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속을 자동차를 타고 달리는 것, 하나의 로망 아닐까요. 흰 눈 내리는 정경(情景)을 차를 타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기회는 사실 많지 않습니다. 일단 안전면에서 운전하고 나가는 일이 쉽지 않으니까요. 특히 뉴욕같은 도시에선 말이죠.
4일 뉴욕 일원은 ‘사이클론 폭탄(Bomb Cyclone)으로 불리는 북극 눈보라가 몰아쳤습니다.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주민들에게 가급적 외출을 삼가라는 경고도 했지요. 학교와 관공서는 문을 닫았고 많은 회사들도 단축 근무를 했습니다.
이런 날 하루종일 차를 몰고 누빈다면 보통 간큰 사람이 아니겠지요. 이웃사는 조성모 화백 부부와 함께 맨해튼에 나가기로 약속은 돼 있었지만 솔직히 못나갈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조화백님은 눈길 운전경험이 많다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짓네요. 게다가 차는 올휠도 아니고 전륜구동 미니밴인데 말입니다.
한술 더떠서 코스는 산길을 택하더군요. 설경(雪景)을 감상하면서 가자는겁니다. 뉴욕 오렌지카운티에서 맨해튼은 100km쯤 떨어졌습니다 산길은 경사도가 심해 올라갈 수 있을까 싶은데 조화백님은 용감무쌍합니다.
글쎄요. 구경은 커녕, 목적지에 갈수나 있을까 솔직히 반신반의(半信半疑)하면서 끌려(?) 갔습니다.
출발시간은 오전 10시경. 심한 눈보라에 날은 어둑한 저녁같습니다. 예상대로 차들은 거의 보이지 않네요. 언덕을 오르는데 아니나다를까 고개 윗부분에서 차 두 대가 올라가질 못하고 서 있는게 아닙니까. 잘못하면 오도가도 못할 상황입니다.
다행히 우리 네사람이 탄 미니밴의 구동력이 생각보다 좋아서 첫 번째 위기를 넘길 수 있었어요. 10km 고개길을 돌아 내려가는 오른편엔 쏟아지는 눈에 빙벽같은 얼음덩이들이 바위들을 뒤덮은 장관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제 생각은 팰리세이즈파크웨이를 타고 뉴저지쪽으로 해서 맨해튼에 진입하면 좋겠는데 모험심 많은 우리의 조화백님, 베어마운틴 브리지를 건너 33구비 아리랑 고개길로 가자 하네요. 경치를 즐겨야 한다며. ㅠㅠ
이곳엔 언덕 중간에 작은 전망대가 한곳 있습니다. 독수리 등 새구경을 하는 이들이 들르는 곳인데 이런 날 뭐가 보이겠습니까. 심한 눈발속에서 이곳에 잠시 멈춘 것은 와이퍼에 붙은 얼음들을 떼내기 위해섭니다.
워낙 날이 추우니 내린 눈이 와이퍼에 달라붙어 얼음이 되버리는겁니다. 와이퍼가 제 역할을 못하니 시야에 방해가 되어 잠시 제거 작업을 했습니다.
사진속 표정은 아직은 해맑습니다. ^^
허드슨 강줄기를 벗삼아 남쪽으로 뻗은 메트로노쓰 기차길 도로를 따라 내려갑니다. 픽스킬(Peekskill)과 크로톤온허드슨(Croton on Hudson)을 지나쳤습니다. 속도는 30마일(48km)이지만 차량들이 거의 없으니 달리는 맛이 나네요. 스마트폰 카메라를 누를때마다 예술 그림들이 나옵니다.
가는길에 브롱스(Bronx)를 들르기로 했습니다. 조화백님의 집안 형님댁이었는데요. 잠깐 픽업할게 있어서 연락해더니 떡국이나 먹고 가라고 하시네요. 엉겁결에 빈손으로 따라가서 점심까지 얻어먹게 되었습니다.
본래는 87번을 타고 하지만 사고가 있는지 그 넓은 도로가 구글맵엔 온통 빨갛더군요. 대안(代案)으로 쏘밀파크웨이(Sawmill Parkway)를 탔습니다. 용커스(Yonkers)까지 10마일을 내려가서 87번을 탈 요량이었죠. 편도 2차선 도로지만 덕분에 더욱 운치있는 정경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브롱스가 가까운 87번 도로 사정은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차량들이 평소보다 훨씬 없으니 미끄럼만 조심하면 운전하긴 오히려 편한 상황이었습니다.
우리가 들러야 하는 집은 맨해튼 바로 북쪽의 브롱스 서쪽이었습니다. 허드슨강을 끼고 중세박물관으로 불리는 ‘클로이스터 뮤지엄’이 근처에 있더군요.
전형적인 뉴욕의 주택가 길입니다.
목적지는 다왔지만 문제는 주차공간입니다. 뉴욕은 맨해튼은 말할 것도 없고 브롱스나 퀸즈 등 다른 보로(borough) 역시 주차공간이 절대부족합니다. 이렇게 폭설이 내리는 날은 스트릿파킹을 찾기가 너무 힘들거든요. 그런데 운좋게도 아파트 바로 건너편에 빈 공간이 있는게 아닌가요.
이게 웬 떡이냐 싶어 얼른 주차하고 내렸습니다. 10여미터 걸어갈뿐인데 엄청난 눈보라로 금세 눈사람들이 되더군요.
이댁 어른들의 따뜻한 환영 속에 뜨끈한 떡국과 과일까지 대접받으며 잠시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신년축하 샴페인 건배도 하구요. ^^
<下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