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와 휘발유로 움직이는 혼성 자동차를 하이브리드(hybrid) 라고 하듯, 우리의 문화와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접목시켜 만들어낸 제품들 또한 문화적 하이브리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세계화를 시키는 과정에서 지역적 특정을 존중하여 그 문화에 잘 접목시켜 세계화와 지방화를 동시에 진행시키는 것을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이라고 하는데, 맥도날드가 인도 지역에서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뺀 햄버거를 판매하는 것과 사우디 아라비아 지역의 매장에서는 남녀 좌석을 구분한 구조를 선보이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추진중인 대표 프로젝트인 “떡볶이 (Topokki)”의 사례를 보면 이러한 과정이 잘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매콤달콤한 고추장을 기반으로 만든 소스에 쫄깃한 떡과 어묵을 버무려 만든 떡볶이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고추장의 매콤함이 다소 자극적 일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빨에 달라붙는 떡의 질감이 거부감을 줄 수가 있고. 영양적인 면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들의 입장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맛의 소스 개발과, 쌀떡에만 국한되지 않고 파스타를 응용한 다양한 질감의 떡볶이를 비롯, 영양적인 면을 보충하기 위해 더욱 다양한 야채와 고기류를 포함한 떡볶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기존의 떡볶이는 독창성이 뛰어나지만, 세계인을 상대로 판매하기에는 대중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지만. 일련의 포장, 개량 과정을 거치면서 세계인이 즐기는 대중적인 재료인 파스타와, 이국적인 매콤함의 타바스코 소스를 만나, 독창성과 대중성 사이에서의 타협점(妥協點)을 찾아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복 패션의 거장인 디자이너 이영희씨가 입기 힘든 한복을 개량과정을 통해 기성 한복을 제작하여 세계인들에게 판매하는 것도, 독창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최적의 타협점을 찾아 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아름다운 사찰들을 관광 상품화 하여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불교문화와 사찰의 아름다움을 느낄수 있는 “템플 스테이”또한 아주 성공적인 사례입니다.
이보다 더욱 공격적인 하이브리드의 예로는, 뉴욕에서 현지인들과 관광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New York Hot Dog & Coffee”의 예를 들 수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이 핫도그 가게를 유명하게 만들었는지는 메뉴를 살펴 보면 알 수 있지요.
기존의 미국인들이 즐겨먹는 소시지 핫도그에, 한국의 김치를 넣어 만든 “Kimchi Dog”는 물론, 불고기를 넣어 접목시킨 “Bulgogi Dog”또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데, 이는 현지인들이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핫도그에 한국 음식인 불고기와 김치를 접목시킴으로 해서 외국인들 또한 한국의 음식을 시도해 보는 데에 드는 거부감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필자와 수업을 들었던 미국인 친구 여럿은, New York Hot Dog & Coffee에서 김치와 불고기를 처음으로 접한 뒤, 정통 한국 음식을 맛보고 싶다며 저에게 한국 레스토랑을 추천해 달라고 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 3월에 펼쳐진 뉴욕대학교의 “Korean Culture Festival”에서는, 숙명여대의 가야금 공연단과 한국 B-Boy(브레이크 댄서와 비트박스, 디제이로 구성된 공연 팀)의 공연 영상을 상영하여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관객들이 한국의 전통 문화와 현대 서구 문화의 어우러짐에 관객들은 높은 점수를 준 것을 보면 한국의 것을 처음 시도하는 데에 부담을 가질 수 있는 외국인들의 거부감을 줄이는 데에 하이브리드가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독창적인 한국 고유의 문화와 현지의 문화를 접목시킨 데에는 상당한 용기와 도전 정신이 필요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만일 우리가 고유성에만 집착하여 “원형”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는 거지요. 소금에 절인 백 김치가 주를 이루었던 원래의 김치가, 임진왜란 전후에 일본을 통해 도입된 고추를 양념으로 사용하며 현대의 빨간 김치가 탄생한 것은 외국의 것을 수용하여 우리 것으로 만들어낸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원형의 유지에만 집착을 했다면 오늘날 한국을 대표하는 매콤한 김치는 맛볼 수 없었겠죠. 같은 맥락에서, 한국 식당이 전통적인 것에만 집착한 나머지 외국인들이 식사하기 불편한 대청마루만을 고집한다면 잠재적인 고객들을 잃어버릴 수도 있겠지요. 한국적 전통미를 살리되, 현대적인 모습으로 재탄생 시키는 과정을 거치면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외국문화나 외국산 재료라고 하여 무조건 배척(排斥)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것을 우리 것에 입혀서 더욱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느냐를 생각하는 창조적인 마인드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