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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김의 그림이 있는 풍경
대상의 움직임과 느낌을 순식간에 역동적으로 잡아내는 크로키는 카메라의 ‘스냅샵’과 비슷하다. 누드크로키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뉴욕에서 십수년간 천착하며 작가의 붓끝을 거친 다양한 인종의 누드 모델만 1천명에 달한다. 크로키속에 담긴 진솔한 인간의 향기를 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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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에 만나는 맨해튼의 보물 반딧불이

글쓴이 : 김치김 날짜 : 2014-08-01 (금) 12:37:11


 

어딘가 낯선 여행지를 다녀온 뒤 한동안은 출발부터 도착까지 지난 여정(旅情)들을 거의 빠짐없이 기억한다. 아무리 특별했던 여행도 세월이 지나면 많은 풍광이나 기억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여행당시의 날씨나, 황당했던 실수 혹은 해프닝, 만난 사람들 몇몇을 기억하는 정도의 굵직굵직한 것들만 남는다. 그렇게 특징적인 단어 몇개로 귀결이 되면서 훗날 여행을 기억시키는 '키워드'가 되는 것 같다. 내게는 ‘여름 밤’ 혹은 ‘공원’ ‘7월’ ‘노숙자’ 라는 단어를 들으면 저절로 첫 뉴욕 여행에 관한 크고 작은 기억들을 날것 그대로 건져 올려지는 것 같다.



 

맨해튼이란 곳에 와서 좌충우돌(左衝右突) 훓고 다닐 때가 7월의 한 여름이었다. 어느날 하루종일 걸었던 탓에 피곤해져 쉴 곳을 찾다가 개 짖는 소리들 나는 곳을 따라 우연히 들어간 곳이 도심 속 작은 공원이었다. 퇴근 후 저녁시간 무렵이라 그런지 일 마치고 애완견(愛玩犬)을 데리고 산책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공원은 어느 곳보다 한적했고 사람들에게 전혀 경계심을 보이지 않는 다람쥐들이 천지라서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줄 모르고 있었다.



 

어둑어둑해지면서 공원벤치에 하나씩 꿰차고 누울 자리를 잡는 노숙자들을 보고서야 낯선 곳의 밤 공원은 절대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을 번쩍 차리고 일어섰다. 하지만 곧바로 공원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위험한 공원이 아니라는 것도 있었지만 바로 코 앞에서 내 눈을 의심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벤치가 있는 주변 풀 덤블속에서 뭔가 불빛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날아다니는 것들 꽁무니에서는 형광빛이 났다. 하도 신기해서 깜깜해지도록 몇시간 동안 벤치에 붙박이가 되어 자리를 뜨질 못했다. 달리 물어볼 사람도 없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누워있는 노숙자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저 날라다니는 것들이 대체 뭔가요?” 그의 표정이 압권(壓卷)이었다. 아니 그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Fire Fly지 뭐긴 뭐여? 참내~” 하는 식으로 돌아누웠다.


 

 


 

여행이 끝나고 서울로 돌아간 뒤 친구들과의 첫 모임이 있던 날 화제는 뉴욕에 관해서였다. 뉴욕 어땠는지? 맨날 TV로 봐서 그게 그거였을것 같은데..... 뭐가 제일 좋았는지? 마천루나 타임스퀘어 그런거 말고 볼만한게 뭐였는지? 브루클린 다리 걸어본 소감은? 막상 가보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뉴욕, 뉴욕 부르짖는 이유가 뭣 때문인것 같아? 예술도시 맞아? 세계의 심장부다워? 어때, 다시 가고 싶은곳이야? 등등 끝도 없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사람들의 호기심은 이해했지만 초행길 여행자에게 던지는 질문중에는 단답형 대답이 불가한 경우도 많고 말해도 어차피 경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경우도 많아서 난감(難堪)하기조차 했다. 여행자들의 경험담을 쉽게 비유하자면 ‘장님 코끼리 더듬기’와 진배없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보니 ‘이랬고 저랬다’ 정도의 경험담은 나눌 수 있어도 ‘나쁘다거나 좋다 내지는, 옳다 틀리다’ 라는 식의 정의내리기는 조심스럽기 그지없다. 주관의 시선을 객관의 문제로 풀어가는 경우, 자칫하면 경험자의 이해부족과 무지로 왜곡(歪曲)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오해와 편견을 불러 일으킬 수 있어서 잘못된 방향으로 인도하는 경우도 허다하기에 여행에 관한 질문은 내 단편적인 대답보다는 다방면으로 나온 뉴욕에 관한 책을 두루 읽어보는게 궁금증을 해갈하는데 훨씬 도움이 될것이라고 결론을 냈다.


 

대신, 뉴욕 여행을 통해서 한국인으로서 본 정말 놀라웠던 것 한가지에 관해서는 퀴즈를 냈다.

“맞춰봐. 이거 우리가 현실적으로 쉽게 볼 수 없는건데~” 라고 운을 떼면서 스무고개를 제안했다. “영화나 TV에서도 절대 볼 수 없었고 보여주지도 않았지만 우연히 봤어. 그것도 한 여름밤의 공원에서......운이 좋은 경우만 볼 수 있다고나 할까! 살고 있는 지역주민은 몰라도 대부분 여행자는 못봤을걸. 난 그것을 봤다니까. 뭔가 맞춰봐! 맞추는 사람있으면 2차, 3차도 다 내가 쏠께.”



 

호들갑을 떠는 장난끼 섞인 말에 친구 하나가 “야, 이건 언젠가 시골 장날에서 본 풍경같은데. 촌 사람들 상대로 만병통치약을 파는 호들갑스러운 약장수랑 비슷하쟎아. 서두가 왜 그렇게 길어? 본론만! 대체 뭘 봤기에?” 힌트를 달라고 했다. “남들은 못본 것” “밤에 볼 수 있는 것” “내가 밤에 맨해튼 공원서 본 것” 이라고 운을 떼니 호기심이 집중되었다. 조만간 동부 여행을 계획중이라던 한 친구는 미국이나 뉴욕 전반에 걸쳐 두루 섭렵(涉獵)을 했다며 “한 밤중에 공원이라니.....대충 알것 같아. 그것을 봤구만” 이라며 키득거렸고 대부분 공감하는 눈치였다.


 

스무고개는 끝나도록 아무도 답을 못 맞췄고 그 언저리 조차에도 오지 못했다. 결국 답을 말해줘야 했다.


 

“반-딧-불-이! 그것도 아주 많이 봤다니까. 내 주변을 여기저기 한 두어시간 날라다니더라구!”


 

“말도 안돼. 얼마나 청정지역에서 사는데 오염된 환경에 개똥벌레가 어딨어?”


 

“서울 도심보다 열배나 복잡하다는 그 맨해튼에 그럴리가.....잘못 봤겠지.”



 

다들 유치한 말장난하지 말라며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길 바랬다. 어쩌면 그들은 혹시나 봐선 안될 동성애 현장 정도를 목격한 것을 풀어내기 전 장난삼아 가볍게 친 연막정도라고 여겼는지 다른 이야기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정말이지 아무도 내 말을 믿지 않았다. 그들이 안믿었다기보다는 못믿을 수 밖에 없었던것은 개똥벌레가 사는 생태환경이 어때야 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당시 사진이라도 있었다면 보여주기라도 했을텐데 디지털 카메라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당시 가방에 필름카메라가 있긴 했어도 사진 찍을 엄두나 시도조차 못냈던 것은 하나 둘 내 주변에 떠다니는 노란 불빛들에 그만 온 정신을 빼앗긴 채 반신반의(半信半疑) 해서였다. 반딧불이 서식처는 오염되지 않은 환경에서 예를 들면 사람이 안사는 심심산골에서나 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나 역시도 “반딧불이를 닮은 저것들은 도대체 뭐지?” 하고 의구심으로 한참을 바라봤었다.



 

틀림없는 반딧불이 였다. 개똥벌레가 뉴욕에 그것도 맨해튼 한 도심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놀라움 이상이었다. 나름 다닌다고 꽤나 많은 지역과 나라며 시골과 도심을 섭렵하고 다녔었지만 어디서도 한번도 본 적이 없었고 심지어 한국에 살 때조차도 반딧불이를 보고 자란 적이 없었다. 즉, 그림이나 책을 통해서 들은 게 전부였다.



 

제주의 곶자왈, 전북 무주군, 강원도 양양에 가면 볼 수 있다는 말은 들어봤다. 언제부터인가 군단위로 축제도 한다고 들었다. 최근에 인터넷 상에서 축제에 가서 반딧불이를 보여주려고 갔다온 한 아이아빠의 성토(聲討)의 글을 본 적이 있다. 내용인즉, 축제는 말만 무성했지 막상 반딧불이는 구경도 못하고 왔다고 ‘환경의 오염과 상업화된 축제의 문제점’ 만을 잔뜩 써놓은 푸념 섞인 글이었다.



 

‘반딧불이’는 딱정벌레과의 하나로 자체 발광(發光)을 하는 곤충으로 암컷이 짝짓기를 위해 꽁지에서 빛을 낸다. 성충으로 불과 15일 남짓 사는 생명체로 깨끗한 자연환경의 척도이자 기준이 되어있으며 우리나라에선 천연 기념물로 지정 되어있다. 어려서부터 동화속에 자주 등장해서 그런지 또, 지역적으로 ‘개똥벌레’, ‘개똥버러지’, ‘굴래기’ ‘개똥파리’, ‘꼴래기’, ‘까리’, ‘고개빤드기’ ‘불한듸’ 등의 지역 방언으로 해서 늘 친숙하게만 여겼을뿐인데 맨해튼에 와서 실감나게 보고나니 감회가 새로웠던 기억이 새롭다.

 
www.en.wikipedia.org


 

언젠가 펜실바니아 농가가 있는 들판에서 믿기지 않은 광경을 보았다. 정말이지 ‘천지빛깔’이란 표현이 어울릴만큼 엄청나게 너른 들판에 형언할 수 없는 양의 반딧불이들의 군무(群舞)를 보았다. 환상이었다. 어떻게 생겼길래 그런 불빛을 만들까 싶어 호기심에 잡아보았다.


 


 

 


 


 

어찌나 쉽게 잡히던지 미안할 정도로 불과 몇 분만에 십여마리의 개똥벌레들이 모아져서 투명한 플라스틱 컵 안에 구멍을 뚫고 십여분을 관찰 할 수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1센티가 될까 말까한 길이의 작은 곤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 신기하게도 손 바닥에 앉은 반딧불이가 쉽게 날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얼핏보면 무당벌레를 늘여놓은 것 마냥  길쭉하고 편편하며 더듬이가 있다. 배마디에서 형광빛을 내는 암컷은 수컷보다 조금 큰 편으로 작게는 7 mm에서 크게는 18mm 정도 된다. 너른 들판 반짝거리던 반딧불이의 군무는 이슬먹고 사는 단 2주 동안 짝을 짝기 위해서 보내는 암컷의 애절한 구애의 몸짓이며 짝짓기가 끝나면, 암컷은 풀 섶에 알을 낳은 후 죽는다고 한다. 비록 곤충의 세계일망정 반딧불이의 한살이를 알고나니 애처롭기까지 하다. 


 

 

덤불 숲에 풀어놓자 어두워진 밤 풍경을 배경으로 퐁~ 퐁~ 날아갔다. 어둠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양새가 폭죽 마냥 팡팡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지면서 불꽃축제를 방불케 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점멸하는 작은 발광으로 해서 작은 노란빛이 그리는 크고 작은 포물선(抛物線)은 예술이자 신비로움 자체였었다.


 


 

 


 

뉴욕 여행와서 가장 먼저 간 곳이 타임스퀘어였는데 그 이유는 뉴욕의 상징이라고 여겨져서 였다. 하지만 막상 가서 본 풍경은 각양각색의 네온들과 화면들이 빵빵 돌아가고 선전용의 어마어마한 크기의 상업간판들과 발 디딜틈 없이 몰린 인파로 해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 불빛들을 더러는 휘황찬란(輝煌燦爛)했다고들 표현하지만 그저 현란하고 요란하기만 할 뿐 감흥이라곤 없었다.


 

하지만 사진에도 잡히지 않는 작고 조그만 생명체가 그려내는 깜박거림은 오래도록 빛 바래지 않고 잔잔한 감동의 점멸등이 되어 올곶게 남아있다. 맨해튼에 사는 즐거움을 찾으라면 비록 2주간의 기간이지만 반딧불이랑 더불어 같이 살고 있기 때문은 아닐지.....반딧불이랑 더불어 같이 살 수 있도록 오래도록 자연환경이 지켜졌으면.....그래서 7월에 이곳을 찾는 많은 이들이 반딧불이를 ‘뉴욕의 명물’로 만나고 갔으면 좋겠다.




 

형설지공(螢雪之功). 아직도 반딧불이의 불빛이 과연 책을 볼 만큼의 밝기인지는 여전히 의구심으로 남아 있지만. 개똥벌레의 꼬리불빛과 눈(雪)빛을 삼아서 학업에 정진하라는 고사성어(故事成語)는 언제 들어도 운치있고 멋있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 제목/ Green Grass Color Figure Croquis. 2005. 종이에 물감. 설명/ 문명과 동 떨어진 깊은 심심산골이나 사는줄 알았던 반딧불이는 오염되지 않은 물이 있는 곳, 농약을 치지 않은 숲과 나무 논과 들판 등 덤불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맨해튼에서 배웠다. 자연환경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환경지표 곤충으로 반딧불이가 사는 곳은 인간인 우리도 마음놓고 살 수 있는 곳인 만큼 초록의 들판뿐만이 아니라 여기처럼 공원이며 집 주변으로도 반딧불이가 많이 날라다니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4-12-02 09:53:15 뉴스로.com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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