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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의 움직임과 느낌을 순식간에 역동적으로 잡아내는 크로키는 카메라의 ‘스냅샵’과 비슷하다. 누드크로키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뉴욕에서 십수년간 천착하며 작가의 붓끝을 거친 다양한 인종의 누드 모델만 1천명에 달한다. 크로키속에 담긴 진솔한 인간의 향기를 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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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드세일’..(下)진흙세일에서 진흙은 왜안팔까

글쓴이 : 김치김 날짜 : 2011-03-25 (금) 13:25:03

1985년에 제작된 위트니스 ‘Witness’를 본 적이 있다면 어렴풋하게나마 ‘아미쉬(Amish)’에 대해서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 대도시의 기차역에서 어린 꼬마가 살인사건을 목격하게 되는 것을 시작으로 아미쉬 마을에서 온 목격자 모자를 필사적으로 보호하려는 형사와 경찰 고위 간부와 연루된 범죄조직과의 쫒고 쫒기는 추격전이 펼쳐진다.

만든 지가 이십년도 훌쩍 넘은 영화지만 언제 보아도 새록새록하다. 관객들에게 큰 반향과 관심을 불러 일으킨 데에는 베일에 가린 아미쉬 마을에 관한 첫 영화여서 그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문명과는 멀리한 채 그들의 법을 지키면서 청교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공동체 마을의 평화롭고 목가적인 풍경이 배경이다.

 

형사로 열연한 해리슨 포드(Harrison Ford)와 여 주인공인 아이 엄마 역의 켈리 맥길러스 와의 잔잔한 그러나 금지된 사랑이 공동체 마을의 엄격한 계율(戒律)과 대비되면서 로맨스와 스릴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영화로 기억한다.

 

▲ 관광객의 신발과 아미쉬 소년의 신발이 무척이나 대비 된다.

아미쉬는 기독교의 한 교파인 재세례파로 창시자인 제이콥 암만(Jacob Ammann)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주로 스위스와 독일 남부 알자스 지방에서 18세기 초 종교 박해를 피해 미국의 아이오와, 펜실바니아, 뉴욕 등의 20 여개 주로 이주했다. 사투리가 심한 독일어를 구사하며 현대문명의 이기인 자동차, 전기, TV, 컴퓨터는 물론이고 세탁기마저도 쓰지 않는 수백년 전통의 계율을 엄격하게 따르는 자급자족 형태의 공동체 구조로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 집에서 만든 수레에 물건들을 날라주는 일을 하는 소년들. 나이가 어려도 독립적이고 의젓한 모습들이다.

남자는 단발 머리에 검정 멜빵 바지를 입고 채양이 큰 밀짚모자를 쓰며 결혼하면 (콧수염은 아닌) 턱수염만을 기른다. 여자는 머리를 자르지 않고 ‘캡(Kapp)’으로 불리는 하얗게 비치는 천으로 만든 ‘기도 모자’를 항시 착용하며 화장을 하지 않는다.

 

▲ 경매에 열중인 두명의 경매사들 모습. 아미쉬 전통에 따라 결혼하면 남자는 턱수염을 기른다.

남녀노소 장식이나 무늬가 전혀 없는 단색류의 옷을 입으며 옷에 깃이나 장식은 물론 지퍼도 쓰지 않는다. 가족애와 형제애를 대단히 중시하며 노인을 모시고 3, 4대가 같이 사는 대 가족제도를 이루고 있다.

 

▲ 선글라스조차도 잘 안쓰는 그들인데 오늘처럼 흐린날씨임에도 부부가 갖춰서 쓴 것으로 보아 멋쟁이 부부로 보인다.

버기(buggy)라고 불리우는 말이 끄는 마차가 유일한 4계절의 교통수단으로 겨울에도 모포 하나만을 무릎에 덮은 채 달린다. 큰 도로로 나오면 말과 차량이 한데 섞이어 달리는데 ‘또각 또각’ 소리를 내는 마차를 보노라면 백년전의 시계와 현재의 시계가 오묘하게 공존하는 느낌을 받는다.

 

▲ 아미쉬 공동체의 한 노인이 흰 수염을 흩날리며 낙찰받은 버기를 끌고 가고 있다.

 

▲ 남자들이 제일 관심을 가지고 임한 경매는 농기구 다음으로 세속에서 말하는 자동차에 해당되는 ‘버기’였다. 어느 경매보다도 조용한 가운데 진지한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아미쉬 공동체를 각기 다른 주에서 서너곳을 가본 적이 있고 6년간을 정기적으로 접한 경험만으로 그들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그들을 문명을 거부한 사람들로 간주(看做)하는 이들도 있는데 문명을 거부한 사람들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자연의 순리에 맞게 살아가는 사람들’ 이라고 말하고 싶다.

 

▲ 계산대에서 물건값을 치르는 중이다. 결혼한 여성들은 항상 반듯하게 가르마를 타고 ‘캡(Kapp)’으로 불리는 기도 모자를 착용한다. 물건값을 지불하는 과정에서 손님이 말한 것만을 믿고 계산하는 고객 100 %신뢰감을 보여주어 놀라웠다.

남성은 사내답게, 여성은 여인답게, 아이들은 아이답게 길러지는 세속에서 더러 보게 되는 혼란된 성 정체성 없이 자연의 섭리를 따라서 살고 있다. 폭력과 전쟁을 절대 배제하다보니 미국이란 사회 속에서는 그것을 빌미삼아 혹은 트집삼아 아미쉬 공동체에 문제를 야기(惹起)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하고 있다.


 

▲ 아이 둘이 자신의 키보다 높은 수레 위에 앉아서 맛난 점심을 먹고 있다. 나도 너희들과 똑같은 닭다리 하나를 뜯고 있음을 들어서 보여줬더니 사내아이가 아마도 아시안 얼굴을 처음 봤는지 먹다말고 얼굴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머드세일은 아이들에게는 흥미진진한 구경거리이자 소풍일게 틀림없다.

아미쉬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에 가는 길은 즐겁다. 그들 사이에 끼면 나는 너무나 튀는 세속적인 이방인이자 외국인에 불과해서 멀찌감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농부도 아니면서 그들이 뿌리는 씨앗들이 무엇인지 궁금하고, 지금도 고집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농삿일들 특히, 말이 끄는 쟁기질에 호기심과 관심이 간다.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 추수하기까지의 변화를 관찰하고 그리고 겨울철 눈 내린 조용한 빈 땅을 바라보는 것조차 경이롭다. 그리고 그들이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멀찌감치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즐겁다. 가능하다면 조심스럽게 카메라에 담는 것도 재밌다.

 

▲ 아빠가 산 새 버기에 올라탄 신이 난 아이의 환한 얼굴.

가을철 수확이 끝난 밭을 밟아보면서 느끼는 땅의 탄력도 무한한 즐거움이다. 이름도 써 있지 않은, 닳고 닳은 손때 묻은 농기구들을 보면 무한한 애정이 간다. 농부들의 소탈한 웃음과 그들의 골진 주름마저도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기억은 못할지라도 ‘전생이 농부여서’ 그럴거라고 우스갯 소리도 한다.

 

▲ 두 아들의 손을 양손에 잡고 머드세일에 나온 아빠. 대부분 교육상으로는 엄격하지만 자애로운 부성애를 느끼게 하는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 말은 버기와 더불어 아미쉬 공동체의 가장 소중하면서도 으뜸인 재산이다. 그 중요도를 말 경매의 현장에서 읽는다.

아미쉬 마을의 농사를 보면 절로 존경심이 든다. 다양한 품종을 만들기 위해서 유전자(遺傳子)를 바꾸고 개발하고 수확을 증대하기 위해 다육(多肉)을 위해 화학 비료나 농약을 남발하고 플라스틱과 비닐이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믿는 요즘 방식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전통을 고집하는 그들의 정직한 수고와 오염되지 않은 노동에 경외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아미쉬 마을에서 빨랫줄에 널린 빨래들을 보면서 자유롭게 숨을 쉬고 깊은 숨을 들이마시는 나를 발견한다. 나는 그것이 바로 ‘진정한 평화로움’ 이라고 믿는다.

 

▲ 제목/ 여자의 발 2009/ 종이에 수채물감. 어느 아침 빨랫줄에 빨래를 널러 나온 아미쉬 여인의 발을 가까이서 본 적이 있다. 이 크로키를 통해서 그때 본 젊은 여성의 맨발 등에 눈부시게 쏟아지던 아침 햇살을 다시 보는것 같다.

지금도 기억하는 아미쉬에 대한 가장 강렬했던 기억은 ‘종일 흙을 밟고 사는 아이들’ 이었다. 흙에서 뒹굴어서 꼬질꼬질한 아이들 속에서 나는 참으로 아름답고 순진한 아이다운 아이들을 많이 만났다. 나는 그들을 ‘살아있는 흙’과 같은 존재라고 표현하고 싶다'

 

▲ 질척한 경매장 진흙 바닥을 걷는 부자. 날씨가 며칠 내 좋아서 (땅이 말라서) 이 정도면 양반 축에 든다고 한다.

‘Mud Sale’은 커뮤니티의 소방서에서 주관하여 농업에 관계된 모든 중고 물품을 경매라는 방식을 통해서 판매되고 수익금 일부는 소방서의 기금으로 쓰이게 된다. 아쉽게도 그 세일에서 진흙만큼은 팔지 않는다.

 

▲ 머드세일의 말이 무색하리만큼 진흙을 팔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진처럼 진흙이 유감없이 사방천지에 있다.

 

▲ 진흙 속에서 수레를 굴리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임에도 형제로 보이는 소년 둘이 손님의 물건을 끌고 밀고 날라다 주고 돌아오고 있다.

 

▲ 머드세일엔 이정도 높이는 되어줘야 안심하고 신고 다닐 수 있다. 특히 비오는 날엔.

 

▲ 구경나온 식구 셋이 차림을 제대로 갖추고 나왔다. 머드세일에서는 장화의 색이나 모양만 봐도 관광객인지 현지 주민인지 바로 구별 할 수 있다.

 

▲ 공동체에서 온 사람들은 백이면 백 모두가 단 한명의 예외없이 검정색 신발 그것도 장화를 신었다.

 겨울철 언 땅이 녹는 싯점부터 초 봄까지 열리다 보니 사고 파는 이 모두가 진흙투성이가 되어서 자연스럽게 붙여진 별명인 ‘진흙 세일’이다. 누가 붙인 이름인지 참 절묘하게 어울린다.

   

▲ 사람만 진흙을 뒤짚어 쓰는게 아니라 마차 바퀴도 마찬가지.

‘머드세일’. 공동체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켜는 커다란 기지개이자 봄을 맞는 부산한 몸짓과 다름없어 보인다.

 

▲ 한 가족으로 보이는 자매들이 신이 나서 뛰어가는 모습에서 왜 나는 예전의 우리나라 모습이 읽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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