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8월 10일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謝過)를 표명했다. 드디어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공식적 사과를 받게 되었다. 100년 이라는 기나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미안하다는 말과 문화재 반환(文化財 返還)을 약속한 일본이지만 이제 좀더 가까운 나라로 우리에게 다고 오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지금 일본에는 많은 변화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확인을 할 수 있다. 2009년 민주당이 집권을 하게 되었고 그 이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더 이상 이뤄지지 않았으며, NHK에 방영되는 한국인 피해자에 관한 다큐멘터리, 한국의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 그리고 한일 젊은이들의 ‘한일관계 100년 미래’에 대한 토론까지 올해 열리면서 일본에서 변화하는 일본을 볼 수 분명히 느낄 수 있다.
그럼 일반 일본인들은 간 나오토 총리의 사과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할까? 일본이 친구가 많은 필자는 일본인의 진실한 의견에 궁금증이 생겼고 주변 친구들에게 묻게 되었다. 하지만 친구들로부터 나의 궁금증을 해소 할 수 있는 대답을 듣기는 쉽지가 않았다.
젊은 일본인들은 한국식민지배 당시 일본을 무엇을 했는지 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으며 일본이 잘 못했다면 사과해야지 하는 분위기 정도, 그리고 꼭 덧붙이는 말이 “しょうがない(어쩔 수 없잖아)” 였다. 자신들의 과거에 대한 반성이 아닌 현대에 살고 있는 자신들은 한국인에게 미안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이다.
친구들은 일본이 과거에 무엇을 잘못 했는지를 모른다는 것인데 여기서 일본역사 교육의 문제점을 엿 볼 수 있었다. 친구들과 이야기 하다 보면 일본정부가 자신들의 잘못은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원자폭탄(原子爆彈)의 첫 피해자라는 것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다.
미국 대학 시절 당시 아시아 역사 수업을 들을 때 일본인 친구 하나가 있었다. 2차 대전 종전에 대해서 배우고 나서 일본 친구는 나에게 짜증나는 목소리로 “왜 가장 중요한 히로시마, 나카사키 원폭 이야기는 제외하는지 모르겠다”고 그랬다. 난 일본의 원폭 피해가 왜 가장 중요한지 모르겠지만, 이런 이야기로 꼬리를 물고 늘어져 봐야 한도 끝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냥 넘어 갔던 기억이 난다.
그 친구는 왜 일본이 원폭을 맞았는지를 모르는 듯 싶다. 원폭 맞은 것이 억울하다면 아무 이유 없이 일본에게 주권을 빼앗긴 한국은 어쩌란 말 인가. 그리고 미국에서의 아시아역사 수업에서 원폭에 대한 일본인의 억울함을 듣고 싶다면 왜 일본 역사수업에는 식민지배 당시 한국인의 고통은 가르치려고 배우려고도 하지 않는지 묻고 싶었다.
일본 총리의 사과와는 달리 일본 젊은이들의 역사에 대한 이해는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고 필자의 작은 바램이지만 근본적인 일본역사 교육의 변화도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일본총리 사과 이후 우익단체(右翼團體)의 활동은 더욱더 거칠게 변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신주쿠 중심가에 퍼레이드를 하다시피 차를 주차 시켜 놓고 한국에 대한 비난을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한국이 무슨 죄를 지었나 싶을 정도로 짜증이 난다.
아직 일본어가 부족하기에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이해하기는 부족함이 많아 친구에게 “칸코쿠(한국)” 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무슨 말 하고 있는지 물어보면 친구가 대답을 꺼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친구가 해석하지 않아도 분위기만으로도 우익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지만 말이다.
여러 일본인에게 일본의 식민지배와 이번 총리의 사과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고 다니던 중 친구의 집에 초대(招待)를 받아 가게 되었고 친구의 어머니로부터 듣게 된 너무 감동적인 한마디도 있었다. 저녁 식사 후 난 친구 부모님의 생각도 궁금했고 망설이던 끝에 물어보게 되었다.
부모님은 나의 친구에 비해 다행히도 일본의 과거에 대해서 잘 알고 계셨고 내가 있는 앞에서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쇼우헤(일본인 친구)! 넌 우리 선조들이 한국인을 힘들게 한만큼 의수에게 잘 해야 된단다. 그리고 큰 보답은 아니지만 의수가 우리 집에 와서 나에게 우리 선조의 빚을 보답할 기회를 주어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해.”
이 말을 듣는 순간 얼마나 고맙고 눈물이 날 것만 같던지. 나에게는 일본총리의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보다도 일본인 친구 어머니의 그 한마디가 너무나도 소중하게 다가왔다.
난 친구의 부모님이 한 말에서 한국과 일본의 미래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고 생각했고 더 나아가 100년 전 일본의 잘못을 사과한 만큼 100년 후의 밝은 한일 관계를 생각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