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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화의 Shall we dance
한국무용은 Boring하다?! 신명나고 아름다운 한국무용의 재발견에 앞장서고 있는 젊은 무용가! 안무, 영화, 사진, 그림 등 넓은 분야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는 그녀를 통해 무용은 물론! 무대 뒤, 베일에 싸인 공연가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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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 맛 나는 춤 박수연<3> 뉴욕의 숨은 무용가찾기

글쓴이 : 김기화 날짜 : 2012-04-21 (토) 14:08:38

12살이 되던 해,무용의 ‘무’자도 모르고 시작했던 무용은 이제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는 나의 삶이 되었다. 한국 춤을 사랑하게 되면서 그 춤과 함께 호흡하고 疏通(소통)하며 살아가는 것은 나의 큰 기쁨이며 활력소가 되었다. ‘춤 바람 난다’라는 말이있다. 춤의 매력이라면 춤을 한번쯤 추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나도 ‘춤 바람’이 났다. 가끔 20년 후의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춤을 바라보는 나의 모습과 그 삶을 말이다.

여전히 매서운 겨울바람이 귓볼을 스칠때 쯤, 맨하튼 에디슨 볼룸에서 있었던APAP(Association of Performing Arts Presents) 쇼케이스를 보게 되었다. 태생이 정열적인 멕시코 댄스 (칼풀리 무용단), 땅의 기운을 가득 품은 브라질 댄스 (올레군드 무용단) 그리고 크고 깊은 긴 한 숨으로 풀어내는 한국 무용, 쌍승무가 한 무대에 올랐다. 뉴욕에서 활발하게 한국 음악을 알리고 있는 박봉구 선생님의 장구소리로 신명나게 공연의 막을 올렸다.

 

▲ 흥춤, APAP

공연의 시작에서 부터 마지막까지 함께 한 라이브 연주는 각국의 화려한 의상과 각기 다양한 스타일의 움직임이 잘 어우러져 공연장에 더 깊은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민속춤’ 혹은 ‘전통춤’이라 불리우는 춤에는 공통적으로 그 나름의 ‘흥’이라는 것이 있다. 멕시코 춤에도, 브라질 춤에도 관객의 흥을 돋구는 특유의 리듬감이 있었다.

우리의 춤에도 이 두 나라와는 조금 다른 성질의 ‘흥’이 있다. 특히 ‘승무’는 무용수의 내면에서 생성되어 몸짓으로 흘러 나오는 흥과 法鼓(법고)를 두드리는 순간에 그 장단을 타고 흘러 나오는 흥이 있다. 절제되었으나 순간순간의 강렬함이 전해지는 그 고요한 몸짓이 승무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생각 된다. 승무를 글 속에 잘 표현한 조지훈님의 <승무>가 떠오른다.


 

▲ 승무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불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 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 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목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조지훈의 <승무> -

이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승무를 이보다 더 아름답게 표현 할 수 있을까?


 

▲ 승무

한국 춤은 흥이 많은 춤이다. 그러나 한국 춤의 대표격인 승무를 흥겹게 보는 사람들은 드물다 .나에게도 살풀이와 승무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굉장한 忍耐(인내)를 요구하는 춤들이었다. 그러나 직접 승무를 추면서부터 그 춤 내면에 숨겨진 흥이 얼마나 많은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 내면의 흥이 몸짓으로 표출되고 관객에게 전해 질 때 무용가와 관객은 비로소 살아있는 춤을 느끼게 될 것이다. 승무의 꽃, 그 절정은 법고가 울리는 순간에 있다. 점잖히 절제하며 끌어올린 춤의 흥을 시원한 북의 울림으로 그 장중함을 전달한다. 생각만으로도 승무의 감동이 벅차오른다.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 버선이여…’


 

▲ 살풀이 춤

승무의 주인공은 바로 뉴욕에서 한국 춤을 30년 동안 지켜오신 박수연 선생님이다. 춤을 추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했던가? 공연 후 뵌 박수연 선생님의 얼굴은 생기가 가득하였다. 뉴욕 한국 전통 예술 협회 회장이자 Sound of Korea의 예술감독인 박수연 선생님은 Korean Performing Arts Center를 운영하고 계신다.

타임스퀘어 근처에 있던 스튜디오를 한인타운으로 옮기게 되면서 동포사회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2, 3세들에게 한층 더 발전된 전통문화 교육활동을 이루어 나가고 있다. 이 스튜디오는 60-70석 정도의 소극장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 Korean Performing Art Center, New York

박수연 선생님은 1982년, 뉴욕에 정착하여 올해로 꼭 30년이 되었다. 해마다 뉴욕에서는 청과상조의 주최로 추석맞이 행사가 크게 열리는데, 그 곳에서 가장 처음 살풀이를 추신 분이 박수연 선생님이다. 제대로 갖추어진 의상 한 벌 없이 장고 춤 의상에다 명주천 대신 깔깔이 수건을 들고 살풀이 춤을 추어야 했다.

그 당시에는 연습장소도 없었고, 퀸즈의 ‘플러싱 메도우 파크(Flushing MeadowsCorona Park in Queens)’에서 연습을 하다가 비가 오면 고가도로 아래에서 연습을 해야 했다. 그 곳에서 북도 치고 장구도 치며 힘들게 연습했던 시간들이 기억에 오래 남아 현재까지도 그 곳을 지나칠 때면 많은 기억들이 떠오른다고 한다. 그렇게 고생도 많이 했지만 함께 했던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 올해부터는 더 많은 사랑을 나누어 주고 싶어하신다.

 


그러나 박수연 선생님은 이미 95년부터, 미국으로 入養(입양)된 한국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캠프 프렌드십>에서 많은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캠프 프렌드십>은 1984년에 입양가족 부모들이 주축이 되어 시작된 행사로,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인자녀들에게 한국 문화를 가르칠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소그룹으로 시작된 이 행사는 현재 100가족 정도의 규모가 모이는 아주 큰 행사로 발전하였으며 유치원부터 8학년까지 참여한다.

이 프로그램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국으로 건너가 진도 땅끝 마을의 국립 남도 국악원에서 2주간의 프로그램으로 이어진다. 국립남도 국악원 금요 상설 무대에서 2주 동안 배운 것을 전문 선생님들과 함께 공연도 하고, 도자기 만들기, 녹차밭 및 염전 경험 등 학생들은 한국에서 ‘산 체험’을 하고 미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올해로 7회째가 되는 모국방문 체험은, 모국에서 부모님을 찾고자 하는 목적보다는 미국 국민으로서 자라났지만 자신의 뿌리도 건강하게 잘 받아들여 양국의 힘이 되는 사람으로 자라나도록 이끌어주기 위한 노력으로 시작 되었다.

   

▲ 국립남도 국악원과 함께한 금요 상설공연

1994년, 이 캠프에서 한국 무용을 추게 된 인연으로 현재까지 행복한 나눔을 하고 있는 박수연 선생님은 이제 예술가로서, 교육자로서 다음 세대를 위한 노력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춤은 자신의 인생이고, 내면을 다스리는 예술이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

또한 박수연 선생님은 미국에서 National Heritage Fellow 로 지정 되었는데 젊은 춤꾼들을 잘 발굴하여 다음 세대를 이어갈 전수자를 만드는 것도 그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춤을 추는 사람의 앞 모습 보다는 뒷 모습을 보신다는 박수연 선생님. 예의 있고 겸손한 마음을 갖추어야 그 춤 사위도 아름답게 나오는 법이다. ‘저~ 만치 가거라 뒷태를 보자!’ 춘향가에서 나온 소리를 인용하셨다.

마음이 담겨져 있지 않은 춤에는 그 향기가 없듯이 예의와 겸손함이 배어 있지 않은 무용수의 움직임은 ‘짓’에 불과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서두에서 20년 후의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했다. 박수연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어쩌면 현재의 모습과 20년 후의 나의 모습은 크게 달라져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현재도 ‘나’는 ‘나’이고, 미래에도 ‘나’는 ‘나’인 것이다. 이제 춤에서 청국장 맛이 난다고 하시는 박수연 선생님 처럼, 깊이가 점점 더해가고 향이 짙어진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 박수연 회장

인간 문화재 이매방류 살풀이춤 전수자

인간 문화재 이매방류 승무춤 이수자

2008년 미 연방정부 예술위원회(NEA) “National Heritage Fellowship” 수상


노창현 2012-05-07 (월) 07:46:35
박수연 선생님, 이번에 티벳 사찰 행사에도 오셨지요. 한인사회 행사에서 자주 뵈었는데 김기화님 글을 통해 특별한 비화를 많이 알게 되었네요. 늘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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