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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의 가슴아픈 연등행렬..어린 넋들이시여 극락왕생하소서

글쓴이 : 훈이네 날짜 : 2014-05-05 (월) 18:10:17

 

   

 

 

연등회(燃燈會)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등불을 밝히고 부처님의 법을 찬탄하는 우리나라의 전통 불교 행사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신라 진흥왕 12년에 팔관회와 함께 열리기 시작했고, 특히 고려시대 때 성행하여 국가적 행사로 자리잡았다고 합니다. 이 날에는 등불을 밝혀 다과(茶菓)를 베풀고, 임금과 신하가 함께 음악과 춤을 즐기며, 부처님 전에 국가와 왕실의 태평을 빌었다.

 

 

 


 

팔관회는 왕도(王都 : 개경)와 서경에서만 행해졌지만, 연등회의 경우 시골 마을에 이르기까지 전국적으로 거행되었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연등회가 정월 대보름에 열렸는데 나중에 2월 보름으로 옮겨졌다가 고려말 공민왕 시대부터 연등도감을 설치해서 부처님 오신날에 열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불교를 억합하는 정책으로 연등회가 금지됐지만, 전통을 지키려는 민초들은 이를 지켜나갔습니다.

 

 

  


 

오늘날의 연등축제는 1975년 부처님오신날이 공휴일로 지정되고 이듬해인 1976년부터 여의도에서 조계사까지 연등행진을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10여년전부터 연등행진은 해외의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 즐김으로써 한국 불교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되었습니다.

 

 

 

 

연등행렬을 보고 싶다는 오랜 소망은 모처럼의 모국방문에서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미동부불교신도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미주한국불교문화원장을 맡고 계신 김정광 회장님의 호의로 4월 26일 열린 연등행사를 탑골공원 앞에 마련된 본부석에서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연등축제를 예약한 것은 지난 15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튿날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이라는 국가적인 대참사가 일어나 연등행사는 기존의 축제형식을 전면 배제하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無事歸還)을 염원하는 엄숙한 행사로 수정되었습니다.

 

 

 

 

본부석에서 나눠주는 팜플렛엔 ‘국민의 슬픔을 나누고 희망을 함께 모으는 연등회’라는 제목 아래 “행복할때는 축제가 되지만 올해와 같이 힘든 시기에는 넋을 달래고 혼을 기리는 의례의 역할을 하는 것이 진정한 연등회의 목적”이라고 설명하며 “올해는 세월호 희생자의 왕생극락과 실종자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연등을 밝힙니다”라고 되 있었습니다.

 

 

 


 

노란 리본을 가슴에 꽂고 거리로 나와 행렬에 참가한 스님들과 불자 등 수만명은 모두 정성껏 만든 등꽃을 손에 들고 안타깝게 스러진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습니다.

 

 

 


 

예년 같으면 즐겁고 들뜬 분위기 속에서 화려하게 치러져야 할 연등놀이였고 불교문화마당이었지만 세월호 대참사로 모든 국민들이 안타까워하는 분위기에서 불교가 때마침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엄숙한 행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한편으로 다행스런 일이기도 했습니다.

 

 

 


 

동대문운동장에서 종로1가까지 이어지는 연등행렬이 시작되기 전 동국대학교 운동장에서 봉행된 어울림마당에서는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실종자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축원의식을 진행했습니다. 추모 의식은 희생자를 위한 천수경 독경과 석가모니불을 정근(正勤)하고, 실종자 생환을 위한 축원의식도 봉행했습니다.

 

 

 


 

연등행렬의 선두는 연등회 깃발을 시작으로 취타대가 따라갔고 제석천(코끼리) 연, 사자(문수) 범천, 사천왕의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전통등 행렬과 백등, 홍등이 이어졌고 천태종과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동국대, 불광사, 금강선원, 강남포교원, 진관사, 봉은사, 구룡사 불자들이 각각의 등을 이끌었고 대만 불자들과 미얀마 불자들도 시선을 끌었습니다.

 

 

  


 

연등행렬은 오후 7시가 조금 지나 동대문운동장을 출발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2m 크기의 대형 영가등인 백색등과 실종자 무사생환을 염원하는 홍등을 행렬 앞에 배치한 모습이었습니다.

 

 

 

 

또 행렬 맨 앞에 300여 명의 스님들이 영가등(백등)을 들고 행진하면서 세월호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간구했고 연등행렬에 참가하는 모든 사찰과 단체 역시 선두에 영가등을 배치해 희생자를 추모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탑골공원 앞은 연등행렬을 관람하려는 외국인이 많았고 이들 역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것임을 잘 알고 엄숙하고 경건한 표정이었습니다.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흰색 장엄등과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홍색 장엄등을 앞세우고 스님들과 참가 단체들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행진을 이어갔다.

 

 

 


 

가슴에는 ‘무사귀환, 극락왕생’이라고 적힌 황색 리본을 달고 석가모니불 정근을 하며 희생자와 실종자들을 위해 한 마음으로 기도했습니다.

 

 

 


 

중앙승가대학 학인스님들에 이어 동대부속고등학교와 부속여고 학생들은 목탁을 두드리며 석가모니불 정근을 했고 사회복지법인 승가원, 연화원,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불광사, 진관사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날 행사를 치르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로 인해 일부에서는 연등행사를 취소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기때문입니다.

 

 

 


 

그러나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위원장 자승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는 지난 22일 연등회를 세월호 여객선 희생자 극락왕생과 실종자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국민의 마음과 함께하는 행사로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연등회는 부처님오신날 봉축의 의미도 있지만, 이웃과 함께하는 자비의 성격이 강한 만큼 행사를 축소하거나 취소하지 않고 불자들의 추모의 뜻을 담아 국민과 함께하는 연등회로 치르겠다는 뜻이었지요.


 

 

 

 

현실적으로 중요무형문화재로 등재된 연등회를 무책임하게 취소하는 것보다는 이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불자들이 진심으로 애도하는 마음을 국민에게 전하는 자리가 된 것이 뜻깊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화려한 많은 연등의 행렬이 취소됐고 백등을 비롯한, 추모등은 물론, 세월호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바라는 각종 현수막(懸垂幕)에 이르기까지 일주일간 밤을 새워 긴급 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마음선원의 경우 전통적으로 가장 화려한 대형등을 제작해 행사에 참여했는데 올해는 이같은 분위기를 고려해 부득이 행진에 나서지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영가의 극락왕생을 빌고 또 빌어 봅니다.

 

 

 

 

 

 

<에필로그>


 

이번 행사는 연등행렬외에도 광화문 조형등 전시회가 4월 16일부터 부처님오신날인 사월초파일(5월6일)까지 열리고 전통등 전시회가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에서 4월 25일부터 5월 11일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또한 청계천에서는 4월 23일부터 5월 6일까지 물위에 전통등을 전시하고 가로연등을 설치해 시민들을 맞았습니다.


 

이날 연등행렬이 끝나고, 밤 9시경부터는 회향 의식이 진행되었는데 종로 보신각 앞 특설무대에서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하는 국민기원의 장’이 열렸습니다. 불교신문이 보도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무대에 오른 대학생 박선연(22, 성신여대)씨가 발원문을 낭독하자, 합장한 시민과 불자들도 눈시울을 붉히며 흐느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사람을 중심에 두지 않고 생명을 중심에 두지 않고 안전을 중심에 두지 않고 저마다의 이익을 중심에 둔 우리 사회의 거울입니다. 이 거울 앞에서 우리는 참회(懺悔)하겠습니다.”

 

 

 


 

무용가 박은하 씨의 진혼무, 살아남은 자와 희생자 모두의 평화를 염원한 비구니 선정스님의 간절한 축원, 수륙재보존회 스님들의 바라춤이 이어졌습니다.


 

대한민국의 온갖 부조리와 썩어빠진 부패로 뒤엉켜 빚어진 ‘세월호 참사’ 앞에서, 불기 2558년 연등회는 온국민이 손잡고 동체대비(同體大悲)로 향한 한걸음이었습니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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