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균우군 '기러기'로 시민공모작 수상
매년 등대에서 다채로운 문학행사를 열어온 사단법인 섬문화연구소(소장 박상건)가 얼마전 속초등대에서 섬사랑 시인학교 가을 캠프를 열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섬사랑시인학교의 오래된 회원(?)으로서 뉴욕에서 이같은 소식을 들으니 십여년전 추억(追憶)이 몽실몽실 떠오르더군요. 그 이야기는 잠시 후에 들려드리기로 하구요. 이번 소식부터 전하겠습니다.
속초등대 행사는 지난 19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열렸습니다. 이번 행사는 특별히 ‘섬 바다 그리고 등대’라는 테마캠프로 진행됐는데요.
19일 첫날에는 송수권 이상국 전기철 박상석 김영삼 사윤수 류영하 이수희 박지우 조영래 시인 등 전국에서 지역별로 11명의 시인이 참여해 등대 전망대에서 시화전(詩畵展)을 열고, 노을이 지는 등대 공연장에서는 시인과 일반 참가자들이 함께 하는 시낭송회와 통기타 색소폰 연주회가 펼쳐졌습니다.
20일 둘째 날에는 등대에서 청소년들이 참가한 등대백일장(아이들에겐 이게 하이라이트이지요. ^^)이 열렸고, 영금정 동명항 속초항 아바이마을 탐방, 갯배타기 등 해양문화체험 행사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랑호 청초호 재래시장 등 속초 일원으로 문학기행을 떠났습니다.
이상 www.blog.daum.net/pass386
제가 십여년전 참가했을때도 좋았지만 프로그램이 한결 풍성해진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알고보니 이번 섬사랑시인학교 속초등대 특별가을캠프는 해양수산부와 동해지방해양항만청, 항로표지기술협회, 속초항로표지관리소가 공동으로 주관했다고 하네요.
이번 행사의 백미는 노을이 지는 영금정 바닷가에서 색소폰과 통기타 연주가들의 등대지기와 섬집아이 등 등대를 소재로 한 애잔한 연주곡에 맞춘 시인들의 시 낭송 시간이었다고 해요.
느지막이 속초등대 전망대를 찾은 여행객들과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가을의 향연에 푹 빠져들었다는군요. 연주가 펼쳐지는 시간에 행사장 주변에서는 청소년들의 백일장이 펼쳐졌는데요. 속초등대 앞에서 시를 짓는 아이들의 모습 그 자체가 한편의 아름다운 서정시(抒情詩)와도 같은 느낌을 주었답니다.
청소년백일장에서는 이수희(초등 4학년)양과 이정우(초등 3학년) 군이 각각 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기성시인들 시낭송작품과 함께 등대전망대에 전시되는 영광을 얻은 ‘2014년 시민 공모작’ 수상작이 발표됐는데요, ‘기러기’라는 제목을 쓴 영예의 수상자는 박균우(미국 Calvery Baptist School 11학년) 군이었습니다.
박균우 군은 유학 등으로 흩어져 사는 우리네 기러기 가족과 시베리아를 떠나 바닷가를 떠도는 기러기 떼를 대비하여 우리네 애틋하고 끈끈한 가족애를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번 소식이 특히 반가웠던 것은 박균우 군을 저도 잘 알고 있기때문이지요. 십여년전 섬사랑 시인학교에서 개최한 여름 캠프에 중학생 아들이 참가했는데 당시 초등학교 다니던 균우가 ‘형. 형’ 하면서 따랐다고 해요.
그러던 균우가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게 되어 몇 번 연락을 주고 받았고 지난해 12월 우리 집에 와서 일주일 정도 머물고 갔거든요. 마침 집에 와 있던 아들하고 오랜만의 재회를 했고 둘이 맨해튼 자유의 여신상 등을 찾으며 좋은 시간을 보냈지요.
균우가 어렸을 때부터 시도 잘 쓰고 문학적 감성이 풍부하더니 여전히 재능을 보여주네요. 균우의 당선작 소개합니다.
저는 일 때문에 기회를 놓쳤지만 2002년 국도(國島)에서 열린 섬사랑시인학교를 남편과 딸아이, 엄마와 시어머니가 다녀왔어요. 그때 사진과 함께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꼭 한번 가고 싶은 섬이더군요. 아래는 남편의 회고담입니다. ^^
국도는 경남 통영 앞바다에 있는 섬인데요. 수국(水菊)과 동백(冬柏)으로 우거진 섬이 너무나 아름다운 곳입니다. 첫날 준비된 저녁식사를 하고 시인들이 각 조마다 한분씩 들어가 창작체험을 하고 이성부 시인의 ‘좋은 시란 무엇인가’ 강의도 있었습니다.
이어 촛불을 켜고 시낭송을 하는 친교의시간을 통해 밤 늦도록 시인과 참가자들이 어우러져
한잔 술도 하면서 이야기꽃으로 피웠습니다
다음날은 국도 등산을 했는데 그리 높지 않은 산 정상이라 아주 마침한 운동도 되고 그림같은 섬의 정경을 눈에 마음껏 담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구요.
그리고 해변으로 내려와 발표된 백일장 시제를 보고 참가자들이 저마다 열심히 시를 썼습니다.
www.napoet.hihome.com
해변의 오찬은 이경섭 사진가가 20여미터 앞바다에 정박한 작은 배로 헤엄쳐 건너가 아주 저렴한 가격에 70cm 방어 11마리를 사와 모두가 회 포식을 할 수 있었습니다. 소주에 회 그리고 바위에 붙은 고동을 까서 고동회를 먹기도 했구요.
이날 수영을 하는 도중에 1미터 가량의 해파리가 나타나는 사건(?)도 있었어요. 해파리 독초에 살짝 쏘인 사람도 있었는데 이 해파리를 건져올려 독기를 빼내는 모습은 아이들에게 생생한 과학공부가 되었지요.
이날 밤 조별로 모여 2단계 시창착 공부를 했습니다. 송수권 시인의 ‘유통언어 쓰지 않기’, ‘우리민족 정서란 무엇인가?’ 등 시창작 실제 강연을 했고 이진영 시인이 습작시절 필사공부 방법론의 짧은 강의가 잇따라 시에 대해 관심 많은 일반인들에게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당시 74세였던 저희 어머니가 일어나서 소감을 피력하는 일도 있었어요. “일제시대 교육만 받아오다가 이런 시창작 강의를 들으니 100편의 필사노트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하셔서 박수를 받았습니다. 내친 김에 “이곳까지 데리고 와준 아들이 효자”라는 말씀까지 해주시는 바람에 '공인 효자‘로 등극하는 횡재까지 하였답니다. ^^
시상식이 있던 마지막날엔 낚시대회 금고래상과 백일장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초등학생 균우가 상을 받았는데요. ‘바다에는 횡단보도가 없다’는 어린아이다운 순수함과 멋진 표현으로 시인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다고 하네요.
미국에 오기전까지 우리 가족이 세 차례 섬사랑 시인학교에 참가했는데요. 정말 아이들한테도 좋은 체험교육도 되고 어른들에겐 로맨틱한 추억을 남겨주는 기회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 언젠가는 해외에서도 이런 섬사랑시인학교를 열어보자라는 말이 있었는데요. 듣자하니 요즘 주최측에서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군요. 기왕이면 제가 사는 뉴욕에서 1호 해외 섬사랑시인학교가 열리길 희망해봅니다.
뉴욕은 5개 보로중 4개(맨해튼 퀸즈 브루클린 스태튼아일랜드)가 섬에 있거든요. ^^ 맨해튼 섬 혹은 롱아일랜드 서쪽 끝 유명한 몬탁 등대 앞에서 행사를 해도 좋구요..반가운 얼굴들과 함께 그런 날이 어서 오면 좋겠습니다.
montauk lighthouse www.en.wikipedi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