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온 이듬해였습니다.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어느날 가정통신문을 들고 왔습니다. 큼지막한 고딕활자로 ‘WARNING(경고)!!!’하고 써있길래 깜짝 놀라서 읽어보았습니다.
실소(失笑)가 나왔습니다. 내용인즉 전날 낯모르는 이들이 승용차에 탄채 학교 앞에서 학생한테 누군가에 대해 물었다고 합니다. 이 차가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을 본 이 학생이 수상하다고 생각해 학교측에 신고를 한 것이이요.
단지 그것이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학생에게 어떤 학생에 대해 물어봤다는 것, 그밖에 벌어진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학교의 반응은 거의 비상경계수준이었습니다. 바로 경찰에 신고한 것은 물론, 가정통신문을 통해 낯선 이들이 한때 학교 주변을 어슬렁댔다(?)면서 학부모들은 각별이 자녀의 안전에 유의해달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나중에 이 경고문을 우리 동네만 돌린게 아니라 인근 동네 학부모들한테까지 돌린 것을 알고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미국 와서 한가지 느낀 것은 아이들의 안전에 관한 학교 시스템은 정말 철저하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너무 호들갑스럽게 보이지만 아이들의 안전문제가 가장 우선시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한국서 스쿨버스나 학원버스를 타고 내리다가 크게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고가 심심찮게 벌어집니다. 이곳 미국에선 노란색 스쿨버스가 아이들을 태우고 내릴때 번쩍번쩍 경광등을 켜고 ‘스톱(STOP)’ 사인판의 양 날개를 쫙 펴서 양 방향 차들이 서도록 하는 것도 모자라 장대처럼 생긴 보호대까지 버스 아래서 툭 튀어나옵니다. 그걸 볼 때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정말 미국은 아이들이 잘못되기 어려운 나라구나라는 생각 때문이지요. 물론 미국도 이따금 안전사고도 발생하고 드물게 유괴사건도 발생하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 자체가 시도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은 이곳에서 살아본 모든 이들이 동의할 것입니다.
왜 한국은 못할까요. 미국에서 하는거라면 못쫒아가서 환장하는 이들도 많은데, 또 미국에서 교육받고 돌아온 장관 정치인 지식인 정말 수두룩한데...참으로 이해가 가지 않네요. 왜 미국의 좋은 시스템이나 방식은 도입하지 못하고 무슨 사건만 발생하면 온 나라가 양은냄비가 달궈졌는지, 벌집을 쑤셔댔는지 시끄럽다가 다른 문제가 생기면 집단 기억상실증이라도 걸린듯 입을 봉해버리는지...그러니까 맨날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는게 아닌지...
얼마전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이후 한국에선 신문방송마다 학교내 폭력사태가 심각하다며 특집기사도 싣는등 아침 저녁으로 떠들어대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닌데 그걸 지금까지 몰랐나요? 이제는 안된다며 뒤늦게 흥분하고 즉흥적인 처방만 입에 올리지말고 근본적인 대책을 왜 세우지 못할까요.
대책이라는 것들을 들으니 현실성도 없고, 또 저러다가 다른 일 터지면 슬그머니 들어가겠구나 싶습니다. 며칠전 연합뉴스 보도에 일선교사들이 입을 모으는 학교폭력 해법이 가해학생의 강제전학이라고 해서 말문이 막혔습니다.
현재는 문제학생에 대해 근신 정학 등의 징계를 하거나 ‘전학권고’를 하는 것에 그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이 안된다는건데 강제전학을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지.. 대체 어떤 학교가 그런 학생을 받으며 그 학생이 새로운 학교에서는 자동으로 개과천선이라도 한다는걸까요.
급기야 서울시교육청은 왕따 폭력학생들만 모아놓는 대안학교를 세우겠다고 합니다.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학교 자체에 주홍글씨를 새겨놓고 그곳에 다니라구요? 문제 학생들이 그런걸 참아내고 얌전히 학교를 다닐까요? 대안학교도 학교인데 그 안에서 생기는 왕따폭력은 어떻게 할까요. 대안학교의 문제학생들을 강제전학시켜서 모아놓는 슈퍼대안학교라도 만들까요.
제가 볼때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방법은 오직 한가지, 학교경찰(School Police) 제도입니다. 정복입은 경찰을 학교에 상주시키면 됩니다. 현직 경찰이 아니어도 됩니다. 이참에 전직경찰을 채용해 전국의 중고등학교에 한명씩 파견을 보내자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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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의 문제학생들은 교사를 두려워하기는 커녕 어려워하지도 않습니다. 여성교사 증가와 체벌금지가 원인이기도 하고 교사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문제학생을 건드리기가 어렵습니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왕따와 폭력사태까지 해결하라고 짐지워줘선 안됩니다. 교사는 아이들의 기본적인 인성교육과 학업능력향상에 전념하고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전담하는 상담교사의 비중을 늘려 밀착관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예산이 없다구요? 논란의 무상급식 돈 일부만 갖고도 인력 채용하는건 전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적어도 상담교사는 자신이 맡는 학생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문제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정기적인 상담을 하고 선도의 역할까지 맡아야 합니다.
그러나 왕따 폭력 발생시 학교가 무조건 경찰에 알리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이 의무화되면 교사는 제자 문제를 경찰에까지 떠넘겼다고 가책할 필요가 없고 문제학생과 학부모 또한 학교와 교사를 원망하고 보복하는 또다른 문제도 막을 수 있습니다.
학교내에서 어떠한 종류의 폭력이 발생해도 교사의 개입이 금지돠고 즉각 경찰이 연행하는 것입니다. 미국 학교처럼 그 자리에서 수갑채워서 경찰에 구금하고 경중에 따라 구속 등 엄격한 법적 처벌을 하면 됩니다. 그런 모습을 학생들이 몇 번이라도 본다면, 또 조금만 급우를 괴롭혀도 경찰에 의해 체포될 수 있다는 것만 인식해도 대부분의 왕따 폭력은 사라질 것입니다.
너무하지 않냐구요? 왕따 폭력 해결하자면서요?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도 모르게 병들고 죽어가고 있다면서요? 대체 언제까지 입으로만 걱정할건가요.
미국에서 2년전 한 중학교 여학생이 책상에 낙서를 했다가 경찰에 의해 수갑이 채워지고 체포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학교에서는 담배를 피우거나 인화성물질을 갖고 있어도 체포됩니다.
오늘 아침엔 이런 뉴스도 나왔습니다. 텍사스의 한 중학교에서 아침수업 시작하자마자 한 학생이 권총을 갖고 위협하자 경찰이 즉각 출동했습니다. 학생들과 교사들은 비상대피요령에 따라 교실바닥에 엎드렸고 경찰은 문제학생을 포위했습니다. 총을 내려놓으라는 경고를 듣지 않자 사살했습니다. 이렇게 살벌한 미국보다야 우리가 낫지 않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