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으로 북쪽으로 쉬지 않고 차를 몬다. 뻥 뚫린 고속도로가 커네티컷과 매사추세츠 그리고 뉴햄프셔를 살짝 걸치고 나면 메인 주에 이른다.
▲푸른빛깔의 바닷가재를 연상시키는 푸른색 인물 크로키.제목' Blue Figure Croquis, 2010, 종이에 물감
거기서부터는 차를 쉬엄쉬엄 해안을 끼고 가는 국도나 지방도를 따라 가다 보면 뉴잉글랜드 지방의 풍광을 음미하며 가게 된다.
다다른 곳은 메인 주 락클랜드(Rockland, ME). 여기저기 ‘63회 메인 랍스터 페스티발’을 알리는 광고와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펄럭인다.
결혼 후 정기적으로 일년에 한 두 차례씩 다녀온 곳이 메인 주 이다. 시 외할머니의 생신이 있는 봄이나 가을 즈음해서 가곤 했다. 작고 단아한 체구에 풍성하면서도 근사한 은발을 가진 루이스(G’ma Louise) 할머니는 연세에 믿기지 않을 선명한 기억력과 또랑또랑한 음성, 흐트러짐 없는 눈빛을 가지고 계셨다.
돌아가시기 전 까지 그 지역의 제일 웃어른 자격으로 지역행사나 축제가 열리면 어김없이 제일 앞 줄의 오픈카에 앉으셔서 지역주민들을 향해 잔잔히 웃으시며 조그만 손을 흔들곤 하셨다.
뉴욕의 외손주 내외가 방문을 할 때 마다 환한 미소와 재치 있는 유머, 다양한 이야기 거리들로 우리들을 기쁘게 맞아 주시곤 했다. 특히, 예외 없이 "내 60년 단골식당에 전직 미국 대통령도 자주 온다"시며 우리를 데리고 바닷가재를 사주시는 것을 즐거워하셨다.
몇 해전 104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신 후 정기적이던 메인 주 방문이 자동으로 중단 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할머니가 안 계셔도 빈 집일 망정 먼 발치에서 휘익~ 한번 둘러보고, 바닷바람 한번 맞고 오는것도 좋겠다 싶어 다시 메인엘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특별한 행선지가 없이 나갈 때면 으레 메인으로 향하게 된다. 돌아오는 길에는 메인 랍스터(America Lobster 라고도 부르고 Maine Lobster 라고도 부른다)를 먹거나 바로 캔 싱싱한 조개나 새우등 해산물을 사오는 재미도 적지않다.
생각해보니 메인 주가 아닌 곳 에서는 일부러 랍스터를 찾아가서 먹은 적이 없는 것 같다. 맨해튼의 더러 최고급 스테이크 집에서는 수족관 까지 설치하여 메인 산 랍스터만 취급한다고 크게 써놓고 팔지만 산지와 비교해서 2배 3배를 능히 홋가 하는 높은 가격 때문에 먹을 엄두를 낼 수가 없다.
가격도 그렇지만 모름지기 바닷가재란 전문점에서 그것도 바닷바람이 맡아지는 열린 공간에서 들어오는 물과 나가는 물을 바라보며 추억과 함께 먹을 때라야 제 맛이라 여겨진다. 그래서 바닷가재 하면 메인 주가 떠올려지고 어김없이 루이스 할머니 얼굴이 그리움 되어 새벽녘 호숫가 뽀얀 물안개 처럼 피어난다.
얼마 전 메인 가는 길은 참으로 길었다. 넘치는 차량들 때문이었다. 휴가를 보내러 가는 사람들의 산더미 처럼 꾸린 짐들, 애완동물은 물론이고 차량 위에 싣고, 끌고가는 요트, 캠핑카,, 따로 모시고(?) 가는듯 보이는 고급 오토바이, 그리고 차량마다 식구 숫자대로 매달린 자전거 행렬을 볼 수 있었다.
이 모두가 미국 여름 휴가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서일까.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메인 가는 길이 오래는 걸렸어도 그리 지루하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