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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성목사의 지구촌 사랑나누기
한신대학교 신학사, 목회학 석사, 목회학박사, 미국 맥코믹신학대학 교환교수. 1992년부터 중국동포와 외국인노동자들의 노동상담을 하고 있으며 <외국인노동자의 집/중국동포의 집>, <지구촌사랑나눔>,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다문화복지센터> 대표, 연합단체 <외국인노동운동협의회> 공동대표. 저서로 <목사님, 저는 한국이 슬퍼요> 등 다수, ‘뉴스위크’선정 '2005를 빛낼 인물들 10인'. 서울신문 101주년기념 <한국을 움직이는 101인>.‘복음과 상황’이 주목한 100인의 그리스도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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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또 사람을 죽였습니다.”

글쓴이 : 김해성 날짜 : 2014-09-12 (금) 09:52:21


 

저는 못된 버릇이 하나 있습니다.

원고(原稿) 청탁(請託)을 받으면 미루고 미루다가 쓰는 버릇입니다.

늦어져 원고 마감에 몇 번씩 재촉을 받아야 써지니 언제나 철이 들까요?

 

며칠전에도 미루었던 원고를 밤 11시가 되어서야 쓰기 시작했습니다.

한 시간쯤 구도를 잡고 쓰기 시작했는데 떠밀려오는 졸음에 쓰러졌습니다.

아침이 되고 출근한 직원이 흔들어 깨우는 통에 눈을 떴습니다.

아뿔싸, 원고는커녕 두 페이지 만에 중단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편하게 누워 잠이라도 잘 것을' 하는 후회(後悔)가 들었습니다.

정신없이 하루 일과를 마친 후 다시 원고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심기일전하여 정신을 차리고 쓰다가 졸리면 세수를 하고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럭저럭 시간은 흘러 새벽 4시쯤 되었을 때 화장실로 나섰습니다.

 

지하실에서 고래고래 지르는 소리를 듣고 긴장을 한 채 내려갔습니다.

기선을 제압하느라 더 큰소리로 "왜 이렇게 떠드는 거야!" 외쳤습니다.

어두컴컴한데 저를 먼저 알아보고서 인사를 건네 왔습니다.

 

“목사님, 안녕하세요!”

 

나를 알아보는 사람인데 괜히 너무 큰소리를 내었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는 일어서지도 않고 누운 채로 ‘아파서’ 그런다는 것이었습니다.

목사가 왔는데 일어서지도 않고 누워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괘씸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술을 먹고 소리를 지르다가 괜히 아프다고 둘러 대는 것으로 판단을 했습니다.

 

화가 났지만 밖에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차마 나가라 할 수 없었습니다.

또 저를 알아보는 것이 ‘중국동포가 분명하다’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조용히 잠을 자고 가라고 부탁을 하고 들어 와 원고를 마무리 했습니다.

 

숙소로 와서 잠깐 눈을 붙이고 있는데 전화가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비몽사몽(非夢似夢)간에 전화를 받았는데 한 사람이 ‘사람이 죽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화들짝 깨어 정신없이 내려갔습니다.

 

새벽에 보았던 그 자리에 그 사람이 시멘트 바닥으로 굴러 엎드러진 채 죽어 있었습니다.

사진을 몇 장 찍고, 손을 대지 못하게 하고,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경찰을 기다리며 자세히 살펴보니 엎드린 채로 배를 움켜 쥔 모습이었습니다.

파출소 경찰, 형사팀, 과학수사팀, 소방서 대원들까지 차례로 들이닥쳤습니다.

 

이것저것 조사를 하는데 저도 본 내용을 하나하나 진술(陳述)을 했습니다.

CCTV를 살펴보니 3층에서 탁자를, 2층 소파에서 방석을 가져갔습니다.

결론은 우리나 누가 죽인 것이 아니라고 정리를 해 나갔고 사실이 그랬습니다.

그렇게 그 동포는 실려 나갔고, 장례(葬禮)를 어떻게 할까 잠시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그 날, 밤이 되고 늦게 서야 피곤한 몸을 뉘였는데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말똥말똥 정신이 또렷해지는데 죽은 동포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습니다.

저를 보고 인사를 건네 오고, ‘아프다!’고 했던 소리가 귀에 울려 왔습니다.

 

시멘트 바닥에 엎드린 채로 손으로 배를 움켜진 모습도 눈에 들어 왔습니다.

부릅뜬 눈으로 응시하는 그 눈길을 애써 외면하며 잠을 청했습니다.

그럴수록 잠은 사라지고, 어쩔 수 없이 일어나 앉았습니다.

 

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 동포의 말을 왜곡(歪曲)해서 들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아프다’고 하는데 저는 ‘술을 먹어서 그렇다’라고 판단을 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아프다고 하면 병원으로 데려 갔으면 그런 끔찍한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가장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복잡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정말 내 가족이었다면 과연 이렇게 방치하고 무책임하게 행동했을까?’ 하는 것입니다.

‘가장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라는 주님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말씀이 들려올 때 손가락을 귀에 꽂았습니다.

 

절대로 듣고 싶지 않은 말이 귓전을 맴돌며 들려옵니다.

저는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고 자백(自白)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절대로 하고 싶지 않은 외마디 말을 터트렸습니다.

 

“이 중국동포는 제가 죽였습니다.”

 

 

 

 

* 사진은 칼럼 속 특정내용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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