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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뉴시스 유령칼럼 사건을 아시나요' |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11일 삼성 이건희 회장 가족이 IOC 위원직 사퇴의사를 보내왔다고 홈페이지에 밝혔습니다.
IOC는 "이건희 회장의 가족으로부터 'IOC 위원 재선임 대상으로 고려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면서 'IOC는 계속되는 병환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 회장의 가족과 마음을 함께 한다'고 썼습니다.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는 ‘한국 스포츠외교력 약화 우려’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이 회장의 IOC 위원직 사퇴가 곧 한국 스포츠 외교의 위상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지적했고 많은 언론이 받아쓰기 기사를 올렸습니다.
삼성 회장 이건희가 심근경색(心筋梗塞)으로 쓰러진게 2014년 5월입니다. 말로는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지만 초기에 일부 언론에선 사망했다는 기사가 나왔을만큼 그의 병세가 어떠한지는 확인된게 없습니다.
IOC위원직 수행은 커녕,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한지 3년도 더 됐는데 가족이 사퇴의사 전했다고 갑자기 한국 스포츠 외교력 약화라는 기사가 뜨니 이런 설레발도 없습니다. 그동안 병상에 누워 염력(念力)으로 스포츠 외교를 했다는 것일까요.
공교롭게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장충기에게 청탁하는 문자메시지 파문이 연이어 터졌습니다. 연합뉴스가 2주뒤 예정된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의 선고공판과 관련있는게 아니냐는 기사를 올렸지만 정작 알맹이는 없이 “이건희 회장의 사퇴가 한국 스포츠외교에 큰 손실”이라는 말만 장황하게 기술했더군요.
삼성전자의 미래전략실 차장이라는 자에게 언론사 간부 등, 힘있는 자들이 청탁을 위해 눈물겨운 읍소를 하는 장면들이 ‘시사인’ 기자 주진우의 폭로기사로 적나라(赤裸裸)하게 드러났습니다.
이건희-이재용 부자도 아니고 그들의 피고용자에게 정•관•언론계의 막강한 인사들이 한없이 자신을 굽히며 애걸(哀乞)하는 모습에 모국의 시민들은 같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겼을 것입니다.
대체 삼성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이길래 일개 임원에게 권부 세력이 양귀비도 울고갈 교태(嬌態)와 아첨(阿諂)을 떨까요. 제가 한국에서 스포츠기자를 하는 동안 삼성 구단을 담당한 적이 몇 번 있습니다. 하지만 스포츠 구단은 삼성그룹의 끄트머리 계열사에 불과했고 가장 높은 사람이래야 구단 사장이 고작인지라 감히 대 삼성그룹의 파워를 실감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삼성이 실로 막강한 존재이며, 특히 최고 총수에 대한 어설픈 지적질이 얼마나 큰 후과(後果)를 치르는 지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2월 당시 뉴시스통신 뉴욕특파원이었던 저는 이명박 정부가 뇌물과 세금포탈로 유죄를 선고받은 이건희를 특별사면(特別赦免)하면서 그 명분으로 평창 올림픽 유치를 내세운 것에 대해 ‘평창은 이건희를 거부하라’는 칼럼을 송고했습니다. <하단 칼럼 링크>
칼럼의 요지는 “IOC가 부패와의 전쟁을 치르는데 이명박정부가 대놓고 ‘올림픽 유치를 위해 이 전 회장을 사면했다’고 발표한 것은 치명적인 실수다. 당장에 ‘범법자를 내세워 올림픽 유치를 하려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공정하고 깨끗한 경쟁을 다짐해온 IOC가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평창과 경쟁할 다른 개최국 후보도시들이 이건희 전 회장의 로비를 집중 부각시켜 마이너스 전략을 펼 것이 뻔하다‘라는 요지였습니다.
이 칼럼은 뉴시스 통신 홈페이지는 물론, 네이버 등 포탈 사이트와 기사를 공급받는 한국의 주요 언론사, 온오프라인 등 수많은 미디어에 공급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약 두시간 후 포탈사이트를 비롯, 모든 웹사이트에서 흔적없이 사라졌습니다.
이튿날 뉴시스 국제국장과의 통화에서 칼럼이 나간 직후 삼성의 모 사장이 뉴시스 사장을 만나고 돌아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가 다녀가면서 칼럼은 사라졌고 국제국장은 “(기자의 칼럼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무력함을 토로하더군요.
삼성으로선 아픈 칼럼이었을 것입니다. 하물며 그룹 총수에 대한 비판임에랴. 일개 민영통신사인 뉴시스의 뉴욕특파원이 감히 직책도 생략한채 ‘범법자 운운’하며 평창은 이건희를 거부하라니? 오늘날의 문자메시지 파문을 볼 때 거의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대역무도(大逆無道)한 행위로 여겨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삼성의 사장이 황송하게도 직접 왕림(枉臨)한 것만으로도 뉴시스 임원들은 벌벌 기었을테고 항의든, 당부든, 명령이든 “옛 썰”하고 칼럼 증발 작전에 나선 모습이 그려지니 쓴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때 놀란 것은 포탈 사이트 어디를 검색해보아도 문제의 칼럼은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삼성은 발칙 무엄한 칼럼을 아예 증발(蒸發)시켜버린 것입니다. 언론사 칼럼을 비윗장 틀린다고 뺀 것도 모자라 증발시키다니, 박정희정권의 김형욱 증발사건처럼 모골(毛骨)이 송연(悚然)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로부터 한달도 안돼 뉴시스의 한 임원이 전화를 걸어와 “더 이상 해외 특파원을 두지 않기로 했다.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해고를 통보한 것은 오비이락(烏飛梨落)이었을까요.
삼성의 위세(威勢)는 결코 허세(虛勢)가 아닙니다. 삼성을 건드리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덕분에 결과적으로 권력과 금력에서 자유로운 ‘글로벌웹진’ Newsroh가 2010년 6월 창간됐으니 고맙다고 해야 할까요.
삼성이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최순실패거리에 부역(赴役)하고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연금을 사유화한 반국민적인 범죄행위가 낱낱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19일 저는 ‘이재용이 있는 한 삼성 제품 안쓰겠습니다’라는 칼럼을 올렸습니다. <하단 칼럼 링크>
청와대 권력을 능가하는 적폐(積幣)의 상징 이재용 일가가 퇴진하는 그날까지, 삼성이 진정 정의로운 국민 기업이 될 때까지 삼성 제품 불매운동은 계속될 것입니다.
* ‘이재용이 있는 한 삼성 제품 안쓰겠습니다’ (2017.1.19.)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no&wr_id=548&page=2
* 유령칼럼의 부활 (2010.11.26.)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no&wr_id=26&page=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