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도 캐리비언 베이가 있다. 바로 문수물놀이장이다. 대동강구역의 워터파크인 문수물놀이장은 2013년 10월 완공된 이래 지난해까지 300만명 이상 다녀갔다.
야외 물놀이장은 급강하 슬라이드를 비롯한 다양한 물미끄럼틀과 파도풀 등 10여 개의 크고 작은 풀들이 있고 배구장, 인공폭포, 묘향산과 금강산의 기암절벽을 본뜬 인공 바위산이 있는데 동절기여서 실내 물놀이장만 둘러볼 수 있었다.
실내 물놀이장 역시 수영, 파도, 초음파 등의 10여개 풀들이 있는데 수천명이 즐기고 있었다. 이밖에 참숯, 소금, 황토 한증방도 있고 빵집과 커피숍, 패스트푸드 식당, 포켓볼 당구장, 이발소, 미장원 등의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다.
2층 커피숍은 통유리로 실내 물놀이장 전경이 훤히 보였다. 커피는 물론, 맥주와 스낵을 즐길수 있는데 우리가 방문한 시간에도 남성 손님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앉아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남성들이 2층 휴게실에서 수영복차림으로 대동강 생맥주를 즐기고 있다
그런데 창 가까운쪽에 소파와 테이블이 있었다. 이곳 해설강사가 “바로 이 왼편 의자가 경애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님이 얼마전 앉으신 자리입니다”라고 소개한다. 최고 지도자가 앉았던 자리라고 하니 기념사진을 찍어둬야겠다고 카메라를 드는데 안내 김선생이 깜짝 놀랄 말을 한다.
왼쪽 소파가 김정은 위원장이 현장지도차 와서 앉은 자리다
“로선생, 그 자리에 앉아 보시라요.”
“예? 앉으라구요? 앉아도 되는겁니까?”
“아, 의자가 앉으라고 있는건데 허허.. 앉아도 됩니다.”
긴가민가 하면서 의자로 다가가 슬그머니 앉았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양 옆의 손잡이를 쓰다듬었다. 일행이 나를 둘러싼 가운데 김선생이 직접 사진을 찍어주었다. 방북 최고의 기념사진이 만들어진 셈이다. 앉은 채로 “이거 나중에 혼나는거 아니죠?”라고 했더니 주변 사람들까지 왁자하니 웃음꽃이 핀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도 정말 몰랐다. 최고 지도자가 앉았던 자리이니 마땅히 흰 천으로 감싸서 잘 보호하고, 아무나 앉아선 안되는 걸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북에서 최고 지도자는 분명 인민들에게 尊敬(존경)과 崇慕(숭모)의 대상이지만 그렇다고 신과 같은 존재는 아닌 것이다.
북녘도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이었다. 우리가 대통령이나 유명 정치인, 연예스포츠 스타들의 흔적이 있는 곳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것처럼 그들도 똑같은 마음인 것이다.
며칠 뒤 방문한 평양의 신흥명소 대동강수산물식당에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앉았던 테이블 좌석이 평양 시민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자리라는 얘기를 들었다.
방북강연회를 하면서 문수물놀이장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줄 때마다 모두가 놀라워했다. 그만큼 우리는 북을 오해하고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정말이지 '북맹타파'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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