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온지 3주, 드디어 강심장(?) 뉴요커들도 코로나19로 겁을 먹은 모양입니다. 미국내 확진자 중 거의 절반이 뉴욕시와 뉴욕주에서 나왔다니 말입니다.
25일 우체국에 일이 있어 나갔습니다. 뉴욕시 퀸즈였는데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着用)한게 아니겠어요? 코로나19로 세계가 난리인데 마스크 쓰는건 당연하다 하겠지만 미국인들이 정말 마스크에 관심이 없었거든요.
지난 3일 뉴욕에 귀환 할때도 미국정부가 입국자 강화를 하는 첫날인데도 JFK 공항에서 발열체크 등 아무 조치도 하지 않고, 외려 역대 최단시간 입국을 했는데요. 쉽게 입국해서 편했지만 마스크 쓴 사람이 하나도 없고 이렇게 무감각해서야 되나 좀 걱정이 되었습니다.
3월초 뉴욕 JFK공항 풍경. 입국 검역강화 첫날이었지만 아무도 마스크를 쓴 사람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일주일도 안되어 유럽에 확진자가 기하급수(幾何級數)로 늘어나고 뉴욕 등 미국에서도 급속도로 확산이 되자 입국 수속을 강화하고 유럽 여행객을 막는 뒤늦게 부산을 떨었는데요.
문제는 이때도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을 볼 수가 없었던 겁니다. 제가 아는 한국분은 동네 우체국에서 줄을 설 때 마스크를 썼더니 앞에 있던 미국 할머니가 째려보며 “난 병도 없는데 왜 그딴걸 쓰고 있냐?”고 화를 내더랍니다. ㅎㅎ
한국에선 마스크를 안쓰면 눈치가 보이는데 미국에선 마스크를 쓰면 눈치가 보이니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나요. ㅠㅠ 여튼 3월 중순까지만 해도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마켓이나 우체국에서도 근무자가 대충 쓰는 시늉만 하더군요.
미국인( 유럽인도 비슷하지만 )이 마스크를 기피(?)하는 이유는 얼굴을 가리는걸 꺼리는 문화적 이유가 있고 최근엔 무슬림 출신 테러범들로 인해 얼굴 가리는걸 꺼리는 분위기도 생겼습니다.
일단 마스크는 의료용이라는 고정관념(固定觀念)이 있어서 아픈 사람이나 환자를 돌보는 사람이 사용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입니다. 아프면 쉬어야지 왜 굳이 마스크 끼고 돌아다니냐는거죠. 이런 점은 아파도 참고 일하는 한국식 근면문화(?)와 상이한 대목이죠.
여하튼 한국인 등 아시안이 코로나19 때문에 보호차원에서 착용하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주변 사람들이 기분 나빠하고 때로는 인종차별적 언행의 피해도 생겼구요..
그러던 미국인들이 요 며칠 사이에 완전히 달라진 겁니다. 엊그제 거리에서 본 사람중 절반이상은 마스크를 끼고 있었으니까요. 대형할인매장 Costco를 갔더니 밖에서 긴 줄을 섰는데 70% 정도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부는 미국내 마스크 부족을 말해주듯 키친 타월에 고무줄을 끼워 만든 임시 마스크를 한 경우도 눈에 띄더군요. 안타까웠습니다. 어찌 보면 미국 정부가 시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독려(督勵)하지 않는 것도 고질적인 마스크 부족 사태때문인 것도 같습니다.
의료진에게 필요한 마스크도 모자라는데 시민들이 마스크를 너도나도 착용하면 더 난리가 날테니 말입니다.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진단키트도 아직 많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건강한 사람은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이제 설득력이 없습니다.
이미 코로나19는 감염의 실질적인 위험도보다는 심리적 공포(恐怖)가 더 큰 문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마스크는 정신적인 안정을 취해주는 역할도 되고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엊그제 한국 정부가 미국 등 해외에 있는 유학생 등을 위해 직계 가족에 한해 소량을 우편으로 보낼 수 있게 허용했다는 사실입니다.
당분간 미국 시민들은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전염병 대란에 전전긍긍(戰戰兢兢) 할 모양입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도 진단키트 등 의료장비를 긴급 요청했는데요. 전 세계에서 이같은 요청이 쇄도한다니 국격 상승 등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예상으로는 코로나19가 5월 1일 정점을 찍고 7, 8월경에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인데요. 학교는 쉬고 직장은 재택근무에, 식당과 커피숍 등 영업장도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보니 거리는 썰렁하고 도로는 차량이 80%가 사라진 놀라운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상습 정체구간인 뉴저지 연결 메이저디간 익스프레스웨이가 퇴근시간에도 차량이 없어 한산하다
양키 구장을 지나는 87번 도로에서 조지워싱턴브리지 방향은 상습 정체구간(停滯區間)으로 악명 높은데요. 그 도로가 퇴근시간임에도 차량이 거의 없어 쌩쌩 빠지는 모습은 제가 16년을 살면서 처음 보는 신기한 풍경이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뉴요커를 비롯한 미국인들은 팔자에 없던 ‘집돌이 집순이’가 되어 삼시세끼 밥을 지어먹으며 답답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스크는 소모품이라 갈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등 획기적인 생산량 증가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에서 남북이 힘을 합쳐 마스크를 생산한다면 하루 1천만장 공급도 가능하다는데 이젠 좀 우리 정부가 미국 눈치를 보지 말고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개성공단이 세계와 인류를 위한 평화와 구원의 상징이 된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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