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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창현의 뉴욕 편지
가슴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중견기자의 편지. 1988년 Sports Seoul 공채1기로 언론입문, 뉴시스통신사 뉴욕특파원(2007-2010, 2012-2016), KRB 한국라디오방송 보도국장. 2006년 뉴아메리카미디어(NAM) 주최 ‘소수민족 퓰리처상’ 한국언론인 첫 수상, 2009년 US사법재단 선정 '올해의 기자상' CBS-TV 앵커 신디슈와 공동 수상. 현재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 편집인 겸 대표기자. 팟캐스트방송 ‘로창현의 뉴스로NY’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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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2주년기획> 거북선 범선을 꿈꾸며(中) 뉴욕함대 퍼레이드 체험기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2-05-31 (목) 12:57:57

흔히 그림같은 풍경이라고 말합니다. 뉴욕에 살면서 도시와 자연, 하늘과 바다, 계곡과 강의 조화로운 풍치를 원없이 감상하는 복을 누립니다.

 

특히나 이번 뉴욕함대 퍼레이드에 승선하는, 평생 한번 누릴까말까하는 행운에 힘입어 좀처럼 보기 힘든 앵글의 맨해튼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솜씨좋은 사진가가 아니고 그저 곁눈질로 카메라를 활용한 처지여서 흡족한 것은 아니겠지만 다른 어떤 매체도 서비스하지 못한 풍부한 사진들은 뉴스로 독자분들게 제공해드리게 된 것이 기쁠 따름입니다. ^^

  

 

미끄러지듯 정박한 바다에서 앵커를 들어올리고 선장과 항해사 예닐곱명의 조타수가 호흡을 이룬 가운데 이글호는 대서양 바다에 본격적으로 몸을 실었습니다.

 

이날 승선한 인원은 약 200명이 넘었습니다. 평소엔 8명의 장교와 40명의 승조원이 타고 있지만 이날은 미해안경비대 아카데미 생도들이 수주간의 항해훈련을 하고 있어 초대손님 50명까지 더해 좁은 갑판위의 인구밀도가 높은 편이었습니다.

 

 

배가 출발한 시각은 오전 8시40분. 맨해튼 노스코브 부두에 집결한지 2시간40분이 지난 뒤였습니다. 미끄러지듯 바다위를 유영하는 이글호는 선수를 남서쪽의 베라자노 브리지를 향해 돌렸습니다. 퍼레이드의 출발지입니다.

 

 

이글호 양 옆에는 우리를 태우고 온 것으로 보이는 해안경비정이 호위하고 반대편에는 뉴욕시경의 해안경비정이 호위합니다.

 

 

 

 

배가 떠난지 얼마 안돼 반대편에는 이글호와 같은 범선들이 줄을 이어 옵니다. 이번 뉴욕함대 퍼레이드를 축하하기 위해 가세한 각국의 범선들입니다.

 

콜롬비아 브라질 과테말라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국의 범선들이 지날때마다 승조원들은 차렷자세로 거수경례를 예의를 표했습니다. ‘경례’와 ‘바로’ 등 명령은 호루라기로 하더군요. ^^

 

 

 

중남미 범선들은 그렇다치고 인도네시아의 범선까지 참여한 것을 보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한민국도 해양대국을 지향하는데 이런 축제에 참여할만한 해군 소유의 범선이 한척쯤 있어야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21세기에 범선군함이 굳이 효용성이 있느냐는 지적을 할만 합니다. 그러나 해양국가의 전통과 자부심을 받들고 군기확립, 훈련함으로서의 역할을 따지자면 범선 군함의 가치는 충분히 있다 하겠습니다.

 

범선을 생도 훈련함으로 쓰는 나라가 많긴 한데(칠레 해군 범선 에스메랄다호는 거의 매년 한국을 들리고 있죠^^) 요즘 세상에 과연 범선을 생도 훈련함으로 굳이 써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범선을 운용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생도 훈련함으로 활용을 하는데요. 왜 그런지 이번 이글호 승선 체험을 하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범선이 훈련함으로 이용되는 까닭은 일반적인 ‘바다생활’을 익히거나 기초해양 생존기술과 선박운용 기술을 익히는데 좀 더 유리하다고 합니다. 이날 승조원들과 8시간 생활을 같이 하면서 돛을 달고 펴는 일부터 밧줄을 풀고 당기고 하는 기본적인 일거리들이 쉴새 없이 이어졌습니다.

 

어차피 생도들을 대상으로 한 훈련과 기율을 위한 것이라면 전통적인 배에서의 생활양식에서 배우는게 훨씬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단지 훈련만을 위해서 범선함이 운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정적으로 범선은 다른 전투함에 비해 기름값이 덜 듭니다. 끝없이 훈련을 시켜야 하는 입장에서 유류를 절약하는 것은 큰 장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디젤 엔진이 있지만 세 개의 마스트를 이용한 돛이 있으니 바람을 이용해 얼마든지 항해할 수도 있으니까요.

 

 

듣기로는 한국 해군에서도 IMF로 한참 힘들던 시기, 유류절감을 위해 본격적으로 도입하려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범선을 새로 건조하고 유지용 선박부품이나 정비에 관한 인력 양성비용을 계산해보니 답이 안나오더라는거죠.

 

맨해튼과 스태튼 아일랜드를 오가는 페리호입니다. 요금은 공짜입니다. 그래서 여행사에서는 당일관광 코스에 이 배를 잠시 승선해서 멀리 있는 자유의 여신상을 보도록 하는 '주마간산 투어'를 하기도 합니다. 

 

 

 

구미나 남미 등의 국가들은 범선의 전통도 있지만 민간 해양스포츠도 발달해 범선의 유지에 관한 노하우도 있고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해군도 해양대국을 꿈꾼다면 상징적인 범선 한 척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왕이면 거북선 형태를 이용한 차별화된 범선을 건조해서 세계 각국을 순방하고 이런 국제적인 행사에 참여한다면 해군의 유구한 전통과 역사를 과시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요. 여러분께서 동의하신다면 강추 부탁드립니다. ^^

 

자료를 찾아보니 민간소유로 한국유일의 범선이 있었습니다. ‘코리아나’라는 배인데요. 지난 2007년 여수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세계범선축제를 기획했을 때 코리아나 호가 참가를 했다는데 배 길이가 41m, 무게가 135t 이라는군요.

1983년에 네덜란드서 만들어진 것을 1995년 한국으로 들어와 재건조한 것인데요. 범선은 통상적으로 돛을 단 배 중 길이가 25m 이상인 것을 일컫는다니 그보다는 큰 배이긴 하지만 이번에 참여한 각국의 범선들에 비하면 너무 초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베라자노 브리지를 통과하고 있습니다. 베라자노 브리지는 매년 11월 뉴욕마라톤대회의 출발점이기도 하지요.

인상적인 것은 마스트에 매달려 작업하는 승조원들이었는데요. 높이가 40m는 족히 되는 마스트 위에서 외줄하나에 매달려 1시간씩 작업을 하더군요.

 

 

놀랍게도 여성이 30%를 차지했는데 남성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하는 것이었습니다. 여성이라고 쉬운 일만 맡지 않고 자신만만하게 일하는 그녀들을 보고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요즘 유약한 남성들이 참 많아졌는데 좀 반성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땀과 먼지가 홍건히 흐르는 모습으로 내려온 생도 중 한사람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옛 썰!(Yes Sir!)”하면서 상관을 대하듯 아주 예의바르게 대답하더군요. 전문용어가 많아서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지만 출항할때마다 반드시 필요한 작업들이었습니다.

 

 

  

마스트 위에서 8명에서 10명이 한 조가 되어 돛대 활대의 양쪽 끝(yardarm)으로 올라가 말린 돛대를 펴기도 하고 다시 말기도 하는 작업을 되풀이합니다. 돛대를 고정하는 밧줄인 리깅(rigging: 돛대를 고정하는 밧줄)위에서 일하는 모습은 마치 곡예를 하는 것처럼 위태롭게 보입니다.

 

 

 

그러나 생도들은 마치 전망대에서 멋진 경치를 감상하듯 여유로웠습니다. 몇십분씩 같은 자세로 있는데 너무 높아서 현기증이라도 나면 어떡할까 걱정도 되더군요. 한편으로는 저 높은 곳에서 드넓은 대양에 둥실 떠있는 조막만한 배를 보는 느낌은 어떨까 궁금증도 일구요.

 

 

   

이동해서 작업을 할 때는 허리춤에 달린 안전 고리를 밧줄에 걸어 작업을 하는 모습입니다. 한참을 올려다보노라니 아슬아슬하게 줄을 타고 싸우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한 장면도 떠오르기도 하구요.

 

 

사실 안전사고의 위험은 항상 존재합니다. 최근 독일에선 해군사관생도의 훈련함인 고르치 포크(Gorch Foch)호에서 여성 생도가 추락사고로 사망, 선장이 해임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고르치 포크 호 역시 이글 호처럼 돛대가 3개 달린 범선인데 브라질의 살바도르 데 바이아(Salvador de Bahia)에서 출항하던 중 돛 활대에서 25세의 여성 사관생도가 떨어져서 숨진 이후 생도들이 리깅(rigging: 돛대를 고정하는 밧줄)에 오르기를 거부하는 명령 불복종 사태가 발생했기때문입니다.

이때문에 독일 국방부가 귀환 명령을 내리고 사고경위를 조사하는 등 사고 경위를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돛대에 매달린 승조원들을 구경하느라 정신없는 사이 헬기 두대가 요란한 비행음을 내며 지나갑니다. 어디선가 날아온 두대의 최신예 전투기는 귀청이 찢어질듯한 초음속의 스피드로 배위를 스쳐가네요. 

 

뉴욕함대 퍼레이드를 위한 공군의 축하비행입니다. 최신예 전투기들은 이후에도 수 차례 이글 호 상공을 비행하며 볼거리를 선사했습니다.

 

어느새 이글호는 베라자노 브리지를 출발, 다시 로워맨해튼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허드슨강을 따라 북상하게 됩니다. 최종 반환점은 이곳에서 10마일 정도 떨어진 조지 워싱턴 브리지입니다.

 

승조원들도 잠시 숨을 돌리며 맨해튼의 멋진 풍광을 감상합니다. 카메라와 셀폰으로 촬영하는 모습도 눈에 띕니다.

 

 

 

서서히 북상하는 동안 낯익은 맨해튼의 부두들이 보입니다. 마침내 인트레피드 항공모함 박물관이 있는 90번 부두가 보입니다. 맨해튼의 55스트릿과 웨스트 파크웨이가 만나는 곳이기도 하지요.

 

 

뉴욕함대 퍼레이드 주간 개막을 맞아 이곳에서도 기념행사가 열렸습니다. 부두쪽에는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나와 우리가 탄 이글호를 비롯한 함대 퍼레이드를 구경하고 있습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며 바라보는 모습을 보니 공연히 우쭐한 느낌도 듭니다. ^^

 

 

지나는 부두마다 사람들로 인산인해입니다.

 

각국의 범선들을 이곳에서 다시 만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범선이로군요. 역시 승조원들은 그들을 향해 도열한채 거수 경례를 부칩니다.

 

 

이때 천지를 울리는 비행기 굉음이 났습니다. 하늘을 올려다 보았더니 무려 6대의 최신예전투기가 편대비행을 합니다.

 

무의식적으로 셔터를 눌렀는데 다행히 돛대 사이로 전투기들의 비행이 아슬아슬하게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멀리 맨해튼 남단이 어둡습니다. 아마도 비가 휘몰아치는 것 같네요. 안그래도 이날 아침 날씨가 흐렸는데 우리가 지나온 이후에 먹구름이 쉬었다 가는 모양입니다.

 

 

우리가 탄 배를 따라 오는 것은 해안경비정과 해군 전투함입니다. 그 옆의 범선과 대비하니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듯 합니다.

 

줌 렌즈로 끌어당겨보니 갑판위에 흰 제복의 해군들이 도열한 모습이 보입니다.

허드슨강 유람선도 못타본 처지에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뉴욕함대 퍼레이드를 선도하는 이글호에 승선하다니...이게 혹시 꿈은 아닌가싶어 슬그머니 볼살을 꼬집어 봅니다. ^^


 

<下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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