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5년 전 쯤 뉴욕엘 가겠다는 내게 이렇게 묻는 이들이 있었다. ‘뉴욕엘 왜 가는데?’ ‘영화에서 보니 너무 멋져서 뉴욕서 한번 살아보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
15년 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내 친구가 이렇게 물었다. ‘뉴욕이 뭐가 좋아? 대체 왜 좋은데?’ 나는 이 질문에 스스럼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게이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서 뉴욕이 좋아’ 친구는 뜻밖의 대답에 무척이나 황당해 하고 놀라는 눈치였다.
물론, 농담으로 던진 대답이긴 했지만 그 친구는 ‘여자들에게 안전할 것 같다’ 라는 것에 먼저 인정을 하더니 이런저런 내 이야기를 들은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다면 충분히 그럴 수 도 있겠다.’
‘게이’ 동성애를 통칭해서 부르는 호칭이다.
로워(lower) 맨해튼 이라고 불리우는 곳에 '미트 패킹 에어리어' 라고 이름하는 지역이 있다. 말 그대로 아주 오래 전에 열차로 시카고, 오클라호마, 텍사스 등 미드웨스트 지역에서 도살해 온 우육이나 돈육을 부위별로 나눠서 다시 포장을 하는 곳으로 지금은 거의 그 흔적이 사라진 정도가 아니라 맨해튼에 부상하는 화려하고도 고급스런 쇼핑 지역으로 둔갑하고 있는 곳이다.
지금은 정말 찾기 힘들지만 10년 전에만 해도 그곳은 지역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나기도 하면서 몇 몇의 유명한 게이 바나 클럽들이 성업 중이어서 그런지 가죽으로 만든 독특한 머리모양에 이상야릇한 복장의 게이들이 굉음을 내며 모터사이클을 떼지어 몰고 가는 풍경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언뜻 보면 우습고 재미있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어두운 밤과 겹치면서 묘한 풍경들이 벌어지고 있어서 맨해튼 특유의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느낌을 받았다.
십 수년 전 샌프란시스코의 커피 전문점 에서 멋지게 생긴 서양인이 내 쪽을 향해 끊임없이 눈길을 뜨겁게 주는 것을 느낀 적이 있다. 황망해져서 주변을 둘러보니 여자라곤 나 혼자 뿐이어서 무척 당황해진 기억이 있다. 그러나 그 시선을 어디에 둬야 좋을지 몰라 하던 순간의 착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내 바로 뒤편에 앉아 있던 한 남자에게 보내지던 시선을 내가 눈치 없이 막아서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 보니 그곳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 경험해 본 게이들에게 유명한 동네 더 캐스트로 (The Castro street) 였던 것이다.
게이가 뭔지조차 몰랐던 내가 십 수년이 지난 지금 대낮에 근육질 우람한 청년 둘이 부둥켜 안고 뜨겁고도 현란한 프렌치키스를 하는 것을 봐도 이젠 눈길 조차 가지 않을 정도로 내공이 쌓였다.
지금의 나를 누군가는 면역이 되어서 그렇다고 하지만 그것은 뉴욕이란 특성을 이해하고 있고 맨해튼이 게이들에겐 꿈의 도시로 선망의 지역이라는 뉴욕의 특성을 받아 들여지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맨해튼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살면서 두드러지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적어도 동성애에 대한 편견으로부터 많이 벗어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한동안은 주변에서 보게 되는 동성애자 들의 말 짓이나 행동거지 그리고 그들 특유의 표현방식에 당혹하고 황망해 하면서 반사적으로 얼굴을 돌리거나, 돌아서 가거나, 짐짓 못 본척 하고 지난 적도 있다.
더러는 주변에서 그들을 향한 심한 욕지거리와 태클을 거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나와 우리와 성의 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 한가지로 손가락질 하거나 차별하거나, 나아가 멸시 하는 행위는 심히 안타깝다.
'멜팅 팟' 이라고도 불리고 '샐러드 볼'이라고도 불리는 뉴욕은 인종의 종류만큼이나 나라의 수 만큼이나 다양함이 존재한다. 문화, 종교, 음식, 언어 등이 한데 섞여 있는 뉴욕은 어느 나라 어느 도시보다 다양성이 인정되고 포용되는 곳이기에 나는 살기 좋은 도시로 주저없이 꼽는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할 줄 아는 뉴욕이 좋다.
6월 말이 가까워 오면서 미국의 전 지역 나아가 많은 나라에서 맨해튼으로 모여든다. 세계적인 규모의 게이 퍼레이드가 열리는 이곳의 공기를 맘껏 누리고 싶어하는 많은 동성애자들이 있다.
퍼레이드를 그저 볼거리로 해서 눈요기 하는 날 정도가 아닌 그들의 어려운 입장이나 상황에 대해서 좀 더 따스한 눈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6월의 뉴욕은 그야말로 무지개 색 일색이다.
▲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6월, 성의 정체성이 다름으로 해서 차별받고 부당하지 않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있는 세상이 멀지 않으면 하는 바램이다. 소외받고, 차별받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향하여 자유롭게 두 팔을 열고 큰 춤 사위로 ~얼 쑤 ~.인물 크로키/종이에 잉크/2010
<꼬리말>동성애 문화를 자부심의 색깔로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무지개는 6가지의 색으로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취지 아래 게이 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상징적으로 30 여 년전 길버트 베이커 라는 화가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뉴욕의 게이 퍼레이드를 ‘프라이드 (Pride) 퍼레이드 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행진을 통해서 그들은 더욱 ‘자긍심’을 고취 하는 계기로 삼는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