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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김의 그림이 있는 풍경
대상의 움직임과 느낌을 순식간에 역동적으로 잡아내는 크로키는 카메라의 ‘스냅샵’과 비슷하다. 누드크로키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뉴욕에서 십수년간 천착하며 작가의 붓끝을 거친 다양한 인종의 누드 모델만 1천명에 달한다. 크로키속에 담긴 진솔한 인간의 향기를 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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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만난 유년(幼年)의 크리스마스(上)

글쓴이 : 김치김 날짜 : 2010-12-19 (일) 05:04:21

뉴욕 맨해튼만큼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나면서 즐길 수 있는 곳이 세계적으로 없다고들 말한다. 나 역시도 이의를 제기하기는 않지만 막상 맨해튼 한복판에 적지않은 세월을 묻어가며 살다보면 때때로 맨해튼의 크리스마스에 대해 자못 회의(懷疑)스러울 때가 있다.

종교적인 의미는 차치하고 너무나 상업화되고 과장된 몸짓으로 느껴지기때문이다. 마치, 화려한 모습만을 쫒아 조명하는 불나방 같은 크리스마스 같은 느낌까지 들기도 한다.
 

▲백화점에서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위한 특별 쇼윈도우 전시를 11월 18일 '개봉박두'를  알리고 있다.

올해의 뉴욕은 유별하다 싶을만큼 서두르는 기색이었다. 10월 말의 할로윈이 막 끝나자 마자 11월 초부터 성급하게 성탄 분위기가 나는 장식들을 시작하는 곳이 눈에 띄게 많았다. 세계적인 S 커피점은 11월 중순인 15일부터 전 직원이 산타모자를 쓰고 영업을 하는 마케팅을 하였다.

 

▲지난 11월 15일 S 커피전문점을 갔는데 전 직원이 산타모자를 쓰고 있었다. 한 직원에게 '너무 이르지 않느냐' 물으니 올해 영업방침이 일찍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선도해서 매출을 신장시킬 것을 주문받았다며 아직 산타모자 쓰고 일하긴 솔직히 덥다고 살짝 귀띔해 줬다.

첫 눈은 커녕, 날씨마저도 포근했던 11월 풍경과 걸맞지 않은 호들갑스러움을 두고 올 해의 경기가 그만큼 나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자구책(自求策)이라고들 한다. 그래도 때이른 크리스마스 분위기 조장은 그저 매출만을 늘려보자는 상업적 발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 연말특수를 기대하고 온통 붉디붉은 색으로 도배를 하다시피한 백화점.

 

▲ 11월 19일의 백화점 쇼윈도우 '산타랜드'

그뿐인가. 백화점과 쇼핑몰에서는 쇼핑을 조장(助長)하는 카드, 예를 들어 30불 이상 구입시 30%에 해당되는 10불을 깎아준다거나 50불 이상을 구매하면 15%를 할인해주는 행사들 역시도 넘쳐난다. 일단, 소비자를 매장으로 일단 끌어들이고 보자는 심사가 그대로 엿보인다.

 

▲아침 7시 문을 연다는 백화점을 찾아가보았다. 정말 사람이 있을까 하고. 그러나 이미 특별할인을 알리는 매장 특히 목걸이와 반지등을 파는 코너는 인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또한, 유명 주방용품 가게들에서는 아침저녁으로, 특히 출출해지는 오후나 저녁시간대에 맞춰 빵이며 과자를 굽는 ‘요리강습’이 많이 늘었다. 이것 역시 달콤한 과자 굽는 냄새로 소비자를 끌어당기는 마켓팅 전략이다. 냄새에 현혹된 사람들의 즉흥적인 구매를 노리기 위함이라고 마켓팅 전략 연구가가 나와서 설명하는데 소비자의 한사람으로 씁쓸하기만 하다.


 

▲ 크리스마스 트리 역시도 온통 붉은 색이다. 마치 중국의 한 동네에 와있는 착각을 하게 한다.

관광객들에게는 좋을지 모르지만 주민 입장에선 억지춘향식으로 ‘메리 크리스마스’나 ‘해피 홀리데이스’를 종용 당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즐겁고 편안하게 맞아야 할 성탄이 오히려 그 분위기를 해치고 식상(食傷)하게 되는 것이다.

 

▲제목 X-mas tree image. 종이에 물감.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들을 밤에 보면 현란하고 예쁘지만 밝은 낮에 보면 그 풍경은 사뭇 다르다. 나무를 얽어맨 검은 전깃줄이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밤새도록 켜놓는 그 많은 전구와 칭칭 동여맨 전깃줄로 나무가 고통스럽지는 않을까? 수도 없이 반복되고 겹쳐지는 선들 속에서 낮에 만나는 트리의 전깃줄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스톡홀름에 머물던 11월 하순은 뉴욕으로 치면 한겨울을 연상케 했다. 영하를 한참 밑도는 엄동설한(嚴冬雪寒)인데다 눈이 계속 내렸다. 크리스마스를 맞는 스웨덴의 풍습에 따라 많은 상점들이 사람 키 높이의 솔나무나 자작나무 등을 상점 밖에 세워둔 것을 보았는데 때마침 눈이 내려 앉아 그야말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풍성하게 연출하고 있었다.

 

▲ 눈 맞고 있는 지붕위의 산타

그곳의 가게들도 장식들을 시작했는데 뭐랄까, 훨씬 덜 종교적이면서, 자연스럽고도, 소박한 풍경들이었다. ‘레인디어’ 라는 사슴이 이끄는 산타의 썰매장식들을 보면서 아닌게아니라 ‘이곳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산다는 북반구와 가까운 곳’임을 실감케 했다.

 

▲스톡홀름 중심의 상권 인데도 크리스마스가 조촐하고 아담하다.

나는 어려서 꽤 오랫동안 굴뚝을 타고 내려온다는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었다. 성탄 전야엔 산타클로스 얼굴이 굴뚝 때문에 ‘숯검댕’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상상을 하며 기필코 만나야 한다는 일념에 두눈 부릅뜨고 있다가 자정을 못 넘기고 스르륵 잠이 들곤 했다.

 

▲산타의 코믹 댄스

‘산타가 오시면 꼭 깨워주시라’고 신신당부했음에도 누구하나 깨워주지 않은게 불만이었지만 아침이면 어김없이 머리맡에 있던 선물덕분에 성탄절은 내게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빨간 모자와 흰 수염. 간결하고 단순하지만 한눈에 산타 할아버지임을 알 수 있다.

그런 산타에 대한 기대와 상상은 나이가 들수록(다른 아이들과는 정반대로) 더해져 갔는데 어느날 어린 동심(童心)을 마구 헤집어 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동네 아이들이 나의 우매함을 놀리더니 급기야 산타란 존재하지 않는 지어낸 동화이며 모든 부모가 산타역할을 대신 한다는 믿기지 않은 이야기를 해댔다.

그 실망스러움이라니! 그러나 애들 말대로 산타의 존재를 알고난 뒤론 선물도 오지 않는다는 말에 한두해를 모른척 하며 막내와 더불어 성탄선물을 챙기곤 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스웨덴에 눈이 내리던 날 빵에도 눈이 내린것처럼 보인다.

어른이 되어서 성탄절이 올 때마다 내가 기대하는 것은 딱 한가지 조용히 내리는 눈. 그러나 언제부턴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보기가 참 어려워진 것 같다.

눈이 없는 해엔 하얀 솜이라도 수북하게 뜯어서 나무에 여기저기 걸쳐 놓던 기억 때문일까. 눈이 내리지 않는 성탄절은 뭐랄까 꼭 필요한 한 가지가 빠진듯해서 허전한 심사가 된다.

 

▲도심 한 가운데 아이스 큐빅을 쌓아 올린듯한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이 흥미롭다.

<下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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