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친구도 이제 늙는구나!”
어느날 봄볕을 받아 너무나 아름다운 꽃들을 감탄어린 눈과 목소리로, 어쩜 저리도 아리따울까!를 연발하고 있는 나에게, 가장 친한 친구가 느닷없이 하는 말 한마디!
“응?” 고개를 돌리고서 ‘뜬금없이 늙음이 여기서 왜 나와?’ 하는 나의 표정을 보고는 “있잖아~ 친구야, 누군가 그랬는데, 꽃이 예뻐보이기 시작하면 이젠 늙어가는 거래” 한다.
“으응. 그런거야? 그래? 그럼 늙지뭐!.” 하하 웃으며, 난 한마디의 토도 달지 않고 나이들어 가고 있음을 인정해버렸다. 왜? 모르긴 몰라도 얼마전부터 진짜 느끼기 시작한 세상의 모든 만물(萬物)이 아름답다고 화악 가슴으로 안아 버렸으니까. 그래서 나는 그날부터 늙어버리기로, 또한 다름으로 더 오롯이 완숙해지기로 다짐해 버렸다.
지금 살고있는 나의 집에는 책상위로 멋지게 둥그런 유리창이 하나 있다. 그야말로 밤이면 밤마다 나에게 근사한 보름달과 별빛을 마주할 수있는 또다른 즐거움을 주는 곳이다.
둥근 유리창으로 훤히 뜷린 하늘과 구름이 흐르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삶이 저절로 행복하게 느껴진다. 어느날 그곳엔 펑펑 흩날리는 눈발들이 서성거리기도 하고, 어느 잠못드는 밤엔 별빛들이 나에게 소근거린다.
또 어느날은 뜨거운 태양이 마주하며, 열정적으로 유리창을 눈부시게도 만들며, 불현듯 무성한 초록(草綠)의 물결들이 나의 눈을 밝게 만들기도 한다.
키높은 나무들이 멋지게 서 있다가 계절의 바람이 불어오면 조용히 수긍하며 무성히 채우고 있던 나뭇잎들을 어쩜 그리도 아무런 저항없이 떨구는지…
겨울이면, 소복이 눈내린 대지에 이른 새벽 집집마다 굴뚝에 하얀 연기를 뿜어내는 행복이 가득한 집들이.
나는 이 둥근 유리창문을 그래서 무지하게 좋아한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간다하면 무조건 슬퍼하고 아쉬워할 일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고개만 가끔 돌리면 짧지않은 삶의 순간순간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나는 것 같아서이다.
엊그제 딸아이가 블랙프라이데이 쇼핑을 마치고, 데리러 오라는 전화를 받고는, 허드슨강 다리를 건너는데ㅡ 갑자기 내 눈앞에 펼쳐진 환상의 노을을 마주하게 되었다. 늘상 보던 황혼(黃昏)과는 전혀 달랐다.
어찌나 아름다운지. 다리를 건너는 내내 와아! 멋지다를 연발하며, 가슴에 가득 가득 채웠다. 그 아름다운 색깔은 내가 알고 있는 색의 지식으로는 감히 표현하지 못할것 같다. 왜 그리고 그때 그 아름다움에 눈물이 고였는지도.. 그 뒤에 버릇처럼 따르는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가끔씩 힘에 겨운 이 미국살이에 자연이 주는 풍부함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그래서 내 삷을 찌들리게 만들지 않는것도 한 몫이다. 물론 아름다운 사람들이 전해주는 따스한 그 사랑이야말로 더욱 감사하긴 하지만 말이다.
이제 점점 나의 둥근 창문에 저녁이 깃들기 시작한다. 살짝 고개 들어 올려다본다. 고마워! 나의 여유로움의 한 부분,
어느날 둥근 나의 창문에서 바라다본 내 세상에 감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