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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화의 Shall we dance
한국무용은 Boring하다?! 신명나고 아름다운 한국무용의 재발견에 앞장서고 있는 젊은 무용가! 안무, 영화, 사진, 그림 등 넓은 분야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는 그녀를 통해 무용은 물론! 무대 뒤, 베일에 싸인 공연가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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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추는 춤

글쓴이 : 김기화 날짜 : 2011-03-01 (화) 14:08:19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공연들, 찬란한 조명, 화려한 드레스 그리고 마음을 울리는 격렬한 비트.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공연에서 감동을 받을 수 있는가?

 


“공연이 참 감동적이었다” 라고 말을 하는 화자(話者)는 보통, 관객들이다. 실제로, 공연에 대해 공연자들이 느끼는 감동의 횟수는 관객들보다 현저히 낮다. 아무리 좋은 공연을 펼쳤다 하더라도 공연자들에게는 많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관객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자그마한 실수까지도 공연자에게 아주 큰 자신감 결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사실, 공연자들의 이러한 성향이 관객들에게 보다 더 나은 공연을 제공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공연자들 또한 너무나도 좋은 공연이 됐을 때, “참, 감동적인 순간이었다!”라고 말한다. 물론, 공연자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한 퍼포먼스를 선보였을 때, 스스로 감동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순간보다 더 큰 감동, 형언 할 수 없을 만큼의 큰 감동을 받는 때가 있다.

무대위에 서면 수 많은 관객들은 나를 보고 있다. 이 순간 그들과의 기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며, 반드시 승리할 것을 이야기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나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무용수로서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카리스마는 필요하지만 그들을 이겨 버렸을 경우, 나에게 있어서 그날의 공연은 실패한 공연이 된다.

 


다시 감동의 순간으로 돌아가보자. 공연자가 공연 후에 갖는 최고의 순간은, 수십 수백명의 관객들과 공연자가 하나로 융화(融和)되는 순간이다. 무대 위에 공연자가 서면, 관객들의 기가 느껴진다. 설렘과 기대에 가득차, 의자에서 이미 반쯤 튀어 나온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팔짱을 낀 채 ‘어디, 얼마나 잘 하나 보자!’ 하고 기 싸움을 준비한다.

이런 순간에 공연자는 무슨 생각을 할까? 다양한 취향과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예쁘게 봐주세요~!”하고 아양을 떨 시간이 없다. 무대에 서는 순간 바로 집중을 하고 작품 속의 나로 녹아들어야 한다.

그 작품 속에 녹아들고,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앞에 앉은 많은 사람들에게 내 몸으로 조근조근 이야기를 나눌 때, 비로소 다양한 색깔이 묻어나던 관객들이 무용수와 하나의 색이 되어 함께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무언의 대화, 무언의 소통. 느껴보지 못한다면 그 순간을 말로 전하기가 매우 어렵다.

필자는 한국의 아름다운 춤을 세계 속에 알리고자 뉴욕에서 다양한 공연을 가져왔다. 다양한 문화적 색감이 교차되는 페스티발, 관객들의 숨소리마저 위대한 퍼포먼스로 만들어 버리는 소극장 공연, 목적과 취향이 다양한 사람들이 붐비는 길거리 공연, 누군가를 축하하기 위한 아름다운 공연, 비오는 날의 야외 공연 등 다양한 공연들을 경험해 보았다.

그러나 그 순간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공연이 있다. 내로라하는 화려한 공연장도 아니고, 무용수들에게 페이를 넉넉히 주는 대단한 서포터스들이 있는 곳도 아니다.

그곳은 바로 양로원이다.

 


어릴 적, 무료 봉사를 많이 다니시던 어머니께서 나를 데리고 갔던 곳. 할 줄 아는게 없어, 식사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도우며 말동무가 되어드렸던 그 곳. 사람이 그리워, 한 번 잡은 내 손을 꼭 쥐고서 놓아주지 않던 쭈글쭈글 할머니의 손이 그리워지는 그 곳.

이제, 성인이 되어서는 내가 도와 드릴 일이 더욱 많아진 것 같아 참으로 기뻤다. 또한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할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뉴욕에서 만난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그 흥겨운 어깨 춤 조차 들썩 거리지 못하셨고, 자신의 기쁨을 겉으로 드러내기도 힘드신 분들이었다.

어쩜, 그런 사실도 모른 채 무대에 올랐는지도 모른다. 공연을 하는 내내 목석(木石)같이 앉아계신 그분들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선물해 주지 못한 것에 그리고 감동을 선물해 주지 못 하고 있는 것에 참으로 죄송했다.

 


양로원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위한 내 마음의 선물을 무대 위에 가득 채워놓고, 나는 내려왔다. 이어진 식사시간에 그 분들과 직접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감동을 선사해 드리지 못했다는 생각에, 그 분들께 다가가는 것이 조금 망설여졌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 말동무라도 되어드리자 하고 다가간 할머니께서는, 내 어릴 때의 기억처럼 힘을 주어 손을 꼭 잡으신다. 힘겹게 하시는 말씀은 내 가슴을 치고 말았다.

“정말 고맙소. 내가 이민을 온지도 너무 오래 되었고, 거동이 힘들어 이 곳(양로원)에서 밖으로 나가 우리의 문화를 볼 길이 없었는데, 이렇게 우리를 찾아와 아름다운 한국 춤을 보여 주니 참으로 고맙소. 내 생에 처음으로 춤을 봤고, 이것은 내 생에 마지막 춤이 될지도 모르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내년에 또 와줄 수 있겠소?”

가슴이 벅차오르고 마음이 아팠다.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문화 전도사가 되겠다며, 수도 없이 공연을 가졌던 나였다. 그러나 지금 내 앞에 휠체어를 타고 계신 이 할머니께서는 오늘 보았던 공연이, 인생의 첫 공연이었고 또한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공연이었다.

“네, 할머니! 꼭 오고 말고요. 내년이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언제든지 찾아오지요!”

 

마음 속으로 할머니께 외쳤다. 차마 소리내어 대답하지 못했다.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에서였다. 할머니와의 대화 후, 나는 오늘 정말 최고의 감동이 흘러넘치는 공연을 하였구나! 하고 다시 한번 벅차오르는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목석같이 앉아 계시던 할머니 할아버지의 마음 속에 큰 기쁨이 흘러넘치는 모습이, 앙상하고 가녀린 그분들의 어깨가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내 가슴에 와 닿았다.

그 동안 느껴왔던 그 많은 감동들이 거짓말처럼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갔다. 내가 원하는 감동만을 찾아다닌 것은 아니었을까..? 항상 밖에서 찾으려 했던 화려한 감동들은, 작은 호흡으로 언제나 내 곁에 상주하고 있었다. 그 호흡(呼吸)들이 너무나 작아서 미처 발견하지 못 한 것이 아니었다. 화려하고 강렬한 호흡에 이끌려, 숨죽여 대화를 시도하는 이 작은 호흡들을 애써 마주하려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느껴 본 감동의 순간들은 언제였습니까?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그 작은 호흡들과 함께 대단한 감동을 만들어 나가지 않으시겠습니까?


 


한동신 2011-03-02 (수) 11:36:44
야아, 신난다! 우리는 또 한사람의 멋진 글과 사진을 만나게 되겠군요!!!!
반가와요 기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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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화 2011-03-02 (수) 16:39:29
반갑게 맞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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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아 2011-03-03 (목) 01:00:52
감동의 글과 더불어 실감나는 포토가 있는 새로운 칼럼을 접하게 되어 너무 좋습니다. 자랑스런. 우리것ㅈ지킴이로 더욱 빛나는 칼럼도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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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혜 2011-03-03 (목) 21:30:59
기화님에 컬럼 아주 멋지게 잘보았습니다 ~~대한민국의 자랑를  멀고먼 타국에서
한치의 부끄럼 없이 많이 많이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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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자 2011-05-07 (토) 11:25:23
내나라 내 땅에서도 노년은 외로운 법인데, 이국 만리 머나먼 타국에서 맞는 노년의 외로움이야 말해 무엇하리요?  그 메마르고 삭막한 마음을 촉촉히 적셔드릴 수 있는 시간들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멋진 글과 사진 잘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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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춘 2011-07-16 (토) 22:34:34
아름다운 마음 ! 그리고 실천 ! ^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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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혜 2011-07-27 (수) 16:42:04
마음이 아리어 옵니다.  먼 이국 땅에서의 향수병을 어루만져준 당신은 그분들에게서는 아마도
천사의 모습이었을 겁니다....  생애 마지막 선물일지도 모를 한국의 소리,춤,고향을 가져다준
당신....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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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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