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창현의 평양오딧세이(24)
평양에 와서 처음으로 장거리 여행을 하게 되었다. 목적지는 개성과 판문점. 북엔 고속도로가 6개가 있다. 평양-개성 171km, 평양-남포 97km, 평양-원산 209km, 원산-금강산 106km, 평양-향산 146km 등 총 729km다.
지난해 판문점회담에서 김정은위원장이 북한의 劣惡(열악)한 도로사정을 털어놓아 화제가 되었다시피 고속도로를 달려보니 과연 그랬다. 최고 속도는 110km까지 허용되지만 곳곳에 패인 도로나 노면이 거칠어 90km 이상 달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운전사 홍선생의 실력이 좋고 도로 사정을 훤히 꿰뚫어 있어 별 불편은 없었다.
무엇보다 고속도로엔 차량이 거의 없어서 한편으로 도로가 안좋은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도로가 좋았다면 무한질주의 충동을 느끼지 않겠는가. 주의할 것은 움푹 패인 도로만이 아니다. 차들이 없다보니 도로를 걷거나 자전거를 한가롭게 타고 가는 주민들도 보이고, 청소원들이 갓길에서 청소를 하기도 했다.
놀랍게도 중간중간 도로변에서 ‘히치 하이킹’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고속도로에서 보기 힘든 풍경이 차라리 정겹다. 북한의 고속도로가 이렇게 사정이 안좋게 된 것은 재정문제와 자재, 설비 부족으로 꾸준한 관리가 어려웠던게 첫 번째 이유겠지만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서 본다면 교통량이 적은데 많은 돈을 들여 도로정비를 할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즉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다.
아다시피 북에선 다른 도시나 행정구역이 다른 곳에 갈때는 여행허가를 받아야 한다. 자가용 타고 멀리 가는 이들도 없고 중장거리 버스들도 없으니 고속도로가 한가할 수밖에 없다. 향후에 차량이 늘어나고 고속버스와 같은 중장거리 대중교통이 늘어난다면 북 당국도 당연히 고속도로를 정비하고 신설도로를 확충하는데 신경 쓸 것이다. 북한의 고속도로는 2017년까지 무료였지만 지난해부터 평양-원산간 고속도로는 승용차기준 8유로(10달러)의 통행료를 받고 있다.
사리원을 지날 즈음 고속도로에서 ‘개성’과 함께 ‘서울’ 이정표가 보인다. 여기서 서울까지 불과 82km. 순간 가슴이 고동친다. 서울이 코 앞이구나. 언젠가는 이렇게 북의 고속도로에서 서울도 가고 대전도 가고 광주도 가고 부산에 가는 날이 오겠지.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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