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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화의 Shall we dance
한국무용은 Boring하다?! 신명나고 아름다운 한국무용의 재발견에 앞장서고 있는 젊은 무용가! 안무, 영화, 사진, 그림 등 넓은 분야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는 그녀를 통해 무용은 물론! 무대 뒤, 베일에 싸인 공연가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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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음악을 선물하기

글쓴이 : 김기화 날짜 : 2011-07-16 (토) 03:24:37

나에게는 특별한 친구가 한 명 있다.

그 친구는 8살 때부터 귀가 안 들리기 시작했고, 점차 언어적 능력도 떨어져갔다. 나와 그 친구가 처음 만났을 때는 11살 이었다. 같은 반을 배정 받아 알게 된 그 친구는 보통 아이들만큼, 어쩌면 보다 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책도 많이 읽는 똑똑하고 착한 아이였다. 그러나 나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그가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것과 어눌한 말투를 가지고 장난을 치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두꺼운 책을 읽고 있던 그 친구에게 다가가 또 장난을 치던 나는 그 친구가 홧김에 휘두른 그 두꺼운 책에 부딪혀 이가 나가고 말았다. 그로인해, 처음으로 학교를 찾아온 그 친구의 어머니를 보게 되었다.

 


선생님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그 친구의 어머니는 부러진 내 이를 보며 나에게 정말 미안해 하셨다. 귀한 딸래미 이를 부러뜨렸다고 내가 보는 앞에서 오히려 그 친구를 야단했다. 친구의 어머니는 친구로부터 왜 책을 휘두르게 되었고 내 이가 부러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미 자초지종(自初至終)을 다 들은 후였지만, 진심으로 사과하며 위로해 주셨다. 누가 봐도 원인제공은 내가 하였고, 또 응당 받아 마땅한 행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의 어머니께서는 쉴 새 없이 미안하다고 하셨다.

그러는 동안 나의 어머니께서도 사고(?) 소식을 접하고 학교로 달려오셨는데, 자초지종(자초지종)을 듣더니 당연히 나를 심하게 꾸짖으셨다. 그리고 오히려 그 친구와 그의 어머니께 미안하다고, 내 아이가 아직 많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니 용서해 달라고 하셨다. 나는 그 때로부터 1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 일이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부끄럽고 죄송하다. 하지만 그 사건은 내가 변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친구를 바라보는 시각, 태도, 생각 모두가 변했고 그 친구와 더욱 가까워졌다. 덕분에 우리 어머니와 그 친구의 어머니 또한 가깝게 지내셨다. 내가 여자 중학교를 가고 먼 곳으로 고등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점차 그 친구와 멀어지게 되었지만 간간히 어머니를 통해 친구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중,고등학교에서도 아무런 문제없이 상위권 성적을 내고 잘 생활 하고 있다는 소식과 친구의 어머니께서 뛰어난 의사와 치료법을 찾아 백방(百方)으로 뛰어 다니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똑똑하고 착한 그 친구에게 장애(障碍)가 있다는 것이 정말 안타까웠지만, 일반학교에서 공부도 잘 하고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기뻤다. 지금 생각해보면 친구 가족의 역할이 참으로 컸던 것 같다. 키도 크시고 인자하신 아버지와 애교 많고 매력적인 어머니, 형을 위해 많은 헌신을 하는 착한 동생. 그 가족들을 보면 참 밝다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물론 사람들 앞에서 말 못할 눈물도 많을 흘렸을 것을 안다. 그러나 아들을 위해 밝고 당당하게 살아가시는 그의 부모님을 보면서 깨달은 바가 많았다.

고등학교 때, 그 친구와 우연히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다시 연락하기 시작했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가끔씩 연락이 되곤 했다. 멀리 떨어져 있어 비록 만나지는 못했지만, 서로의 안부도 물으며 정을 쌓았다. 내가 미국으로 유학오기 전 고향에서 초등학교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는데, 당연히 그 친구에게도 연락을 했다. 사실 그런 모임을 친구가 힘들어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망설이기도 했지만, 보고 싶은 욕심에 연락을 했다.

다행히 너무나도 기분이 좋아 들떠있는 아들을 보았다며 좋아하시던 친구 어머니의 말씀을 통해 그 친구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그 소중한 친구는 멋있는 남자가 되어 있었다. 어릴 때처럼 그 친구에게 입을 크게 벌려 또박또박 이야기 해 주고 열심히 그 친구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의 짧은 만남 후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헤어졌는데 그 때로부터 2년이 흐른 지금, 그 친구를 다시 떠올리게 한 소중한 시간이 있었다.

 

지난 6월, 뉴욕에서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행사가 마련되었다. 대부분 유학생들로 구성된 NARU 무용단이 그 자리를 축하하게 된 것이다. 너무나도 감사하고 뜻 깊은 자리이긴 한데, 소리를 듣지 못하는 분들에게 어떻게 우리의 무용을 잘 보여줄 수 있을까? 라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요즘은 음악 없이도 춤을 추는 작품들도 많이 있지만, 행사 관계자분은 전통춤을 원하셨다. 무용에 있어서 음악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음악을 듣지 않고도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내 몸이 악기’라는 생각을 갖고 음악이 주는 그 감흥을 몸으로 실어나르는데에 집중하며 연습을 했다. 한국무용의 가장 큰 무기는 ‘흥(興)’이다. 내 몸이 ‘흥’을 타려면 내가 더욱 음악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음악을 듣고 또 들었으며 그 선율에, 리듬에 담긴 감정을 세밀하게 느끼려고 노력했다. 이 과정은 나에게 정말 크나큰 도움이 되었다.

   

공연날이 왔다. 청각보다는 시각에 많이 의존할 관객들을 위해 어느 때보다도 정성스레 의상을 손질하고 나의 표정을 잘 받쳐줄 수 있도록 화장을 했다. 그리고 공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그 분들을 위해 기도하고 나의 진심을 담아 춤을 출 수 있도록, 나의 진심이 내 몸을 타고 흘러 나올 수 있기를 기도했다.

놀라운 사실은 행사 진행 스태프들마저도 대부분이 청각장애인들이었다는 것과, 리셉션과 행사진행이 그토록 고요하고 매끄러웠던 적은 처음이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행사가 진행되는 중에는 서로 ‘말’로써 상처를 주고 의견대립으로 인해 시끌시끌한 광경을 많이 보게 되는데, 하나같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좋았다.

NARU 무용단 공연에 앞서 필리핀 전통 무용공연이 있었다. 많지 않은 무용수들이 30분을 채우려 무대와 대기실을 왔다갔다 의상을 갈아입으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꼭 우리 무용단의 사정과 비슷한 것 같아 격려 해주게 되었다. 이윽고, 우리 차례가 왔고 플로어(floor)의 한 가운데 마련된 무대에 서니 반짝이는 아름다운 눈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곱고 화려한 우리의 한복(韓服)에 감탄하며 연신 플래시를 터뜨리며 셔터를 눌렀다. 관객들이 음악은 들을 수 없지만 그 파동(波動)은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공연을 하게 되었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공연이 계속되어 갈 수록 관객들의 얼굴에는 미소와 감동이 퍼져나갔다.

사실, 내 공연 사상 최고의 반응이었다. 판단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냉소적인 눈빛 속에서 공연을 하다가 이따금씩 보이던 그 따뜻하고 아름다운 눈길이 모두 모인 이 곳에서 춤을 추니 긴장(緊張)은 사그라들고 내 몸에서 절로 음악이 흘러나왔다. 춤을 추고 있는 나 역시 너무나도 감동이 되었다. 대다수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불편 한 삶을 살아 갈 것 같은 이 사람들이 나의 삶을 바라 볼 때, 내가 도리어 불편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며 주어진 환경에 불평하고 겸손하지 못 했던 나의 삶을 되돌아 보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이렇게 좋은 관객들을 위해 춤을 출 생각을 왜 단 한 번도 못 해보았을까? 라는 생각이 밀려왔다. 음악을 듣지 못하기때문에 무용공연을 제대로 즐길 수 없을 것이라는 나의 오해(誤解)와 편견(偏見)은 이번에도 그들이 먼저 내민 손을 잡게 하였다. 어릴 적 나에게 먼저 용서를 구한 그 친구의 어머니께서도 나를 감동시키고 변화되게 하셨듯이, 그들이 내게 내밀었던 손은 참으로 따뜻했고 오히려 나를 감동시켰다. 아마도 나뿐만 아니라 내 동료 무용수들과 관객들 모두가 각자의 환경 속에서 깨달은 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 번의 제대로 된 공연은 많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나는 이제 모든 가능성을 열고 먼저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무용수’가, 또한 변화의 중심에 서서 변화의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씨앗’이 되고 싶다.


 

* 위의 사진들은 글에서 언급한 공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들 입니다.


재이뷔배 2011-07-16 (토) 03:44:45
김기화님, 자신이 갈고 닦는 재능을 대중과 깊이 나누는 아름다운 마음을 읽었습니다. 원하시는 길, 열망하는 그대의 꿈,  꿋꿋이 밀고 나가길. J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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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혜 2011-07-16 (토) 21:51:50
쭉~~읽어 내려가며 감동의 전율이 흐름니다 ^^*
한국의 작은 숙녀가 이렇게 아름다운 생각과 사랑이 온세계에
전해질수 있었다는것은 나를 버리고 또다른 하나의 삶을 가슴으로 마음으로 풀어야하는
몸짓이라 해도 될까요 ~~^^* 많은 사랑 마음으로 원없이 표현하고 마음것
꿈을 펼쳐 나가시길 바랍니다 ^^*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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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춘 2011-07-16 (토) 22:47:51
너무나 아름다운 마음 ! ^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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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신 2011-07-17 (일) 19:18:24
김기화선생, 청각장애인의 단체모임의 이름을 이메일로 알려주세요.
veronica239@verizon.net
김기화선생의 글을 읽으면 '아니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말을 항상 떠오릅니다.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세상에 바치는 한국의 아름다운 여성, 우리 김기화,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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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자 2011-07-24 (일) 01:29:59
참으로 가슴 뭉클한 얘기네요. 님의 따뜻한 마음이  절절이 그대로 느껴지는 글입니다.  단단한 씨앗으로 풍성한 열매 맺으시기를~~!!  자랑스러운 대한의 딸 ~~!! 힘내고 아자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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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훈 2011-07-24 (일) 19:08:21
춤은 언제나 아름답고 꽃처럼 이쁜모습으로만 보여지는데 이글를읽고 비춰지는춤은 새롭게보여지고 춤속에보여지는 무한대의뜻이 한없는 상상속으로 빠져들게 하는군요 김기화 님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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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혜 2011-07-27 (수) 16:27:47
춤이라는 생소한 것에서 꺼집어내서 나로하여금 같이 춤추게하시는 님이 많이 보고싶습니다.
마음이 몸으로 표현되어 지든 그 시간들의 전율이 함께 느껴지는 이 순간에 나도 공연에 함께한
청각장애인이 된듯합니다~~~~ 님이 보내줄 또다른 몸짓의 전율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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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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