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가을이면 뉴욕 브롱스에 있는 식물원(NY Botanical Garden)에선 ‘씁쓸한’ 행사가 열립니다. 바로 ‘기쿠(Kiku)’전이라는 국화축제입니다. 꽃축제를 마냥 순수하게 즐길 수 없는 이유는 일본이 저들의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세밀하고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기때문입니다.
아시겠지만 ‘기쿠’는 국화의 일본말입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에게 기쿠는 아름다운 국화장식의 대명사로 여겨집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뉴욕 최고의 식물원에서 가을 연례행사로 열리는 전시회에서 활짝 만개한 갖가지 스타일의 기쿠가 사람들을 사로잡으니까요.
이 기쿠는 그냥 피어난 것이 아닙니다. 전시회를 위해 무려 5년을 공들인 것들을 모아 일본 특유의 화훼예술로 꾸민 것을 보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국화를 이렇게도 키울 수 있구나’라는 경이로움을 안겨주는 기쿠전에서 미국인들은 국화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일본인의 혼과 정열을 느끼고 15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는 일본의 원예사를 배우는 것입니다.
지난달 한국 출장길에 ‘우연히’ 삼성동 코엑스 앞에서 개막을 앞둔 국화축제를 볼 수 있었습니다. 2008 무역센터 국화페스티벌이 열리는 옥외광장은 갖가지 꽃장식이 조성돼 있었습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 국화페스티벌에는 대형 국화 조형물과 800만 송이의 국화꽃, 그리고 345개의 특수작품들이 전시됐습니다.
정식 개막 전에 보게 된 것이라 국화차 및 국화음료 시음코너라든가 1만3500개의 화려한 루미나리에가 국화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야경을 감상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지만 그래도 뜻밖의 눈요기에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국화꽃 자체의 아름다움을 느꼈다기보다는 화려한 꽃장식, 인공적인 조형물이 앞서지 않았나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꽃보다는 독특한 장식에 주안점을 둔듯한, 꽃을 하나의 재료로 이용한 B급 예술품(만든분들에겐 죄송하지만^^) 처럼 느껴졌다면 너무 가혹한 평가일까요.
하지만 이 전시회가 국화 페스티벌이라는 명칭을 달았기에 국화꽃의 품격있고 은근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컨셉이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입니다. 뉴욕식물원의 기쿠전에 나온 국화꽃은 분명 인위적인 컨셉이지만 국화 고유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영국 첼시플라워쇼나 독일의 정원박람회와 같이 세계적으로 명성있는 꽃축제처럼 아름다움을 한껏 과시하되 ‘정체성’은 잃지 않는 자세가 바람직하다는 것이죠.
꽃축제하면 생각나는 도시는 단연 경기도 고양시입니다. 97년 호수공원에서 제1회 국제꽃박람회가 시작돼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해마다 5월에 열리는 꽃축제는 고양시의 또다른 상징이 되어 시민들과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오는 축제가 되고 있지요.
비록 꽃축제는 아니지만 지난달 전국체전을 개최하면서 주경기장 주변을 화려한 꽃장식으로 꾸며 ‘꽃의 도시’ 고양의 이미지를 과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침 고양시의 최 성 시장을 단장으로 한 6명의 미주방문단이 2012년 국제꽃박람회와 관련, 지난 4일부터 17일까지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 4개국을 순회했습니다.
화훼업체 벤치마킹 등 상호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이번 방문에서 최 시장 등은 2012년 국제꽃박람회 참가업체 유치와 학술교류 등을 진행하고 특히 칠레 원예조합과는 MOU를 통해 고양시 전략 신품종인 장미 1~2호 '장미 Lady'의 수출협상도 벌인다고 합니다.
또 매년 1월 세계적인 축제로 열리는 LA 장미퍼레이드에 고양국제꽃박람회 참여 등 양 도시간 상호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꽃박람회 개최 등을 통해 그간 운영 노하우도 쌓았고 화훼 기술, 신품종 개발 등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이처럼 적극적인 자세로 정보공유도 하고 시장개척도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부지런한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기왕이면 고양시가 세계에서 으뜸가는 명품 화훼도시가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