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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한인소녀의 재즈댄스

글쓴이 : 훈이네 날짜 : 2011-02-07 (월) 13:44:18

 

뉴욕주 웨체스터 카운티는 뉴욕시 바로 위에 위치한 곳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위의 경기도 북부라고 할까요. 웨체스터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는 스카스데일(Scarsdale)입니다. 이곳은 미국의 전통적인 상류층이 살고 있습니다.

왕년의 할리우드 스타 리즈 테일러의 옛 자택도 지나면서 구경한 적이 있는데 대대로 부를 누리는 올드 밀리어네어(Millionaire)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작은 집 한 채도 100만 달러를 훌쩍 넘고 부동산세도 최하 2만 달러가 넘습니다. 그런데도 엄청나게 넓은 정원으로 입구에서 건물이 보이지도 않는 곳에 위치한 집들은 대체 가격이 얼마나 할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여담이지만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뉴욕주 연방상원의원 시절 스카스데일에 자택을 마련하려다 이곳 부자들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유명인사가 오면 기자들이 수시로 출몰하기때문에 프라이버시가 방해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유명인사라도 터주대감이라면 경우가 다르지요. 과거 리즈 테일러가 살았던 집을 한번 지나친 적도 있습니다. ^^)

우리같으면 전직 대통령-여성대통령 후보 커플이 자기 동네로 온다면 쌍수로 환영할 것 같은데 되레 그 반대였다는 것을 보고 확실히 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클린턴 부부는 이곳에서 30분 정도 북쪽에 있는 차파콰라는 곳에 집을 마련했습니다. 물론 이곳도 상당히 좋은 동네이긴 하지만 뉴욕시와 그만큼 떨어졌으니 스카스데일보다는 불편한 셈입니다.

스카스데일이 유명하다보니 이 타운의 집 코드(Zip Code 우편번호)만 말해도 아는 사람들은 “좋은 동네 사는구나”하고 알아 모실(?) 정도라고 합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오늘 소개하는 곳은 스카스데일과 가까운 곳에 있는 이스트체스터(Eastchester) 타운에서 열린 행사 소식입니다.

 

뉴스로 필진이기도 한 한인수 프로(PGA 인스트럭터)의 여고생 딸이 학교에서 재즈댄싱팀에 있는데 5일 재즈댄스 축제를 한다고 초대를 받았습니다. 교내행사지만 몇주 전부터 입장권을 사야 한다고 해서 처음엔 의아했습니다. 저희 집 아이들도 학교행사를 많이 하지만 공연티켓을 파는 것은 한번도 못봤기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가서 보니 규모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100명도 넘는 학생들이 정말 다양한 재즈댄싱을 선보이는데 그 수준과 열정에 솔직히 놀랐습니다. 몇몇 학생들은 프로 댄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실력도 대단하더군요.

 

   

알고보니 이스트체스터 학군은 재즈댄싱으로 아주 유명했습니다. 역사가 사반세기가 넘고 재즈댄싱 팀이 초중고에 모두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저희를 초대한 분의 딸인 한지원 양이 현재 11학년인데 5학년부터 재즈댄싱팀에 소속됐다고 하더군요.

 

  

그 얘기를 듣고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7년간 익힌 재즈댄싱인만큼 실력이 상당할 수밖에 없었던거죠. 올해도 지난해 9월 신학기가 시작된후 일주일에 나흘을 연습을 했다니 아무리 학교에서 취미로 운영되는 클럽이지만 그 땀과 노력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나올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뉴욕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7년간 다양한 학교 행사들을 경험했지만 이날의 재즈댄싱처럼 눈이 휘둥그레진 것은 처음입니다. 이스트체스터 하이스쿨의 재즈댄싱팀은 ‘재즈 컴퍼니’라는 이름이었는데 이미 3일과 4일에도 공연을 했고 5일엔 대미를 장식하는 피날레 댄스축제가 펼쳐졌습니다.

  

  

1막과 2막으로 나뉘어 2시간 반동안 진행된 이날 댄스는 ‘올댓재즈’를 시작으로 ‘퀜치’ ‘위아 소우 프레시’ ‘캐리비안 배시’ 등 16곡에 맞춰 각각의 안무팀이 나와 실력을 뽐냈습니다.

 

 

 

이스트체스터 하이스쿨은 대부분 백인학생들로 구성됐고 아시아계 학생은 한국, 일본, 중국계가 몇 명 있었는데 한지원 양이 유일한 한인 학생으로 참여했습니다.

 

 

늘씬한 체구의 한 양은 유연한 몸놀림으로 리듬을 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이날 특히 재미있었던 것은 선생님들의 댄싱이었습니다. 학생들의 안무를 담당한 선생님들을 포함해 교사들의 순서가 마련돼 객석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습니다. 대머리 교사와 중년의 여교사들이 다소 뒤뚱대며 열심히 춤을 추는 모습은 어떤 프로 안무가보다도 감동과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또 한가지 인상적인 것은 뚱뚱한 학생들도 전혀 거리낌없이 재즈댄스를 선보인 것입니다. 한국같으면 어떻게 저런 몸매로 춤을 출 생각을 했을까하며 보는 사람이 민망한 학생들이 있었지만 부끄럼없이 열정적으로 춤을 추었고 관객의 환호도 대단했습니다.

 

비단 이날의 재즈댄싱이 아니더라도 미국 학교에서 비슷한 장면들을 많이 목격했습니다. 치어리더 팀에도 한두명의 뚱뚱한 여학생들이 있지만 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을 보고 밝고 건강한 모습에 흐뭇함이 들었거든요.

 학생들의 생기발랄한, 무대에서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발산하는 자유로운 모습들을 보면서 전 어쩔 수 없이 모국의 같은 나이 학생들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입시를 위한 점수의 노예가 되어 하고 싶은 예체능 과외활동도 하지 못하고 밤늦도록 사설학원에서 공부를 해야 하는 우리 아이들 말입니다.

 

아무리 학교가 작아도 학교안에는 수십가지의 운동부나 예능부가 개설돼 있기 때문에 초중고 12년간 미국의 아이들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몇차례 한국의 교육을 칭찬하는 말을 했지만 그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됩니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잘돼 있다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이완된 미국 교육에 대한 자극을 주기 위함이니까요. 아무리 미국의 공교육이 문제가 있다고 한들 저는 여전히 미국에서 가장 부럽고 배우고 싶은 것은 공교육이라고 자신있게 말합니다.

  

얘기가 조금 빗나갔네요. ^^ 이날 재즈댄싱의 하이라이트는 올 여름 학교를 졸업하는 시니어(12학년)들의 무대였습니다. 초등학교부터 익힌 재즈댄싱의 피날레 무대인만큼 공연자나 객석이나 애틋한 느낌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재즈컴퍼니의 회장인 플라비아 파리아 양은 단독 안무의 특별한 순서로 열광적인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날의 마지막 순서에 모든 출연자가 나와 한바탕 군무를 선보였을 때는 무대와 객석이 온전히 하나가 되더군요. 이름모를 한 고등학교 댄스행사에서 이렇게 크고 깊은 감동을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학교 교육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미래세대의 주인공인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해답일지 많은 것을 느끼게 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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