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상징이자 뉴요커의 발로 통하는 옐로 캡의 역사는 4월4일로 탄생 103년을 맞았습니다. 1909년 알버트 록웰이 맨해튼에서 시범 운행을 시작한 옐로캡은 1912년 4월4일 뉴욕에 정식으로 회사가 설립(設立)됐습니다.
오늘날 택시의 상징과도 같은 노란색 옐로캡과 운전사들에 관해 흥미로운 정보들을 한국인 기사 황길재(43 미국명 필 황) 씨를 통해 들어봤습니다.
◆ 옐로캡은 집 한 채 값?
옐로캡 면허를 메달리온(Medalion)이라고 합니다. 뉴욕시엔 총 1만3,437개의 메달리온이 있습니다. 숫자가 엄격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메달리온의 재산가치는 꾸준히 상승해왔습니다. 메달리온 한 대가 무려 100만 달러에 달한다는군요. 뉴욕 교외에서 멋진 하우스 한 채에 해당되는 가격입니다. 메달리온의 소유주는 이재(理財)에 밝은 유태계가 많고 대부분 회사 형태로 기사들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 옐로캡 기사는 미국인이 없다?
엘로캡 기사는 인도나 파키스탄 출신이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이민자들이 옐로캡 기사를 몰다보니 옐로캡은 미국인 기사가 없다는 느낌을 주는게 사실입니다. 실제로 2014 Taxicab Fact book에 나타난 기사들의 인종분포도를 보면 방글라데시가 23.1%로 파키스탄이 14.4%, 인도가 9.3%, 아이티가 6.5%, 그리고 미국인이 5위인 5.9%, 이집트가 4.4%, 중국 1.9% 순입니다. 한국인 기사 집계는 없지만 30명이상으로 추정(推定)됩니다.
◆ 택시는 한 대, 기사는 세 명?
뉴욕시에서 운행되는 옐로캡은 1만3,437대이지만 운전기사는 5만명이 넘습니다. 옐로캡은 쉴 틈이 없습니다. 보통 12시간 교대로 24시간 운행되기 때문입니다. 황길재씨의 경우, 차주 한명과 또다른 기사 등 3명이 택시 한 대를 돌아가며 운전하고 있습니다.
◆ 옐로캡 기사 면허는 조종사 면허?
뉴욕에서 택시기사가 되려면 당국(TLC)에 신청을 하고 신체검사와 약물검사 통과하는게 기본입니다. 그러나 옐로캡은 소정의 교육을 마치고 영어시험(듣기 읽기 받아쓰기)과 지리시험이 추가됩니다. 또한 80시간 과정의 교육을 이수(履修)해야 합니다. (최근엔 지리시험이 폐지됐다는군요. 교육시간도 절반으로 줄었구요.) TLC에서 위탁한 사설학원이나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이수하는데 비용은 600~700달러 정도 듭니다. 신청 후 각종 필요 교육을 받고, 시험을 보고, 자격증을 받기 까지는 2개월 정도 소요됩니다. 상대적으로 경비행기 조종사가 되기 쉬운 미국이지만 80시간 이수에 비교하면 옐로캡 기사 되기는 만만치않은 셈입니다.
◆ 모든 손님은 팁을 준다?
옐로캡 기사들에게 주는 팁은 통상 요금의 10~15%입니다. 팁을 사실상의 임금(賃金) 개념으로 보는 뉴요커들은 넉넉하게 주는 편이지요. 황길재씨의 경우, 예외적인 사례지만 요금이 5달러 나왔는데 20달러의 팁을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손님이 팁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팁 문화가 없는 나라에서 오는 관광객들중 많은 수가 팁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유럽 관광객을 태울 때는 팁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 옐로캡 드라이버는 유령?
옐로캡 기사들은 대체로 손님과 대화가 많지 않습니다. 이민자 출신이 많기 때문에 영어가 능숙치 않기도 하고 문화 차이 때문에 대화를 이어나갈 공통분모(共通分母)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승객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느라 기사와 대화할 일이 더욱 없어졌습니다. 있으면서도 없는 사람 취급을 하는 바람에 옐로캡 드라이버는 유령(幽靈)이라는 우스개소리도 합니다. 승객 여러명이 타는 경우는 자신들끼리 대화나 애정표현 등에 별로 거리낌이 없지요. 그렇다보니 뉴요커들의 민낯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유령인데 상관있나요. ^^
◆ 옐로캡 기사들은 안전벨트를 안맨다?
놀랍지만 사실입니다. 안전벨트를 안매도 위법이 아니라는 겁니다. 뉴욕시에서 운전자는 물론, 승객들이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벌금이 부과됩니다. 그런데 어떻게 옐로캡 기사들은 초법(?)적인 운전을 할 수 있는걸까요. 그것은 오래전 한 운전자가 뉴욕시를 상대로 안전벨트를 너무 오래 매고 운전하는 것 때문에 몸에 무리가 와서 소송을 제기, 승소한데서 비롯됐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옵니다. 황길재씨는 "처음엔 안전벨트를 안하는게 불안해서 착용했는데 안해도 된다는 얘기에 습관이 됐다“고 말합니다. 옐로캡기사는 안전벨트를 안하는만큼 그만큼 더 운전이 조심스럽습니다. 사고나면 자기가 가장 손해보니까요.
◆ 옐로캡은 난폭하다?
대부분 빨리 몰지만 심한 과속(過速)은 하지 않습니다. 벌금 티켓이 누적되면 생계에 영향을 받는데 무리할 필요가 없거든요. 엘로캡 기사들은 운전기술이 좋아서 방어운전(防禦運轉)도 잘합니다. 대부분 옐로캡 운전사는 신호도 잘 지키고 양보도 잘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어느 세계에서나 그렇듯 일부 미꾸라지들이 흙탕물을 일으켜 전체 이미지를 흐린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