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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창현의 뉴욕 편지
가슴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중견기자의 편지. 1988년 Sports Seoul 공채1기로 언론입문, 뉴시스통신사 뉴욕특파원(2007-2010, 2012-2016), KRB 한국라디오방송 보도국장. 2006년 뉴아메리카미디어(NAM) 주최 ‘소수민족 퓰리처상’ 한국언론인 첫 수상, 2009년 US사법재단 선정 '올해의 기자상' CBS-TV 앵커 신디슈와 공동 수상. 현재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 편집인 겸 대표기자. 팟캐스트방송 ‘로창현의 뉴스로NY’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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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선거 ‘빛좋은 개살구’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2-01-16 (월) 14:18:50

 

박정희정권이 독재(獨裁)를 노골화한 1971년 박탈한 재외국민 참정권이 우여곡절 끝에 41년만에 회복이 되었지만 역사적인 재외국민투표는 최악의 등록률로 빛좋은 개살구가 될 확률이 커졌습니다.

지난해 11월 13일 재외국민선거 유권자 등록이 시작된 이래 두달이 지났지만 등록률은 말을 꺼내기도 어려울만큼 저조합니다. 14일 현재 재외선거에 참여하기위해 등록한 재외국민은 4만6천여명명으로 해외지역 전체 유권자수 223만여명의 2%에 불과합니다.

이 중 북미주 지역의 등록자는 1만2천여명으로 1.1%. 전체 대륙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등록마감일인 2월 11일까지 한달도 안남은 상황에서 예상되는 등록률은 2%를 밑돌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 국민 100명중 평균 2명이 등록하는 셈이고 50%의 투표율을 보인다해도 100명당 1명, 역사적인 재외선거는 그야말로 무늬만 재외선거가 될 공산이 커졌습니다.

이같은 참담한 등록률은 그러나 예고된 결과입니다. 중앙선관위의 홍보부족과 등록불편이 너무나도 심각한 상황이기때문입니다. 뉴스를 취급하는 저만 해도 등록마감일이 언제인지 기억에 잘 들어와 있지 않습니다.

 

그만큼 선관위의 홍보가 안돼 있다는 반증(反證)입니다. 본국 국민들의 경우 신문 방송 인터넷 매체를 통해 관련 정보의 홍수속에 살고 있지만 남의 나라에 거주하는 재외국민들은 다릅니다. 사실상 정보가 단절돼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신문 방송은 물론 현대인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터넷 매체 등 뉴미디어를 포함, 가능한 모든 홍보수단을 동원해 광고를 하고 기사화를 위한 정보도 공급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 두달간 중앙선관위의 활동을 보면 홍보는 아직 미흡한게 많습니다.

각국 공관에 재외선거관을 파견했지만 책정된 홍보예산이 부족해 현지 한인신문과 방송 등에 광고를 충분히 내지 못해 실질적인 광고효과가 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홍보는 지속성이 있어야 합니다. 매체에 광고를 몇번 내고 홍보가 됐다고 생각하면 오산(誤算)입니다. 재외선거가 있다는 것은 대부분 알지만 업무는 언제 보고 마감일은 언제인지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지속적인 광고노출은 등록을 하도록 독려하고 채근하는 효과를 주게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왜 기업들이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며 지속적인 광고를 내겠습니까. 광고를 너무 안한다는 지적에 “재외선거는 동포언론사들이 알아서 캠페인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는 볼멘 소리도 합니다.

안그래도 많은 재외동포 언론사들이 열악(劣惡)한 재정에도 관련기사들을 쓰고 등록률을 높이기 위한 정보제공을 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벼룩도 낯짝이 있지 도대체 중앙선관위는어떤 홍보관을 갖고 있는걸까요.

언론사들이 흙파서 돈만드는 것도 아니고 마른 펌프를 퍼올리려면 찔끔하고 물이라도 한종지 뿌려야 한다는 것을 도외시한 선관위가 답답할 따름입니다.

 

정작 큰 문제는 등록에 따른 불편입니다. 재외국민들은 유학생과 지상사 주재원 등 단기체류자들은 우편 접수가 가능하지만 영주권자 등 장기체류자들은 본인확인을 위해서 공관에 직접 나와야 합니다. 즉 투표를 위해서 두 번은 공관에 발걸음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먹고살기 바쁘지만 역사적인 재외선거인만큼 어지간하면 시간을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아득합니다. 공관이 사는 도시마다 있는 것도 아니고 하루종일 차를 타고 와야 하는 곳이 부지기수(不知其數)입니다. 그것도 휴일에 근무를 하지 않기 때문에 따로 휴가를 내든지 생업을 포기하든지 해야 합니다.

 

뉴욕총영사관의 경우 뉴욕시와 뉴욕주는 물론, 뉴저지 코네티컷, 펜실베니아 등 5개주를 관할하는데 면적이 남한의 3배에 이릅니다. 뉴욕주만 하더라도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는 버팔로에서 뉴욕총영사관까지 자동차로 8~9시간 걸립니다. 하루 휴가를 내더라도 하기가 힘들다는 결론이지요.

뉴욕시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유권자들도 총영사관에 오기 위해선 극심한 교통체증(交通滯症)으로 반나절 이상 시간을 내야하고 시간당 3만원이 넘는 주차비도 큰 부담입니다. 노인이나 장애인들에겐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야하는 대중교통이 사실상 그림의 떡입니다.

다른 재외공관들도 엇비슷한 상황입니다. 시카고 총영사관의 경우 미국의 중서부주 13개주를 관할합니다. 일부 주의 재외국민들은 등록이나 투표는 고사하고 재외선거를 알고나 있을지 의문이 되는 상황입니다.

텍사스 지역을 커버하는 한인매체 뉴스코리아는 12일 댈라스를 포함한 휴스턴 총영사관 관할지역에서 선거인 등록을 마친 한인은 402명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관할지역 내 한인 유권자 수 8만 8,560명 중 0.45%밖에 되지 않는 수치입니다.

승용차로 다섯시간 거리인 인근 대도시 댈라스 지역에서 지난 두 달간 등록인 수는 고작 30여명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나마 민원업무 처리를 위해 휴스턴 총영사관을 찾았다가 덩달아 신고한 10건의 국외 부재자 접수를 뺀 나머지는 지난 12월 2일 뉴스코리아에서 주최한 ‘재외국민선거 달라스 심포지엄’ 행사장에서 받은 신청자가 전부라고 합니다. 지난 두달간 댈라스에서 등록을 위해 찾은 재외국민은 단 한명도 없었다는 것이지요.

해당지역 유권자들은 “재외국민 참정권을 주면 뭐하냐. 공휴일 접수가 가능하지도 않은데 유권자 신고를 위해 이틀, 투표를 위해 이틀씩 소비해야 한다면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재외선거관을 비롯한 직원들은 주말에 한인마켓이나 교회 등 종교기관에 나가 출장접수를 하는 등 가외업무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얼마나 늘어나겠습니까.

 

사정이 이렇자 지난 연말 뉴욕지역의 뜻있는 한인들이 재외국민선거운동본부라는 민간단체를 발족하여 자체 홍보도 하고 뉴욕 뉴저지 한인타운에서 미니버스를 대절해 주4회 등록업무를 돕겠다고 천명(闡明)했습니다.

그런데 하룻만에 중앙선관위에서 공문이 오기를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하여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선관위 관계자에 따르면 등록신청이나 국외부재자 신고를 위해 교통편의 또는 경비를 제공하는 것이 공직선거법 230조(매수 및 이해유도죄)에 해당된다고 하는데 법 적용이 너무 포괄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선관위가 출장업무로 등록편의를 제공하는 것처럼 민간단체가 선의로 차편을 제공해서 총영사관에 등록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어떤건 죄가 안되고 어떤건 죄가 된다는 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언론매체들이 등록률을 높이려고 무료광고도 실어주고 선심기사도 쓰는 것 또한 매수 및 이해유도죄가 아닌가요?

뉴욕총영사관이 최근 재외선거제도 안내 및 홍보활동을 적극 전개한 우수 공관으로 선정됐다고 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각 공관에 파견된 재외투표관리관을 중심으로 재외선거제도 안내 및 홍보활동을 적극 전개한 10개 공관(전 세계 158개 공관대상)을 2011년 12월 우수공관을 평가했는데 미주지역에서는 뉴욕총영사관이 유일하게 선정된 것입니다.

 

뉴욕총영사관이 나름 열심히 노력한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미주지역 평균 등록률이 고작 1%를 왔다갔다하는데 그중에서 제일 낫다고 자찬하는 것은 어쩐지 계면쩍습니다.

우스운 것은 일부에서 재외국민들의 관심이 부족해 등록률이 낮다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겁니다. 재외국민들이 한국마냥 사는 곳에 동사무소가 있고 그곳에서 등록도 하고 투표하라면 왜 안하겠습니까.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고 앉으나 서나 고향 생각 조국 사랑으로 가득한 사람들이 41년만에 주어진 소중한 참정권을 외면할 리가 있나요.


시거든 떫지나 말지, 미욱한 선관위와 재외국민들을 우습게 아는 본국의 정치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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