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소사이어티 (Korea Society) 재단 전시장에서는 2월 22일부터 3월 31일까지 트레딩 라이프 ‘Threading Life’ 라는 다소 추상적인 제목 아래 기획전시가 열렸다.
전시장엔 쳐다보기조차 아까울 정도로 곱디 고운 아기 누비 옷들이 구색(具色)을 갖춰서 앙증맞고 아름답게 전시되어 있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자연 염색 재료들을 비치하고 더불어서 누비를 만드는 과정 과정을 설명 없이도 알 수 있도록 친절하게 나누어 보여주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 엷은 분홍 빛깔의 누비와 옥색의 누비가 조화롭다.
다만, 아쉽게도 갤러리의 협소한 공간적인 제약 때문에 전시를 한 번에 하지 못하고 3개의 주제로 나눠서 한다고 했다. 그렇다보니 각각의 전시를 보기 위해서 최소한 세 번은 걸음해야만 다 볼 수 있었다. 지난 3월 24일 목요일에는 한국의 무형문화재 107 호로 지정된 ‘누비장’ 김해자(金海子)님이 오셔서 하는 강의도 있어서 찾아가서 들었다.
▲ 특강에 앞서 코리아 소사이어티 에서 누비장 김해자 님을 소개하고 있다.
▲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이루어진 특강.
전통 누비의 유래, 방법, 기술적인 의문점,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이나 기법 등 누비에 관한 일반적인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이루어진 강의를 접하며 누비가 타고난 재능이나 숙련된 기능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차분한 성품과 은근 그리고 끈기가 이루어 내는 결정체(結晶體)로 작품이 완성 될 수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 뉴욕의 한 퀼트 모임에서 왔다는 질문자가 한국 누비에 대해 질문을 하고 있다.
▲ 치마 저고리를 설명하기 위해서 두루마기를 벗은 장인은 이 한 벌을 짓기 위해서 하루 15시간 씩 꼬박 집중해서 한달여의 시간이 (일반인들 이라면 약 석달 정도) 걸리는 작업으로 참을성과 끈기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설명하였다.
누비는 본래 피륙의 보강과 보온을 위한 기법으로 몽골(蒙古)의 고비 사막 일대에서 유래되었으며 BC 200 년 경 부터 티벳과 중국 등지에서 쓰였다고 한다. 출토되는 유물들을 통해서 주로, 침구와 보(褓), 포(袍), 갑옷, 두의(頭衣), 버선, 치마 저고리, 바지, 두루마기 등에 두루 사용 되었음을 알 수 있다.
▲ 전시장 내의 모니터를 통해서 직접 누비를 제작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 누비는 간격에 따라, 천에 따라, 솜의 풍성함에 따라, 그리고 누비는 문양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을 낸다. 같은 버선이라도 누비는 모양이 다른 걸 알 수 있다.
솜을 넣음으로서 낡아서 쉬이 떨어지는 것을 보강하고 보온(保溫)을 하는데 목적을 두었지만 장식성에 대한 비중도 크다고 했다. 간격에 따라 잔(세)누비, 중누비, 드문누비로 구분하며 기법에 따라서는 평면으로 하면 납작누비, 솜을 넉넉히 두면 볼록누비, 섬세해서 공이 두 배로 많이 드는, 그래서 궁궐의 왕족이나 상류층에서 즐겨 입었던 오목 누비 등이 있었다고 전한다.
▲ 누비 삼회장 저고리와 누비 쓰개 장옷도 보인다. 누비임에도 저렇듯 섬세한 선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솜을 아주 얇게 했음이고 고운 태가 나는 것은 그만큼 촘촘히 누볐기 때문이다.
▲ 색동 저고리가 돋보이는 아이 누비옷
▲ 전시 작품도, 기획의도도 돋보인 전시였다. 그러나 협소한 공간으로 작품을 여러번 나눠서 전시하고 보는 입장에서 여유롭게 한번에 감상할 수 없음은 옥에 티로 남았다.
누비장이신 김해자 님은 한국의 누비를 한마디로 '은근과 끈기' 라고 정의했다. 누비 만큼 한국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는것도 드물다고 하였다. 곧은 선으로 튀지 않고 단순하게 죽죽 누빔으로써 서양의 화려한 문양과 무늬에 중점을 두는것과는 차별화 된다고 했다.
▲ 분홍빛 배자(조끼) 만드는 법을 알기 쉽게 과정을 풍속도와 곁들여 전시하고 있다.
천을 짜서 천연 염색(染色)을 통해 자연을 천에 옮기는 작업을 시작으로 솜을 타고, 실을 다듬고, 수없이 하는 홈질이라는 반복적인 단순 작업인 '누비기'를 통해서 잘해야겠다 내지는 빨리 끝내야겠다 라는 삿된 생각마저도 마침내 비워낼 때 흐트러짐 없는 아름다운 누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저고리 소매의 각기 다른 선과 너른 바지의 선이 흥미로운 누비 바지 저고리들.
▲ 전시장 입구 중앙에 있는 횟대에 걸린 옷은 단웅이중치막 이라고 부른다.
즉, 자신을 끊임없이 비워내는 작업이 우리가 누비를 통해서 배우게 되는 정신이었다. 언제고 더 많은 이들이 조상대대로 이어 내려온 전통 누비의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측면과 더불어 우리 누비옷의 자연스러운 맵시와 멋을 보고 느낄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쪽빛 누비 두루마기. <출처 www.nubi107.com>
누비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두 겹의 천 사이에 솜을 넣고 줄이 죽죽지게 하는 홈질 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덧붙여 ‘이리저리 거리낌없이 다니다’ 그리고 ‘서로 잇는다’는 뜻도 나와 있다. 아무쪼록, 머지않아 우리의 ‘아름다운 누비가 누비는 아름다운 세상’을 조용히 꿈꾸어 본다.
▲ 제목 Figure image 종이에 물감 2006 전통 누비는 기본적으로 천연염색을 하며 푸른빛깔은 '쪽' 이라는 야생 풀을 채취해서 얻는다. 누비장 김해자 님이 뽑아낸 쪽 빛 때깔이 얼마나 깊고 푸른 빛을 띄었던지 '쪽 빛 바다'를 연상케 만들었다. 언감생심 갖다 댈 수 없지만 크로키 중에서 푸른 빛깔을 골라 보았다.
김치김 kimchikimnyc@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