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에 처음 간 것은 1990년 9월이었습니다. 당시 3년차 스포츠기자였던 저는 북경아시안게임을 취재하기 위해 20여명의 회사 선배 동료들과 함께 전세기를 타고 북경에 들어갔지요.
한국과는 이웃한 나라이니 여러번 갔을 법한데 이십수년의 기자생활을 하면서 수십개국을 다녔어도 이상하게도 북경엔 통 갈 기회가 없었습니다.
마침내 21년만에 북경 땅을 밟게 됐습니다. 중국 북경과 천진을 거쳐 모국에서 일정을 소화하는 3주의 출장을 떠나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당분간 노창현의 뉴욕편지는 북경편지 내지는 서울편지가 되겠습니다. 생생한 사진들과 함께 독자 여러분과 주마간산을 즐겨보도록 하겠습니다. ^^
4월 2일 밤, 정확히는 3일 새벽 1시 JFK 공항을 떠나 인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13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은 새벽 3시30분. 뉴욕의 서머타임때문에 안그래도 일찍 도착하는 비행기가 1시간을 더 일찍 도착했네요. ㅠㅠ
비행기를 환승해야 하기때문에 1년4개월만의 모국방문을 잠시 미루고 공항 라운지를 둘러보는 것으로 대신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다가올수록 일본 원전 방사능 유출의 심각성이 피부로 느껴지더군요. 비행기 항로가 종전처럼 일본 열도를 건너지 않고 러시아 중국으로 해서 남하하는 코스였습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방문객을 반긴(?) 것은 '방사능 오염감시기'로 시작되는 여러개의 안내판이었습니다.
북경행 비행기는 오전 9시30분 출발. 새벽에 남는 시간 뭐하겠습니까. 참새가 방아간을 그냥 지날리 없지요. ^^
인터넷강국 대한민국답게 빵빵한 무료 인터넷을 두어시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저 혼자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동반자가 늘더군요. 왼쪽 세번째 돌아앉은 의자가 제가 덥혀놓은 의자랍니다. ^^
북경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승객이 절반정도밖에 타지 않았군요. 덕분에 널널하게 세자리를 혼자 차지했습니다. 1시간30분의 짧은 비행이지만 서울과 시차가 한시간 다르니 외국이라는게 또 실감이 났구요.
중국 남방항공입니다. 공항 생김새야 매양 그렇지만 역시 낯선 비행기를 보니 북경에 온게 실감이 나더군요.
북경 공항은 생각보다 사람이 적었습니다. 어디나 인파로 득실대는 중국을 연상한지라 조금 의외였습니다. 입국 심사줄도 중국공민(국민) 라인에 서도록 배려하는 바람에 금방 나왔구요.
청소하는 아주머니 유니폼이 영락없이 한국이네요. 기내에 들고 탄 짐도 몇개가 되는지라 작은 카트에 싣고 나오는데 이렇게 중간에서 낚아 챘습니다. 카트 수집상도 아니고. ^^
입국심사를 마치고 수하물을 찾는 곳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입니다. 사람이 없는 덕분에 짐도 바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곳 공항은 구청사로 올림픽을 위해 새로 지은 으리으리한 청사는 바로 옆에 따로 있습니다. 21년전 이용했던 공항이어서 감회가 새롭더군요.
밖으로 나오니 택시들이 줄을 섰는데 현대 택시가 눈에 띄었습니다. 현대가 엘란트라 승용차를 상당히 많이 공급했다는 것을 시내 오면서 느낄 수 있었어요.
90년 북경에 왔을 때 시내로 들어가는 길은 2차선 지방도로같은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그야말로 상전벽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하긴 강산이 바뀌어도 두번은 바뀌었을 세월, 더구나 중국이 자존심을 건 올림픽까지 치렀으니 오죽 때빼고 광을 냈겠습니까.
호텔들이 가는 가도에 줄 지어 있습니다.
21년전 북경은 우중충한 도시였습니다. 지나는 사람들의 99%는 회색 인민복을 입고 있어서 더욱 그랬지요. 그러나 지금 북경은 서울이나 진배없는 곳처럼 느껴집니다. 그 많던 자전거의 물결도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너무 한산하다 싶었습니다. 오늘이 4월 4일 월요일인데, 차가 생각보다 적네 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알고보니 특별한 사연이 있더군요..
<2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