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 하! (Hee- Haw)
카우보이가 동물을 몰 때 지르는 소리다.
흙이 사방 팔방으로 튀고, 동물들의 냄새, 그리고 온 몸을 요동(搖動)치는 거친 황소들의 숨소리가 들린다. 경기가 시작되면 휘파람 소리가 덧댄 환호성, 탄성 그리고 탄식까지 터져 나온다.
15일 낮 타임스퀘어 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이벤트가 있었다. 이름하여 ‘황소 타기(Bull Riding)’. 텍사스나 애리조나 어디쯤의 풍경이 세계의 수도 뉴욕에서도 최중심인 타임스퀘어에서 펼쳐진 것이다.
▲ CBS-TV의 인기앵커우먼 신디 슈(오른쪽 두번째)도 취재현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황소타기 선수’ 단체인 PBR(professional bull riders) 소속의 최고의 카우보이 10 명과 최고의 황소 10 마리가 펼친 아닐 이벤트는 10월 말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챔피온 결정전을 앞두고 벌인 홍보성 행사였다.
우승자는 올 해 최고의 선수로 공히 인정됨과 동시에 백만 달러의 상금과 명예로운 챔피온 버클(혁대 장식)을 받게 된다. 본래 카우보이란 어려서부터 목장에서 자라나 잔뼈가 굵은 이들로 대부분 양이나 거세 비육우(steer)들 모는 일을 하는 이들을 통칭(通稱)해서 부른다.
그러나 근래의 황소 타기는 어릴 때부터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 전문적인 훈련을 받고 단련된 이들이라고들 한다. 인기가 높은 것을 반영하듯 최고 선수가 되면 스타 반열(班列)에 오르는 것과 진배 없어 보인다.
▲경기에 나가는 스타급 황소들은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특별 대우와 관리보호를 받는다. 무게는 대략 1500 파운드 이상이며 어마어마한 몸 값으로 투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황소 타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하고 어렵냐고 하지만 1500 파운드 이상씩 나가는 폭발적인 힘을 가진 황소의 거친 몸짓을 한 손으로 고삐를 쥔 채 균형을 유지하면서 8초간 버티는 것은 최고의 실력자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목숨을 내건 채 위험을 감수하는 경기라서 그런지 관중들 역시 어느 경기 못지않은 스릴감을 느끼는 것 같다.
선수들에게 요구되는 기량(技倆) 중에는 중심을 잡는 것, 힘의 균형을 잃지 않는 것, 유연할 것 등이 필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기술은 자기 목숨을 보전할 줄 아는 기민함과 상황을 판단하는 민첩성이라고 한다. 떨어졌을 때 재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날뛰는 황소로부터 뒷발질을 당하거나 짓밟히는 사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중에 꼭 없어서는 안될 사람들. 선수가 떨어질때 성난 황소가 선수를 밟지 않도록 유인한다.
그래서 경기가 열릴 때면 거친 황소를 유인해야 하는 특수 임무를 띈 밝고 화려한 색상의 옷을 입은 광대 두엇과 여차하면 황소를 옭아 맬 밧줄을 항시 대기하고 있는 말 탄 카우보이가 있으며 경기가 열리는 곳엔 항시 앰블런스가 대기하고 있다. 이 경기가 얼마나 격렬하며 위험을 수반하고 있는지 대변해준다.
로데오가 인기 종목으로 자리잡은 배경에는 1800 년대 미 서부 개척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카우보이들의 강인한 정신과 기술을 접목시켜 만들어진 로데오는 남 서부, 중 남부, 캐나다, 호주, 남미 그리고 쿠바 등에서도 접할 수 있다.
▲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있었던 경기에서 일등을 한 5살박이 카우 걸
로데오 경기(Rodeo Events) 에는 한 손으로 황소의 고삐를 쥐고 8초 동안 지탱해야 하는 황소타기인 불 롸이딩(Bull Riding)을 비롯, 안장 없는 야생마 타기인 베어벡 롸이딩(Bareback Riding), 숫 송아지 뿔 묶기인 카프 로핑(Calf Roping), 여자들이 말을 타고 통을 돌아서 달리는 배럴 레이싱(Barrel Racing), 50 파운드 미만의 무게를 가진 어린 아이들이 양에 올라타고 달리는 무통 버스팅(Mutton Bustin) 등이 있는데 불 롸이딩이 그중에서도 하는 재미, 보는 재미로 으뜸이라고 한다.
▲ 불 롸이딩이 열리는 곳이면 꼭 나타나는 황소다루기의 해결사인 말 탄 카우보이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 그것도 도심 한복판에서 볼 수 있어서 그런지 모두가 정말 짜릿하고 입을 모은다. 관광객과 직장인들, 행인들,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나온 열성 팬들이 한데 어우러져 그런지 열기도 뜨겁고 보는 재미가 배가 되었다.
▲ 여자들만의 경기인 말타고 통 돌아오기인 베럴 레이싱(Barrel Racing)
행사가 한참 무르익어 가고 있는데 이상한 불협화음(不協和音)이 들려왔다. 동물을 학대 (虐待)하지 말라는 문구가 적힌 삼십여 명의 동물 보호 단체에서 나온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하고 있었다.
▲ 동물 학대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단체의 회원. by 스펜서 플렛
문구에는 이렇게 씌여 있었다. ‘Real Men are Not Cruel’ 그리고 ‘Real Men are KIND to ANIMALS’. 진짜 사내라면 잔인하지 않아야 하고 친절해야 한다는 말은 재미로 동물일랑 학대하지 말고 보호하고 보살피라는 메시지로 납득할 수는 있었지만 관중들에게 야유(揶揄)를 받는 걸로 봐서 호소력은 없어 보였다.
언젠가 뉴 멕시코 주의 한 시골을 지나면서 동네에서 열리는 로데오 경기에 우연히 간 적이 있다. 진흙과 황무지 그리고 듬성듬성 목초지(牧草地) 일색이었던 그곳에서 만난 이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한결같이 카우보이 모자들을 쓰고 있었다.
▲ 뉴 멕시코 카우보이 동네를 지나면서 본 동네 사람이 그렸음직한 '황소 타기' 벽화
물론 도시인들이 멋스럽게 쓰는 카우보이 모자와는 달랐지만 노동의 흔적이 묻어나는 모자와 흙이 덕지덕지 붙은 말장화(부츠)를 보면서 카우보이로 살아간다는 게 어떤 것인지 짐작이 갔다.
조금은 삐딱하게 지긋이 눌러쓴 모자 아래에 있던 눈빛에서 카우보이로서의 자긍심과 긍지 그리고 멋스러움이 느껴졌다.
양을 타고 달리는 아이들 경기를 처음 관람(觀覽)했는데 작은 꼬마들이었다. 몸무게는 50파운드 미만만 참가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아이들 대부분 대여섯살박이들로 재롱이 한창일 나이였다.
그러나 정통 카우보이 복장을 갖추고, 모자를 쓰고, 밧줄을 감고, 쏜살같이 내 달리는 양의 등에서 떨어지지 않고 몇 초를 지탱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아이들. 그 모습을 보는 모든 사람들이 파안대소(破顔大笑)를 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 아이들의 경기인 양 등위에 타고 달리기. 출발하자마자 양 등위에서 떨어져 나동그라져서 폭소를 자아낸 뉴멕시코의 작은 카우보이.
아이의 아빠로 보이는 30대 초반의 다부진 체격의 사내에게 물었다. 아이가 떨어져서 크게 다치기라도 하면 어쩔려고 그러느냐, 보는 것만으로도 걱정스럽다 했더니 그가 씩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진짜 사내가 되려면 아무리 어려도 저 정도는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 5살이라도 혼자 말도 잘 타고 양도 잘 몬다. 카우보이의 아들이니 울지 않고 잘 해낼 것이다.” 우문(愚問)에 카우보이식 현답(賢答)이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 ‘참 사내의 자격’을 외치던 피켓 들고 있던 이의 잔상(殘像)에 오래전 만난 이름도 모르는 카우보이와 그 아들이 떠올랐다. 그 아이와 아빠야말로 ‘현재의 진짜 사내’이자 미래의 진정한 사나이(Real Men)‘로 성장하지 않을까.
▲ 불 롸이딩에 참가하는 뚝심있는 황소를 연상시키는 인물 크로키. 2007년/한지에 먹 kimchikimnyc@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