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들에게 고기를 대주기 위해 길러지는 일반 육우나 투우사와 죽음의 대결을 펼치는 투우에 비해 불 롸이딩의 황소들은 행운아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알아 들을 수 없는 갈채일망정 사람들의 열광과 인기를 누리기도 하기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외롭다. 2세를 얻기위해 너무 인위적인 교배만을 하고 우월한 유전자의 불을 얻기 위해 일부다처(一夫多妻)제의 세계가 강요된다.
불 롸이딩의 황소들은 화려한(?) 세계에서 길들여져 버려서 일반소 세계에선 환영을 못받는다. 이미 길들여진 기름진(?) 음식때문에 보통의 잡풀도 먹을 수 없다..그들도 나름 고단한 우(牛)생(生)인 것이다~~~. 황소와의 인터뷰는 계속된다.

-경기장에만 나오면 엄청 흥분하는 것을 보게 된다. 열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깟 8초쯤 참아줄 수도 있지 않나?
“우리가 제일 답답한게 바로 그거에요. 우리는 평소 조용한 편이고 누가 건드리지만 않으면 평온함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경기 시작 10분 전에 꼼짝도 할 수 없은 좁은 곳에 가두고 우리가 제일 싫어하는 복부 아래에 밧줄을 묶는 일(Flank Rope)은 정말 참을 수 없어요. 신경을 거스르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 ‘열폭’하게 만든답니다. 매미처럼 달라붙은 카우보이도 짜증나지만 무엇보다 걸치적거리는 밧줄을 벗기위해 뒷발을 들어 올리며 몸부림을 치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뒷다리를 이용하여 훌쩍훌쩍 뛸 수 밖에 없습니다.

▲ Bull 복부와 엉덩이 중간에 묶인 줄을 'Flank Rope ' 이라고 하는 이 밧줄을 풀기위해 집채만한 황소들이 미치도록 몸부림을 친다.
사람도 그렇지 않나요? 독방에 가두고 찌르거나 조이거나 괴롭힘을 당해보세요. 열 안받겠어요? 우리가 펄쩍뛰거나 몸부림을 사정없이 칠 때 마다 박수소리는 커지고, 카메라 플래쉬가 터지고, 환호성이 나오는걸 보면 좀 어이없기도 해요. 우리는 정말 화가 잔뜩 나 있는 것인데 말이죠.”

-카우보이들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도 있을 것 같은데?
“덩치가 큰 카우보이를 싫어할 것 같지만 사실 몸무게는 전혀 상관없어요. 아무리 흔들어도 중심을 잘 잡는 카우보이는 짜증나지요. 하지만 우리가 뛸 때 마다 나동그라지지 않고 덩실덩실 리듬을 탈 때는 나름 재미도 있지요. 어쨌든 8초를 버틴 카우보이들이 대견하게 보이기도 해요. 근데 카우보이들 이름은 몰라요. 앉으면 그때서야 감으로 느낄 수 있을 뿐이지요.”

-등에 올라탄 카우보이 말고 꺼리는 사람이 있다면?
“말탄 카우보이들 아시죠? 우리가 너무 거칠게 놀면 금방 나타나서 밧줄로 꼼짝없이 우리의 뿔과 뒷다리를 묶어 버리는 통에 버틸 재간이 없어요. 그래서 카우보이만 떨어뜨리고 나면 잽싸게 무대 뒷편으로 들어가서 숨는 편이예요. 아, 지난 뉴욕 경기에서 재미난 일이 있었어요. 성질이 잔뜩 난 동료가 정말 짜증이 났던 모양이예요. ‘종이 마네킹’을 사람으로 착각하고 그것을 상대로 돌진을 한거에요.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미친듯이 웃어댔구요. 정말이지 '황소' 체면을 다 구겨놓아서 쥐구멍, 아니 소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 종이 마네킹을 박살내서 모두를 웃음바다로 몰아넣은 그대이름은 '용맹한 Bull' 맞으신지?
또, 싫은 사람들이 있어요. 로데오 광대들이라고 불리는 'Clawn' 들 세 명이 눈엣가시입니다. 우리들이 성이 났다 싶으면 카우보이를 바로 감싸고 뒤로 빼돌린 다음 우리를 영 성가시게 굴어서 헷갈리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데 불난데 부채질한다고, 사람들은 우리 황소들의 심정을 이해 못할거에요.”
-한국에 있는 소들은 대부분 이름이 없다. 있어도 대충 누렁이 라거나 점박이라거나 정도인데 불 롸이딩에 출전하는 소들의 이름들이 독특하다 못해 두렵게 느껴지는데 왜 그런지?
“주인이 이름들을 짓는데 심혈을 기울이죠.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이름들을 짓는것 같아요. 한마디로, 이름만 들어도 벌벌떠는 그런 인상적이고 위압감을 주는 이름들 있쟎아요. 괴물이란 뜻의 몬스터, 러시안 룰렛 게임으로 ‘잘못하다간 한 방에 간다’는 뜻의 ‘러시안 룰렛(Russian Roulette)’, 미친듯이 흔들어대서 유명한 ‘롹앤롤(Rock and Roll)’도 있구요. 조용한듯 하지만 한판에 엎어버리는 조용한 폭동이라는 ‘콰이어트 라이엇(Quiet Riot)’, 금발을 뜻하는 옐로우 쟈켓, 해피 피트, 블루베리 와인, 장닭이라는 루스터, 아, 저기 옐로우 자켓 쥬니어 2, 3세가 있네요. 어서 가서 싸인이라도 받아 보세요.
개중에는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성과 이름을 갖는건 물론이고 미들네임까지 있는 친구도 있어요. 네로 황제 이름을 따서 네로 2세, 3세 이런 식의 이름도 많아요. 이름만 봐도 가계 혈통이 보인다고나 할까요. 아시는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전설적인 아주 자랑스러운 선배가 있어요. ‘코드블루(Code Blue)’ 라고 들어 보셨어요? 병원 응급실에서 의사들끼리 통하는 용어라고 하네요. 사람이 숨을 쉬지 않거나 아예 심장이 멎은 상태를 뜻한다고 하더군요. 챔피온으로 아주 오래도록 명성을 날린것으로 알아요.”

▲ 말을 탄 카우보이가 Bull 을 제압할 수 있지만 막상 가장 위급한 상황에서 나뒹그러진 카우보이를 보호하고 Bull 의 시선을 잡아채는 역할을 해내는 광대들의 역할은 안전면에서 무척 중요하다. 또한, 불롸이딩 이 지루할새 없도록 재미를 주는 역할도 한몫한다.
-동료중에서 누가 가장 인기있나?
“미스터 유니버스처럼 연말에 뽑히는 '주연급 형님'이 가장 인기 있는데 해를 연거푸 연속해서 차지하지는 못하는것 같아요. 워낙 힘좋은 후배들이 계속 치고 올라오니까 말이죠. 한마디로, 기질과 근성이 있는 동료가 제일 인기가 있어요.”
-유명세 때문에 질투하는 일은 없나?
“없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지역에서 다른 조상 계보를 가지고 있지요. 우리 세계는 어디까지나 출전한 횟수, 경기내용, 무대 매너, 힘과 기량, 멋진 포즈 등의 우리가 가진 기본기와 갈고 닦은 실력으로 승부합니다. 출신지역에 대한 편견, 용모나 체격에 대한 외부적인 조건은 그리 큰 자랑거리도, 또 기가 죽을 일도 아닙니다. 털의 색깔이 요란하다고 해서 점이 있거나 유난스런 모질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약점이나 단점이 되지 않지요. 즉, 외모가 아닌 내면의 기질로 승부하는 것이지요. 세상 사람들이 우리 소들만 같다면 차별도 없고, 싸울 일도 없을텐데요.”

▲ 껌껌한 리무진? 안의 Bull. 껌벅거리는 눈이 보인다.
-각자 주특기가 있나?
“첫번째로 Kicking 이지요. 말씀드렸지만 우리 복부에 감긴 밧줄이 여간 성가신게 아니에요. 정말 짜증 만땅이랍니다. 자연히 키킹 기술이 연마될 수 밖에 없지요. 둘째로는 Jumping 인데 훌쩍훌쩍 뛰는 것으로 이 역시도 밧줄과 몸에 붙은 카우보이를 떼어놓기 위함이지요. 2000 파운드 넘는 거구 친구들도 얼마나 가볍게 뛰는지 같은 처지로서 자랑스러울 때가 많지요. 세 번째 기술은 Spinning 으로 사정없이 돌리면 대부분은 정신 못차리고 굴러 떨어질 수 밖에 없지요. 넷째로는 몸틀기, Twisting 이 있습니다. 몸을 위 아래로 비비 틀고 꼬는데 제아무리 베테랑 카우보이도 이 기술 앞에선 남아날 재간이 없어요? 우리 탑 Bull 들은 대부분 그런 특기를 다 갖고 있는 편입니다. 이 자리까지 오는데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는데요.”
-그럼 황소들도 점수가 매겨지나?
“엄격히 말하면 카우보이가 받는 점수의 반은 우리의 점수라고 봐야 합니다. 우리의 힘, 조화, 기술, 다이나믹,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 카우보이에게 좋은 점수가 올라갑니다. 카우보이가 8초 동안 우리 털 끝 하나 손대지 않고, 밧줄이나 자신의 몸에도 손이 안닿도록 현란한 춤을 잘 추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얼마나 높이, 과격하게, 다양한 방법으로 뛰어대냐가 관건인 만큼 우리들의 점수도 무척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몰라요. 카우보이만 잘해서 점수를 받는게 아니라 우리도 점수를 받는다니까요.”
-은퇴는 언제쯤 할건지?
“현역생활은 10살 때까지만 하고 싶구요. 이왕이면 명예를 얻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수명을 다하지 못하는 일반 육우와 달리 대부분 천수를 누리는 편이지요. 멋지게 은퇴해서 상장과 트로피 전시 해 놓고 그림좋은 목장에서 우리랑 급이 맞는 친구들과 놀면서, 참한 암소도 만나 느즈막한 '신혼여행'도 즐기면서 가끔 사진촬영이나 광고 수입으로 여생을 편하게 보내고 싶습니다.”

▲ 다양한 형태의 리무진들 안에는 귀한 몸을 모시는 중이다. 운전은 2사람이 교대를 하면서 bull 의 안전을 위해서 휴게소에도 들르지 않는다고 한다.
-스페인의 투우 Bull Fighting 과 Bull Riding 을 비교한다면?
“불롸이딩이 미국 로데오 경기중의 하나라면, 불 퐈이팅은 스페인에서 시작했된 것이죠. 'Bull' 이란 단어가 똑같이 들어가지만 둘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크다고 생각해요. 우리도 유전적으로 몸에 어떤 것도 붙거나 걸리적거리는 것을 용납 못하는 야성적인 기질을 스포츠에 응용시킨 볼거리이지만 스페인의 투우는 인간들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동물의 공격성을 최대한 유발시켜 결국 피를 흘리고 숨통을 끊어 놓는 과정을 즐기는 잔인한 광기어린 짓거리입니다. 같은 동물로서 그렇게 죽어가는 것을 생각하니 가슴 아프기 짝이 없습니다.
본디 이 땅에 원주민만이 살던 평화롭던 시절엔 ‘불 롸이딩’이란 것도 없었지요. 우리 조상들은 본래 들소로 그저 들판에서 살았는데 몇백년전 유럽인들이 미국에 들어오면서 놀이와 재미를 위해 만들어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우리도 어쩌다 이런 운명이 되어 버렸는지 잘 모를때가 많아요...”

-불롸이딩에 대한 잘못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인간들은 우리가 터프하고 성질이 나빠서 카우보이들을 공격한다고 믿는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고통스럽고 참을 수 없기 때문에 하는 몸짓이구요. 덩치가 워낙 크고 과격하게 뛰다보니 뒷발에 차이거나 더러 밟히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우리도 유감이에요. 카우보이들은 등에서 잘 타는것 못지않게 착지를 잘 해야 해요.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그 상황을 대처하고 빨리 피하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카우보이의 부인과 아이들이 보고 있는데 심하게 부상당해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일부러 부상을 입히려고 한것도 아닌데 상황이 그렇게 되어버리면 난감하기 이를데 없지요. 설사 8초를 잘 견뎠다고 해도 절뚝거리면서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노라면 동물인 우리가 봐도 애잔하긴 마찬가지예요. 우리 동료들 중에도 가끔 불상사가 나고 심각한 부상이 생기기도 한답니다.”

-난생 처음 해본다는 ‘까다롭고 복잡한 인터뷰’에 충실히 ‘한국어’로 응해준 미국 최고의 ‘Bull’ 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로데오 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카우보이에게만 갈채를 보내쟎아요. 위에서 말했지만 엄밀히 따지면 50%의 역할은 우리들 Bull 이라는것 잊지 말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무대에서 거칠고, 화려하고, 다이나믹하게 놀아주지 못한다면 지루할 뿐만 아니라 정말 최고의 경기는 절대 볼 수 없지요. 즉, 카우보이와 우리 Bull 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판을 잘 벌려야’ 관중들이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세상을 예로 들면, 가정이 평화롭고 화목하려면 남편과 아내의 역할이 바로 서고 조화로와야 되는 이치이며, 나라가 평안하려면 국민을 아끼고 존중할 줄 아는 지도자와 그 역량을 믿고 따르는 국민이 필요한 이치와 같지요. 조화로움을 관전하는것이 ‘Bull Riding’을 제대로 즐기는 기준입니다.
오늘의 인터뷰를 통해서 ‘조화로운 상생’ 이 얼마나 가치있는지, 또한 8초라는 시간도 보는 시각과 입장에 따라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아셨을거에요. 자, 이제 우리들을 이해하고 조화롭게 놀 줄 아는 괜챦은 카우보이들과 2013년 한 해 멋드러지게, 신나게 놀아보고 싶습니다. 한국과 한국인들에게 행운을 빕니다.”

▲ 제목 / 4 Figure Croquis 2004 종이에 물감 설명/ 카우보이들은 경기에 임하는 8초 동안 한 팔이 허공에 있어야 하며 그 무엇도 닿아서는 안된다. 밧줄이 닿아도 안되고 하다못해 황소의 털 하나도 닿으면 실격처리 된다. 그리고 카우보이는 잘 떨어져야 한다. 민첩하게, 기민하게 경기가 끝나면 빨리 불에서 내려와야 한다. 자유분방하게 떨어지는 동작들을 크로키에서 찾아보았다.
kimchikimnyc@gmail.com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4-12-02 09:53:15 뉴스로.com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