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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강경하지 않은 외교’의 불편한 진실

글쓴이 : 김응주 날짜 : 2012-12-27 (목) 13:56:23


 

16일 제 46회 중의원 선거가 끝났다. 중국 한국에 대한 강경한 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아베 신조의 ‘자민당(自民党)’이 과반수 241석을 훨씬 넘어선 294석을 획득, 정권 탈환에 성공했다. 연립 정당인 ‘공명당(公明党)’의 31석을 더하면 전체 의석수의 67%를 점하는 압승이다. 마침내 자민당 총재 아베가 26일 수상의 자리에 올랐다.

 


 

‘민주당(民主党)’은 57석에 그쳐 참패했다. 선거 전의 230 석에 비교해도 겨우 4분의1 수준이다. 노다는 수상의 자리를 내어주고 당대표도 사임을 표명한 상태다. 가장 우익적 성향을 짙은 ‘일본유신의 모임(日本維新の会)’은 54 석을 획득, 제3 정당으로 약진(躍進)했다.


 

  


 

새 정권에 대해서는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주변국과의 마찰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대두됐다. 특히 아베는 공약집의 ‘영토 주권’ 부문에서 민주당 정권에서 일어난 주변국의 도발 행동을 멈추게 해야 한다며 관련 정책의 재정비가 급무임을 명기(明記)했다. 일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불법점거가 계속되는 북방 영토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문제에 대해 나라의 강한 의지를 표명하는 정부조직의 설치, 국가 명예를 해치는 각종 전후 보상재판이나 위안부 문제의 언급 등에 있어 역사적 사실에 반하는 부당한 주장을 정확하게 반론 반증할 수 있는 연구기관의 신설, 중국과 분쟁 중인 센카쿠 열도의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기 위한 공무원의 상주 등.


 

또한, 도서지역의 경비강화를 위해 해안보안청 등의 인원 장비 예산을 확충하고 경찰, 해상 보안청, 자위대를 중점 배치할 것 등과, ‘건국기념의 날 (2.11)’, ‘다케시마의 날 (2.22)’, ‘주권회복의 날 (4.28)’을 축하하는 정부 행사의 개최도 명기됐다.


 

국토 수호를 위해 평화헌법을 개정,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격상할 것이 명시됐다. 이는 ‘집단적 자위권’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타국의 공격을 받았을 때만 반격이 가능한 현행 국제법 상의 권리를, 위협의 조짐이 보일 때 선제 공격을 할 수 있도록 바꾼다는 방침이다.


 

선거 후 한국 매스컴은 일제히 일본 정치의 우경화를 염려하는 기사를 발표. 일본 매스컴은 이를 역으로 소개하고 당장 2월 22일 ‘다케시마의 날’을 정부행사로 개최한다는 자민당과 25일 대통령 취임식(就任式)을 앞둔 한국과의 마찰을 예측했다.


 

하지만, 아베 수상은 돌연 행사 개최의 내년 연기를 발표하고 느카가 후쿠시로 전 재무장관을 특사(特使)로 파견하여 박근혜 당선자와 양자 회담을 희망하는 친서를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당선인 측은 “일정이 겹쳐 어려울 것”이라고 답변, 초입부터 외교 일정의 난항이 예상됐다.


 

 

*<상단> 20일 아베가 인터뷰에서 “일한 관계를 발전, 개선시켜 가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느카가 씨가 한국을 방문할 것이다”고 답변하고 있다. 각 영상 오른쪽 상단에는 “느카가 씨 이례의 특사, ‘다케시마의 날’ 식전 연기도” 라는 타이틀이 달려 있다. *<하단 좌측> 특사로 지목된 느카가 후쿠시로 전 재무장관.  *<하단 우측> '박근혜 차기 대통령에게 느카가 씨가 내일 아베 씨의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써 있다. <FNN 뉴스, You Tube 영상 촬영>


 

 

*<상단 좌측> “한국의 특사파견 내주 이후로 늦어져”라는 타이틀 속에 느카가가 다급히 달려나가며 기자들에게 ‘(특사 일정이) 아니 아니,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고 답변하는 모습. *<상단 우측> 기자들이 이동 중인 아베에게 “한국 특사파견은 없어졌다는 설도 있습니다만”이라고 질문. *<하단 좌측> 아베가 “그것은 지금부터 잘 협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답변하는 모습. *<하단 우측> 아베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상대방 일정도 있다”고 답변하는 모습. <JNN 뉴스, You Tube 영상 촬영>


 

아베 수상은 특사 파견에 대해 21일 기자단에게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우리도 기대하고 있다, 일한 관계를 발전, 개선시키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특사가 방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일 정권 교체(交替)를 계기로 냉각된 양국 관계 개선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자세를 명백히 한 것이다.


 

친서에서는 ‘양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한다’고 강조. 아사히 신문은 “박 씨의 부친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아베 씨의 부친 고 아베 신타로 전 외무성 장관은 긴밀한 관계였다”며 “이러한 관계를 재차 구축해가고 싶다”, “(06년 첫 수상 취임 전부터)박 씨와 회식을 거듭하는 등 친하다”는 아베의 발언을 소개했다.


 

일부에서는 아베 일가의 엉뚱한 ‘친한(親韓)적 성향’이 언급됐다. 아베 신타로는 日 정계의 으뜸가는 ‘친한파’로 통한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부터 ‘국제승공연합(반공산주의 정치 단체)’을 통해 한국의 보수 세력과 친분을 맺어 왔고, 롯데 그룹의 창업자 신격호 회장과 차남 신동빈 씨와도 대를 이어 막역(莫逆)한 사이라고 전한다.


 

아베도 2006년 첫 수상 취임 후 “한국은 확실히 일본과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발언(2006.9.2 내각총리대신 기자회견)했다. 2010 년 10 월에는 당시 한국 드라마 열혈 팬으로 알려진 부인 아키에 여사와 방한하여 야스쿠니 참배로 차가워진 한일관계 개선을 도모했고, 아키에 여사의 유창한 한국어 실력이 화제가 되어 양국 사이의 따뜻한 화해 무드가 조성되었다는 일화(逸話) 등이 부각됐다.


 

 


 

이와 함께 아베의 정책운영 스타일이 거론되었다. 그는 내각관방장관 때부터 강한 내셔널리즘을 표방했지만, 06년 수상 취임 후 야스쿠니 참배(參拜)를 자제하는 등 지금까지 추구해온 어젠다(agenda)의 일부를 철회하고 첫 외유지로 중국과 한국을 선택, 중일관계의 안정화와 한일관계의 강화에 힘썼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일본부장 마이켈 그린은 선거 전 동양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베의 융통성과 실적을 평가한다며, “미국이 아베 정권에 미국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중국의 위협이 커지는 정세를 유리하게 전개하기 위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해양국들과의 관계 강화가 불가피하다, 한국과 다투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선거 기간 중 이데올로기가 지지 받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도 있는 일이며, 정작 정권을 담당하게 되면 전략적 사고에 능통한 자가 우세하게 된다. 아베 씨는 이미 그것을 경험했고 정권 운영과 선거 운동과는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현실주의적 전략적 사고를 가진 그는 중국의 위협에 대해 日의 결의를 표명하는 강경한 수단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하지만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를 언급한 ‘고노 담화’의 수정(修正)이나 야스쿠니 참배, 센카쿠 열도의 공무원 상주 시설의 건설 등이 결과적으로 중국을 유리하게 만든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도 답했다.


 

즉,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강경한 공약이 필요했으며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위해 한일 관계의 개선은 불가결할 것이라는 견해다. 아베는 냉각(冷却)되어가는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과거의 경험과 현실주의적 정권운영을 통해 강경외교의 많은 부분을 포기하거나 수정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거를 앞둔 시점엔 민주당 정권의 소극적 외교정책을 비난하여 지지를 얻었고, 선거 후 수 일만에 “박 씨와는 친하다”며 뜻하지 않는 ‘러브 콜’을 보냈다. 이에 日 ‘시사닷컴’은 외무성 간부의 말을 빌어 강경발언과는 사뭇 다른 처사라며 적잖이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다케시마의 날’ 정부 행사의 연기는 엄연한 공약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아베 는 그 부분이 공약의 부속 문서였다는 점을 들어 “정확히 말하면 공약이 될 수 없다, 개최는 종합적 외교 상황에 입각하여 고려될 것”이라고 해명,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외무성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의 정세를 고려해 일한 관계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립 정당인 공명당 야마구치 대표도 20일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재도 한국 새 대통령과의 긴밀한 관계를 말하고 있다, (다케시마 행사의 정부주최는) 일한 관계 개선의 방해요인이 된다”고 지원했다.


 

 

*<상단> 정부주최의 ‘다케시마의 날’ 식전이 연기될 것이라는 소식에 기자들이 정부주최가 중의원 선거 정책집에 실려있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아베는 “종합적인 상황에 근거하여 생각해갈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하단> 자민당의 간부의 “현실적으로 생각한다면 연기의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을 소개하면서 식전 행사가 보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영상은 독도. <FNN 뉴스, You Tube 영상 촬영>


 

독도를 편입한 시마네 현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입장이다. 마츠다 읍장은 식전의 정부 개최 안에 대해 “정말 할 수 있는가, 선거 퍼포먼스는 중지하는 것이 좋다, 할 수 없다면 말하지 말라”며 실망감을 토로했다. 한편 우익 시민들은 행사를 연기하면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22일 아사히 신문을 인용하여 한국만이 아니라 중국과 관련된 강경외교 공약추진도 유보(留保)할 가능성이 크다고 시사, 외교노선이 다시 번복된 느낌을 주었다. 이에 대한 아베 측의 해명은 나오지 않았다. 군대 보유를 명기하는 헌법개정을 위해서는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승리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주변국과 갈등을 피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여하튼 새 정권 초입부터 돌연 수정된 ‘강경하지 않은 외교노선’을 둘러싸고 찬반 공방이 뜨겁다. 아베의 ‘현란한 변장술’의 저의(底意)가 무엇인지 이를 지켜보는 우리조차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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