탁기의 월풀이 바로 이곳 명칭을 따서 쓴 것이라고 하지요.
안타깝게도 보수공사를 하고 있어서 월풀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어요. 사진은 지난 여름 나이아가라에 왔을 때 촬영한 것으로 대신합니다. ^^ 이곳에선 월풀 한가운데 위로 지나는 케이블카가 명물인데요. 사면이 확 트인 케이블카 바로 아래서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월풀을 바라보면 그야말로 아찔한 현기증이 납니다. 물론 저는 아예 타볼 엄두를 못냈구요. ^^
그런데 짜릿한 모험을 즐기는 분들은 케이블카보다 제트보트 래프팅을 선택하는데요. 50명을 태운 거대한 제트보트가 고속으로 월풀 중심 가까이까지 광경은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조립니다. 월풀 제트보트를 타본 분들 말로는 우리나라 래프팅에 비해 월풀의 급류(急流) 강도가 3배는 된다니 말만 들어도 떨립니다.
제가 캐나다 나이아가라를 좋아하는 이유는 또 하나가 있습니다. 30분쯤 떨어진 아름다운 마을 나이아가라 온더 레이크(Niagara on the Lake)를 갈 수 있거든요. 이곳을 가는 길엔 서쪽으로 아이스와인 농장이 줄을 잇고 동쪽으로는 나이아가라의 아름다운 협곡을 감상하며 드라이브 할 수 있습니다. 또 중간에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를 만날 수 있구요.
나이아가라 온더 레이크는 미국의 5대호중 하나인 온테리오 호 남쪽에 붙어 있습니다. 오대호가 다 그렇지만 앞이 안보이는 끝없는 수평선에 파도까지 치는 모습을 보면 도저히 바다가 아닌 호수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나이아가라 온더 레이크에서 호수 건너 50km 지점에 토론토가 있어 날씨가 맑을때는 어렴풋이 도심 건물이 보이기도 합니다.
나이아가라 온더 레이크는 19세기의 풍치가 살아있는 프린스오브웨일즈 호텔과 시계탑 등 랜드마크를 비롯해 타운 전체가 아기자기하고 참 예쁜 동네입니다. 앙증맞으면서도 고즈넉한 정취를 즐기기엔 제격이지요. 동행한 두 부부는 나이아가라에 여러번 왔지만 온더 레이크 타운은 처음이라며 겨울의 스산함 속에서도 너무 마음에 든다고 해서 안내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