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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화의 Shall we dance
한국무용은 Boring하다?! 신명나고 아름다운 한국무용의 재발견에 앞장서고 있는 젊은 무용가! 안무, 영화, 사진, 그림 등 넓은 분야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는 그녀를 통해 무용은 물론! 무대 뒤, 베일에 싸인 공연가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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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가 유희라씨와 공연이야기 <1>뉴욕의 숨은 무용가찾기

글쓴이 : 김기화 날짜 : 2012-01-04 (수) 08:02:41

한국전쟁.

한국에 있는 동안 전쟁의 ‘한’이 서려있는 춤을 많이 춰 왔다. 대학시절, 한국전쟁을 바탕으로 한 ‘그 한 여름’이라는 작품을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 한 적이 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국 전쟁을 이야기 할 때, 뼛속까지 저려오는 슬픔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나는 ‘그 한 여름’이라는 작품으로 연습실에서 그리고 무대에서 피난, 이산 가족, 전쟁의 아픔과 슬픔들을 경험하면서 1950년대를 간접적으로나마 느껴 보았던 것 같다. 사실 그 작품을 하지 않았을 때에도‘한국인’으로서 ‘한국전쟁’을 정말 가슴 아프게 여겼다. 말 그대로 동족상잔(同族相殘)의 고통이 아닌가!

 

이곳 뉴욕 땅에서 <160 Miles>라는 북한 이야기가 무대 위에 올랐다. 정말 우연찮게도 미국시간으로 <160 Miles>가 무대에 올려지기 1시간30분 전에 김정일이 사망하였다. 뉴스를 접한 공연 관계자들과 많은 관객들은 묘한 기분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2011년 12월 16일과 17일 오후 8시, 이틀 동안 무대에 올려졌던 이 작품은 관객에게 전해지는 메시지가 분명했다. 남한과 북한 사이의 비무장지대의 간격을 뜻한 작품 <160 Miles>는 독재정권 아래 살아가는 북한 사람들의 내면세계와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을 묘사한 무용 작품이었다.

공연장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벽에 걸린 김일성, 김정일의 사진에 예의를 표해야 했다. 단 한 사람도 그냥 지나칠 수 없도록 인도하는 안내양은 입을 꼭 다문 채 사진에 목례(目禮)하는 관객들에게만 팜플렛을 나누어 주었다.

 

물론 그 사진 프레임 안의 사람은 얼굴을 알아 볼 수 없게 검은 색의 형체만 있었다. 태어나서 단 한번도 김일성 김정일의 사진에 목례를 하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나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참으로 인상적인 공연의 시작이었다.

작품은 여태까지 많이 봐왔던 분단의 설움보다는 남한과 북한의 대립관계,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삶, 탈출 그리고 또 다시 이어지는 전쟁 등 불안한 감정 상태와 현실을 조명하였다. 한국전쟁을 조명할 때, 남한 사람들은 전쟁 이후에 남겨진 고통스러운 삶과 분단의 서러움을 보통 남한쪽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러나 <160 마일>은 한국전쟁 이후의 북한 사람들의 삶에 집중하였는데 그것이 나를 흥미롭게 했다.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해 무대 위에도 다양한 무대연출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런 공연들이 이 시대에 주류를 이룬다. 테크놀로지는 작품을 풍성하게 해주고 테크놀로지에 젖어 있는 이 시대의 사람들은 그것에 만족해하며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하기도 한다.

160마일은 무대에 그 흔한 프로젝터 영상도 띄우지 않았다. 간단한 아이디어만으로도 기발하고 아름다운 무대연출을 했고, 오히려 그래서 북한을 더욱 제대로 느낄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공연이 끝난 후, 안무가(按舞家)가 누구이며 작품이 어떠한 의도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났다.

 

공연 후 6일 만에 안무가 유희라씨와 만남을 가졌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왜 남한이 아닌 북한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까?’라는 것이었다.

그 배경은 무용가가 살아온 환경과 많은 연관이 있었다. 1년 동안 있었던 한국의 국립 발레단을 그만 두고 간 곳이 소련(蘇聯)이었으며 독재정치가 있었던 그 곳의 문화가 그 나라 시민들의 삶을, 그들의 내면을 이해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 곳에 있는 동안, 남한으로 망명(亡命)한 자들이 남한에서조차 행복하게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듣게 된다. 북한에 남겨진 가족들이 망명한 자신들 때문에 어마어마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을 뻔히 알고 있기 때문에 남한으로의 망명이후에도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때, 예술가로서 ‘무언가 이야기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또한 북한의 인권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김정일리아’를 만든 N.C. Heikin과도 인연이 있어 작품이 완성되기 전에 많은 대화를 나누었던 것이 북한 내의 관점으로 작품이 구성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무용수들이 모두 백인이었는데, 공연을 준비하면서 흥미로운 점들이 많았을 것 같아 그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총 4장으로 이루어진 작품 중 3장은 수근거리는 사람들의 입소리로 시작된다.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는 없지만 입술 사이로 빠져나오는 바람 소리가 무대를 가득 메울 때 쯤, 무용수가 그것에 반응하여 고통스러움을 표현하는 부분이 있다. 독재 정권 아래에서 ‘말’을 조심하고 ‘말’에 의식하며 살아가는 북한 사람들의 내면적 고통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안무가의 의도였다.

그러나 이 작업을 백인 무용수들과 진행하면서 큰 문화적 차이를 느꼈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의 ‘말’을 의식하여 스스로 행동과 말을 자제(自制)하며 살아가는 한국의 문화가 ‘예, 아니오’가 분명한 미국인들에게는 예의를 위한 ‘아마도’와 같은 중립적인 감정과 그것으로부터 오는 불편함과 고통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 장면에서 안무가 자신은 느낌이 너무 많이 왔었는데, 무용수들에게 설명을 해줘도 그것에 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160마일>을 작품으로 만들게 된 안무자의 의도는 이러하다.

“독재자들은 자신만의 사고방식에 빠져서 모든 것을, 세상을 바꾸거든요. 북한은 ‘브레인 워시(Brain Wash)’가 되어 사람들이 바뀌어져 있잖아요. 세뇌교육(洗腦敎育)으로 자신들이 행복 한 줄 알잖아요. 외국에 있다보니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라는 것을 알았어요. 항상 베일에 쌓여 있으니까.. 항상 아쉬웠어요. 뭔가를 이야기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희생양(犧牲羊)이잖아요. 그곳에서 태어났고 그것이 행복한 삶이라 받아들이고 사는 사람들을 굳이 건들일 필요가 있는가 하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옳지 않은 것이잖아요. 언젠가는 열려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고, 이제 세번째 정권이양 이야기도 들리고…빠르면 빠를수록 좋겠다 생각했어요. 워낙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도와주려는 사람도 없었어요. 장소가 좋았던 것 같아요. 뉴욕이니까 가능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북한은 가보지 않았지만 내가 북한 사람이 되어서 이야기를 해야겠다 라고 생각했어요.”

한국 무용가로서 <160 Miles>의 안무가 유희라씨와 나누었던 대화는 참으로 흥미로운 점들이 많았다. 북한에 가보지 않아서 상상 밖에 할 수 없었다는 안무가.

“예술이니까 내가 미래를 상상하고 만들 수 있었어요. 과거나 현재는 이미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내가 바꿀 수는 없잖아요. 그렇지만 미래는 내가 상상으로 쥐었다 놓았다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구요. 그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이건 예술이 가진 가능성이에요. 미래에는 과연 휴전선(休戰線)이 없어질까? 사람들은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 3.8선이 잔해(殘骸)로 계속 남아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 이런 저런 상상을 하며 작업을 하는게 재미있었어요.”

공연을 본 후, 안무가와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은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다. 이야기를 통해 서로에게 상상하지 못했던 피드백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선물인지 모른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편견(偏見) 속에 ‘해설이 있는 무용’이 많이 생겨나고, 대중화를 위해서 한국무용 또한 고전을 잘 살린 현대적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공연 후에 극장에서 이루어지는 ‘관객과의 대화’ 또한 그러한 노력이다.

 

<160 Miles>공연이 끝난 후, 북한에 다녀오신 분이 무대로 나와서 마치 헐리우드의 영화 세트장 같았던 도시의 한 측면과 진짜 북한의 삶과 분위기에 대해서 관객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인으로서 기분이 조금 이상하기도 했다. 선 하나만 넘으면 갈 수 있는 곳을 우리는 자유롭게 넘지 못하고 하나의 뿌리를 가진 민족에 대한 이야기를 미국인에게 듣는다는 것.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었다.

그러나 공연을 통해, 예술을 통해 역사를 제대로 알고자 하는 욕망이 일었고 다시 한번 우리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것이 예술이 가진 힘이라 생각한다.

기회의 땅으로 알려졌던 미국은 이제 그것이 옛말이 되었을 정도로 실력 있는 사람들이 부푼 희망과 함께 꿈을 펼치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 중 뉴욕은 그 어느 곳 보다 ‘치열한 꿈의 승리’가 이루어지는 곳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그 기회를 어떤 면에서 보느냐에 따라, 이미 지나간 옛말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현실이 되기도 한다. 유희라씨의 말에 의하면 뉴욕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무한한 기회의 땅이라 쉽사리 떠나기가 힘든 곳이라고 말한다. 꿈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과 열정만 있다면 무한히 열려진 기회의 문으로 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0살 때 부터 발레를 시작한 무용가 유희라씨는 한국에서 이화 여자대학을 졸업하고 1년 동안 국립 발레단에서 활동을 한 뒤 소련으로 건너간다. 이후, 호주에서 5년 동안 무용단 생활을 하고 또 개인적으로 무용단을 창설, 활동을 했다. 호주에서는 클래식 발레보다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무용을 많이 했으며, 2007년 뉴욕으로 건너 왔을 때에는 이미 ‘발레리나’ 보다는 현대적인 무용가로서 메시지를 담아 표현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한동신 2012-01-04 (수) 12:45:56
역시 누워있는 사람도 벌떡 일으켜 세운다는  '뉴수로'나라의 국화 '김기화로'다-
새해는 김기화의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그러면 자연히 '뉴수로'국이  번성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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