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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중견기자의 편지. 1988년 Sports Seoul 공채1기로 언론입문, 뉴시스통신사 뉴욕특파원(2007-2010, 2012-2016), KRB 한국라디오방송 보도국장. 2006년 뉴아메리카미디어(NAM) 주최 ‘소수민족 퓰리처상’ 한국언론인 첫 수상, 2009년 US사법재단 선정 '올해의 기자상' CBS-TV 앵커 신디슈와 공동 수상. 현재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 편집인 겸 대표기자. 팟캐스트방송 ‘로창현의 뉴스로NY’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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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일이 개천절이라굽쇼?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2-02-28 (화) 15:32:14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3월 1일이 무슨 날이냐고 묻습니다.

삼일절인줄 모르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그런데 그걸 모르는 외계인들이 대한민국안에 있는 모양입니다. 그것도 유수의 방송국 사람들이 말입니다. 무슨 뚱딴지냐구요?

뉴스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난 25일 MBC 뉴스데스크 시간에 일기예보를 전하며 三一節(삼일절)을 開天節(개천절)이라고 떡하니 자막으로 박아놓았습니다. 혹시 4월 1일 萬愚節(만우절)이었다면 한심한 농담으로 지나갔겠지만 삼일절을 개천절이라고 하다니요. 대한민국의 공중파방송에서 말입니다.

 

▲ MBC 뉴스데스크 캡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데 사람 하는 일에 실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앵커나 진행자가 不知不識間(부지불식간)에 실언한 것도 아니고 자막을 따로 만들어 올리는데 당치도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국경일 중에 ‘節(절)’을 넣어 기념하는 것은 삼일절과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입니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날이 없지만 특히 삼일절은 일제의 식민통치에 분연히 맞서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태극기를 휘날리며 세계사에 유례없는 평화적 만세운동을 펼친 날입니다.

3월 1일에 생긴 일이니 이름도 외우기 좋아서 삼일절인데, 뭐라, 개천절이라굽쇼? 정말 "어이가 가출해도" 유분수지 이 노릇을 어이해야할지요. 요즘 MBC맨들은 총파업속에 간판 앵커도 보직사퇴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에 ‘3월1일 개천절 파문’까지 터져 얼굴을 들고 다니기 힘들 정도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명박정권들어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역사과목을 선택과목으로 돌리는 망국적 작태로 인해 이런 한심한 일이 일어난게 아니냐는 생각도 듭니다. 지난해 이맘때는 한나라당의 대표마저 “요즘 초등학생들이 삼일절을 유관순 누나가 태어난 날로 안다”며 역사교육의 문제점을 거론한적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초등학생은 만세운동을 벌인 유관순열사와 삼일절을 연결지었으니 MBC보다는 한 수위인 셈입니다.)

이명박 정권은 2009개정교육과정에서 유독 역사과목에서 근현대사를 줄였습니다. 그리고 2011개정교육과정에서는 역사내용을 수상쩍게 손질하였습니다. 가령 민주주의를 굳이 자유민주주의로 바꿈으로써 교과서 집필기준에서 4.3제주항쟁부터 5.18광주민중항쟁 등 민주화 운동이 빠지거나 축소되고 ‘獨裁(독재)’ 개념이 모호해진 것입니다.

민주주의가 모든 것을 포괄하는데 생뚱맞게 자유민주주의라니요? 독재민주주의도 있다는 걸까요? 과거 박정희 정권이 이른바 10월유신을 통해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희한한 표현을 써가며 국민들을 탄압했는데 그 흉내라도 내는건지 아리송합니다.

가관인 것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도 빠지고,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는 친일파 청산도 자취를 감췄다는 겁니다. ‘역사왜곡의 달인’ 일본 교과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교과서가 말입니다. 속된말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일본군강제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시위는 일본대사관 앞이 아니라 청와대 앞에 가서 해야하는게 아닌지요.

 

말이 나온 김에 從軍(종군)慰安婦(위안부)라는 한심한 단어도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종군이요? 위안부라니요? 누가 누구를 위안했다 말입니까. 백주대낮에 열한살 어린아이부터 열여덟살의 꽃다운 처녀들을 납치해 수년간 돼지우리만도 못한 곳에 수용한채 강제로 성노예를 만든 왜놈들의 호칭을 우리가 쓰다니요.

위안부의 또다른 문제는 영어로 ‘Comfort Woman’이라고 번역된다는 겁니다. 이처럼 진실을 호도하는 단어가 활개침으로써 일본제국주의의 만행은 뒤로 숨고 오늘날 저들 후손이 “돈받고 몸을 판 매춘부들”이라는 벼락맞을 망언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입니다.

일본군강제위안부도 사실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 한국인이 대다수였던 무려 20여만명의 여성들은 육신은 물론 영혼까지 갈기갈기 찢겨진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Japanese Military Sexual Slave Victim)' 였을뿐입니다.

역사용어의 잘못된 용례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얼마전 새누리당(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이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런 말을 해서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한일합방 100주년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100년의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하자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입장입니다..”

한일합방 100주년이라니? 손발이 오글거릴 지경입니다. 수꼴 일본인들은 참으로 기특한 한국의 국회의원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周年(주년)’이란 일년 단위로 돌아오는 날을 세는 단위입니다. 특별히 기린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국권을 빼앗긴 치욕스런 사건에 붙이는건 망발에 다름아닙니다.

더구나 한일합방이라니요? 한일합방은 일제하 친일파들이 강제합병을 합리화하는 단어로 만든 것입니다. 일국의 국회의원이 어린 시절 그렇게 배워서 무심결에 실수했다고 둘러댈 일이 아닙니다. 평소의 역사의식이 문제입니다.

유감스럽게도 ‘한일합방 100주년’은 이명박정권 인사들의 공통된 인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왜냐하면 2009년 6월에 당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같은 실수(?)를 되풀이했기때문입니다. 기자들앞의 브리핑에서 ‘한일합방 100주년’이라고 했다가 “100주년이 아니라 100년”이라고 고쳐 말하자 한 기자가 “우리 용어인 경술국치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그는 브리핑 말미에 “한일강제병합 100년이 맞다”고 정정했습니다.

그런가하면 MB의 형인 이상득 의원도 같은해 2월 서울에서 나카소네 히로후미 일본외상을 만나 “한일병합 100주년, 양국관계 거듭나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옥임 의원의 설왕설래에 대해 진행자인 손석희 교수도 “韓日(한일)强制(강제)倂合(병합)이 맞다”고 교통정리했지만 이 역시 잘못된 단어입니다. 본래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삼으면서 사용한 명칭은 ‘日韓合倂(일한합병)’입니다. 일본이 강제로 합병했으니 저들 입장에서 맞는 말입니다.

 

▲ 당시 일본 신문 호외에 표기된 '일한합병(日韓合倂)' 

그런데, 한일병합이라면 한국이 가만있는 일본을 병합했다는건가요? 아니면 자진해서 병합을 했다는 말입니까? 설사 ‘强制(강제)’라는 단어를 삽입해도 한일로 시작되니 한국이 일본을 강제로 병합한양 우스운 단어가 되는 것이죠.

결론은 ‘한일합방’이나 ‘한일강제병합’이나 五十步百步(오십보백보)라는 얘기입니다. 올바른 표기는 경술년(1910년)에 당한 국가의 치욕, ‘庚戌國恥(경술국치)’이지요.

많은 이들이 8월 15일 광복절은 알아도 1910년 일제에 의해 凌辱(능욕)된 8월 29일 경술국치일은 잘 모릅니다. 광복의 기쁨만 알고 국권이 피탈된 치욕을 잊는다면 불행한 역사는 얼마든지 되풀이될 수 있습니다. 삼일절 아흔세돌을 앞두고 우리가 깨우쳐야 할 역사의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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