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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문화방송․경향신문 입사후 신문사 사회부장 경제부장 논설위원 편집국장 편집인(상무)을 역임. 한국신문윤리위원, 언론중재위원,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이사 및 언론위원회 위원장, 한국카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 등으로 활동했고 숙명여대 홍익대 대학원 등에서 강의했다. 2007년부터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심의위원으로 재직중이다. 최근 저서로 한국 언론의 문제점인 피동형저널리즘을 날카롭게 파헤친<피동형기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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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든 내 고향···아, 무섬

글쓴이 : 김지영 날짜 : 2013-08-29 (목) 05:09:28

내 고향마을이 며칠전 국가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됐다. 경북 영주의 무섬이다. 마을로는 전국적으로 일곱 번째라고 한다.


 

이제 무섬은 중앙정부의 관심과 예산이 많아지고, 더 유명해지기도 해서 관광객이 더 몰려올 것이다. 그런데 내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그래서 과연 무섬이 더 좋아진다는 것인지’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무섬마을에서 이 시간 현재까지 전개돼온 상황을 보면 정말이지, ‘국가지정’도 반갑지가 않다.


 

무섬의 원래 명칭은 ‘물섬’. 육지안의 섬과 같아 생긴 이름이다. 태백산에서 발원한 내성천(낙동강상류)이, 소백산에서 흘러오는 서천과 합수해 주변 산들과 태극모양으로 안고 또 안기면서, 마을을 350도 휘감아 돌아 나간다. 거기에 깨끗하고 고운 모래톱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천혜의 절경이라 해서 예로부터 ‘땅위의 매화꽃’(梅花落地), 또는 ‘물위에 뜬 연꽃’(蓮花浮水)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사진=영주 무섬마을 홈페이지>

 

 

세계지리학자들은 내성천을 두고 ‘세계에서 강의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지율스님이 제작한 영화 ‘모래가 흐르는 강’ 현장이 바로 이곳이다.


 

무섬은 북부 경북지방의 강한 유림 전통을 잘 보여주는 마을이기도 하다.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기와집과 초가집 등 마을에는 전통 고택이 즐비하다. 이런 마을의 외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꼿꼿한 선비정신의 전통이 일제때 치열한 항일투쟁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무섬은 북부 경북 지방에서 항일투쟁의 중요한 근거지였으며 이 작은 마을에서 다섯 분이나 독립운동 공로로 훈포장을 받았다.


 

말하자면 무섬은 자연생태와 전통, 그리고 민족정의 이 세가지 가치가 맥맥히 살아 숨쉬어온 곳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무섬의 가치들을 점점 크게 훼손해왔다. 4대강사업부터 그렇다. 무섬 4㎞ 상류에서 거의 다 지어가고 있는 영주댐은, 예상했던 부작용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은어 등 온갖 물고기가 뛰어놀던 무섬마을앞 내성천은 물고기를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댐에 막혀 내성천 모래가 흘러 내려오지 못하면서 모래톱은 계속 파여 다리 교각의 받침이 다 드러났다.


 

이번 여름, 휴가를 맞아 고향을 찾았는데 작은 딸은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모래톱에 새발자국이 많았는데 이젠 하나도 보이지 않아요···”.


 

파인 모래톱에 깨끗한 모래 대신 거무죽죽한 자갈모래가 깔리다보니 가녀린 새 발자국 무늬가 선명하게 찍힐 리가 없는 것이다.


 

당초 관련 학회에서 “왜 짓는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던 영주댐. 그나마 댐에 설치하기로 돼있던 배사구(모래가 흐르는 통로)와 어로(물고기통로)마저 건설사들의 담합으로 대폭 줄었다. 댐이 완공되고 내성천 유속이 느려지면 문제들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예전에는 당국이 도로를 내면서 무섬마을로 이어지는 산의 맥을 동강내 끊어버리기도 했다. 맥을 끊은 지점의 도로를 터널로 만들고 그 위로 생태 통로를 낼 법도 하지만 당국은 오불관언이다.


 

영주시가 7년전, 150억 여원의 예산을 들여 무섬 재정비사업을 벌일 때는 마을 곳곳에 키 큰 가로등을 세워 그 많던 무섬 하늘의 별들을 쫓아버렸다. 고택을 보수할 때는 업자들이 엉터리 자재를 쓰기 일쑤였다. ‘엉터리 자재를 쓰고 남긴 돈은 어디로 갔을까’했더니 결국 담당 공무원이 쇠고랑을 차는 것이었다.


 

 

 

 

<사진=영주 무섬마을 홈페이지>

 

 

요즘 무섬에서는 이런 저런 축제들이 연중 잇따라 열리고 있다. 주로 중앙정부나 영주시 예산으로 치러지는 이 축제들은, 대부분 흥청망청하는 향락성 행사들이다. 주민들에게 무슨 이득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좁은 ‘섬’은 몰려든 차량들로 발디딜 틈이 없지만 주차장 대책은 요원하다. 관광객과 민박투숙객들로 마을은 새벽부터 밤늦도록 소란하다. 평일에도 비슷한 광경이다.

 

 

축제에는 오락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떠들썩한 오락 일색이라는게 문제다. 자연생태와 전통, 민족정의라는 무섬의 가치를 반영하는 행사는 보이질 않는다. 일제때 한글교육과 민족교육, 농사교육을 실시한 주민 자발적 교육기관이자 항일운동의 구심체였던 아도서숙(亞島書塾). 이 주목할 만한 역사 자료를 복원해 전통교육이나 역사교육, 또는 관련 문화행사로 무섬의 가치를 공익적으로 조명하자는게 주민들의 오래된 숙원이다. 그러나 영주시는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다.


 

마을안 사료전시관의 무섬 항일투쟁사는 왜곡돼 있다. 누가 지도하고 누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서술해 놓았다. 씨족간, 집안간 처지를 배려한 조처라는게 마을주민들의 전언이다. 사실이라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시민의 대의기관인 시의회조차 아예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알고 저지르는 죄’ ‘모르고 저지르는 죄’ 속에서 무섬은 멍들고 있다. 하기야 문화적 특성이 있건 없건, 자치단체 재정이 적자를 보든말든 축제판이 벌어지는 곳이 어디 무섬뿐일까. 중요 민속 문화재로 지정하면서 당국이 우선 해야할 일은 분명하다. 진정한 가치를 살리는 일이 과연 무엇인지, 그 인식부터 새롭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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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천주교 평화신문 8월 30일자 칼럼으로 실린 글입니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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