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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민목사의 신앙칼럼
1991년 총신대학 졸업후 도미, 뉴브런스윅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석사(M.A.) 과정을, 예일대학 신학부에서 신학석사(M. Div.) 과정을 전공한 후, 드류대학에서 신학박사(Ph. D.) 과정을 이수하였다. 장로교 신학과 기독교 교육학에서 출발하여, 민중 신학, 여성생태신학, 해방신학, 포스트 콜로니얼 신학을 거쳤고 지금은 동양신학을 연구하며 이민목회와 청소년 목회에 헌신하며 두십자가 신학서당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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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행복하십니까?

글쓴이 : 정영민 날짜 : 2012-03-08 (목) 13:53:34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시골 장터는 금새 사람 사는 활기가 넘쳐난다. 쌀을 곱게 빻아 떡 반죽을 하고 시루에 담아 떡을 찌는 방앗간의 허연 연기 속에 묻어나는 고소한 들기름 냄새가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춰 서게 한다. 가지런히 다듬어진 도라지와 더덕, 두릅과 취나물은 사 가져갈 주인을 기다리고 있지만 사람들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국밥 앞에서 웃고 떠들고 있다.

많은 사람들로 시끌벅적 붐비는 시장 통 안으로 트로트 메들리 소리 요란한 손수레가 들어선다. 수레를 끄는 남편은 앞 못 보는 시각장애인이요, 수레에 탄 아내는 하반신을 가누지 못하는 장애인이다. 자신들을 반쪽이 부부라고 부르는 두 사람은 수레에 가득 담긴 생필품들을 팔며 녹록치 않은 살림살이를 꾸리고 있지만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

“아저씨, 고무장갑하나 주세요.” “값싸고 질긴 고무 장갑이…여기 있습니다!” 앞을 보지 못하지만 손님이 찾는 물건을 척척 대령하는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미소에는 행복이 묻어있다. “천 원입니다, 천 원…무조건 천 원입니다요…” 아내가 잠시 손수레에서 내려 숨을 돌리며 쉬고 있는 사이 손님이 와서 설거지 수세미를 찾는다. “자, 수세미가 여기 있습니다.” “…여기 돈이요.”

수세미를 받아 든 아주머니는 천 원짜리를 내고도, “그거 만 원 짜린데요…” 라며 남편을 속인다. “아, 네…죄송합니다. 구천원 거슬러 드려야죠!” 여느 날 같으면 꼼꼼히 손 끝으로 지폐를 확인했을 테지만 그 날 따라 엉겁결에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구천원을 거슬러 주고 말았다. “내가 당신 없는 사이 수세미 하나를 팔았지. 자, 여기 만 원.” 돈을 받아 쥐던 아내는 기가 찼다. ‘아이구 내가 못 살아 진짜!…이게 어디 만 원 짜리야, 천 원 짜리지! 내가 잘 만져보고 확인하라고 도대체 몇 번이나 말해야겠어……’ ‘그러길래 내 처지를 뻔히 알면서 왜 나만 남겨두고 혼자 쉰다고 난리야, 난리길…그 잘난 눈으로 당신이 확인하지 그랬어!’

만일 아내가 잘못 거슬러 준 구천원이 아까워 남편을 핀잔 주었더라면 앞 못 보는 남편은 자신의 장애를 비관하며 스스로를 할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상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다시 아내를 향해 원망을 퍼부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내에겐 늘 자신의 발이 되어 주는 고마운 남편의 마음이 다치지 않는 것이 손해 본 구천 원보다 훨씬 더 중요하기에 얼른 아무 내색하지 않고 말한다. “당신 이제 나 없어도 장사 잘하네.”

 

행복한 마음을 흩트려 놓는 원인은 두려움이며 그 원인은 無知(무지)이다. 돈을 잘 벌지 못하면 월세를 내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 혹 병이라도 나면 약값이라도 없으면 어찌할까 하는 두려움……사람은 오직 두려울 때 화를 낸다. 무엇을 잃을까 봐, 무엇을 빼앗길까 봐, 무엇을 망칠까, 욕을 먹을까 봐 자신에게 상대방에게 공격의 방어기제를 고안해 내는 것이다.

두려움이 없는 사람은 화 날 일이 없다.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가 늘 방긋 거리며 웃는 것은 세상살이 온갖 시름은 홀로 지고 가는 것 같은 어른보다 두려움이 없어서 일 것이다. 손수레를 끌며 함께 장사하는 앞 못 보는 남편을 둔 아내는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구천원이라는 돈을 손해 보았기 때문에 당할지도 모르는 막연한 두려움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요한 사도는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어 쫓나니…두려워하는 자는 사랑 안에서 온전히 이루지 못하였느니라.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음이라” (요일 4: 18, 19)고 기록하며 두려움을 이기는 사랑을 설파했다. 세상에는 모든 악(惡)의 뿌리인 한 가지 두려움과 또 다른 하나인 선(善), 즉 사랑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말하는 행복, 평화, 기쁨은 모두 사랑의 다른 모습일 뿐이고 사랑의 유일한 원천은 홀로 하나님이실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고(The Pursuit of Happiness) 한 철학자는 말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위 성공하면 행복해 질것이라고 굳게 믿고 갖은 애를 쓰며 성공을 쟁취하려 한다. 성공이라는 허상이 오히려 행복의 결정적인 장애가 되는지 알지 못하면서 '나는 행복하다' 라고 믿는다. 엄청난 수입을 보장하는 좋은 직업을 갖고, 유명해지며,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식을 두고 있다는 것과 행복하다는 것은 전적으로 아무 상관이 없을 수 있다.

큰 기업의 사장이 되어 수많은 직원들이 사장님, 사장님 외치며 눈 앞에서 시키는 일들을 척척 수행한다 해도, 각종 기념식과 사교 모임에서 진행자가 의원님, 의원님하며 소개하고 굽실거린다 해도 그것이 행복을 가져다 준단 말인가? 사장은 경기를 분석하고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언제나 긴장과 불안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으며 의원은 마른 웃음을 머금고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면서도 혹시나 재선에 실패할까 초조하고 두려운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면 이들은 과연 어떤 의미에서 성공한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만약 남이 나에게 ‘당신은 이처럼 좋은 직업을 가졌으니 얼마나 좋겠습니까?’라고 말할 때 그 사람은 나에 대하여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직업에 관하여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으리으리한 저택에 살고 있으니 남 부러울 것 없겠네요’ 라는 소리도 결국 “내 것”에 관한 칭찬이지 “나” 라는 사람에 관한 경탄은 아니다. “나”는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대단하지도, 그저 그런 일을 하며 살아간다 해도 보잘것없지도 않다. 나란 사람이 노점상을 하건 변호사건 의사건 사업가, 성직자라 해도 그것이 핵심인 “나”에게는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껍데기일 뿐이다.

하나님 주시는 진정한 행복에는 세상적인 원인이 없다. 지혜로운 사람은 이러한 세상이 주는 계급장이나 완장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자만한 삶을 살지 않는다. “당신은 어째서 행복하신가요?”라고 물으면 깨달은 사람은 “주안에 있는 내가 왜 내가 행복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라고 대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인간을 지으신 본래의 상태가 온전한 행복을 주는 恩惠(은혜)와 平康(평강)이기 때문에 행복해지기 위해 인간이 고안한 무언가를 보탤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감사의 계절에 주안에서 나의 나 된 것을 감사하고 평강의 하나님께서 위로 주시는 모든 지각에 뛰어나신 은혜가 불경기의 이민자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마음과 생각을 지켜주시길 소원한다. 아멘!


한동신 2012-03-08 (목) 20:50:56
이 아름다운 아침, 정목사님의 글을 읽고 저절로 번지는 미소를 목사님께 되돌려 드립니다.
바로 그저께 친구와 나눈 우리의 대화를  엿들으신 듯, 잘 정리해 주신 목사님, 행복하소서!
저는 카톨릭이고, 지난 달에 제가 여러가지 복잡한 심정으로 미사에 참례했는데, 신부님의 강론이 "이 복잡한 여러가지 일도 하느님이 우리에게 거는 선한 싸움이니까,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는 하루가 되기를"하시는  말씀에 마음이 도화지같이 하얘졌답니다. '뉴스로'에 글을 쓰시는 김해성목사님의 글에 '내가 빠지니까 일이 잘되더라'라는 대목이 제 인생에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사순절기간, 저는 버리고 싶은 탐욕을 헤아리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청소해 주시리라 굳게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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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민 2012-03-09 (금) 04:41:25
안녕하세요? 한동신님...너무도 부럽고 대단한 일을 하시는 한동신님의 칭찬은
바람으로 듣고 이미 알고 있었는데 저의 글을 읽어 주시고 감사의 댓글을 달아 주시니
이 또한 행복이 아닐 수 없네요..

근데 혹시 KRB 의 <장미선의 여성싸롱>을 가끔은 들으시는지요.
그곳에서 저는 문화평론가 제임스 정 이란 이름으로 십 수년째
일주일에 한 번씩 영화 소개를 하고 있답니다.
담에 영화에 관해 많이 가르쳐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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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자 2012-03-10 (토) 23:57:58
안녕하세 요?  정 목사님, 글 잘 보고 갑니다. 참 아름다운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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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민 2012-03-11 (일) 01:38:04
《Re》최경자 님 ,
안녕하세요, 최경자님!! 반갑습니다. 늘 아름다운 행복을 지으며 살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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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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