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향 이사장을 만났어요

며칠전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을 만나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사실 그간 김진향 이사장과 두어번 인사한 적은 있지만 길게 얘기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진향 이사장은 보기드문 北전문가입니다. 전문가도 아닌 제가 함부로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최근 북을 열심히 취재하고 다니면서, 의외로 적잖은 전문가들이 북을 잘 모르거나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김진향 이사장은 달랐습니다. 제가 북에서 뼈저리게 느낀 것을 너무나 명쾌하게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꼭 한번 만나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이가 다른 학자들과 차별성을 갖는 것은 정통 ‘북한학자’(이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출신으로 북녘 주민들과 수년간 함께 생활했기때문일 것입니다.
‘(김진향 이사장은) 참여정부에서 NSC 한반도 평화체계담당관으로 국정운영에 참여하여 남북 평화체계를 다루다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에서 더 폭넓게 남북관계를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과 여러 번 교섭과 협상을 했다. 학자 입장에서 북한을 더 자세히 알기 위해 개성공업지구 근무를 자원했고 2008년 2월부터 4년간 개성에서 근무했다. 이 때 개성에서 발생하는 신청·세무·회계·세금·임금협상 등 북한과의 모든 협상을 담당하면서 거의 매일 북한 사람들과 부대끼고 토론하고 협상하는 경험을 했다.’ <출처 위키백과>
제가 지난 1년간 북을 네차례 방문하며 그 짧은 기간만으로도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는데 4년간 북녘 주민들과 매일 부대끼며 생활했다면 그로 인한 경험과 살아있는 지식은 감히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김진향 이사장의 유투브 강연과 글들이 북을 있는 그대로 알고자 하는 이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는 것도 그때문이겠지요.

지난해 12월 21일 평화누리동산 DMZ생태관광지원센터에서 열린 ‘개성공단 재개 공감대확산 온라인토론회’에서 김진향이사장은 경기도 이재강 평화부지사와 함께 토론에 참여했습니다. 그날 저도 현장에 가서 두분에게 최근 출간한 <평양여자 서울남자 길을묻다>를 드렸는데요.
사실 내로라하는 전문가인 김 이사장께 어설픈 저의 방북기를 드리는 것이 조금 면구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가장 최근에 다녀온 북녘 소식이니까 하고 내밀었습니다. 그런데 한달여쯤 지났을까요. 김진향 이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책을 잘 읽었다고 하길래 의례적인 인사말로 생각했는데 “세번이나 완독했습니다” 하는게 아닌가요? 당신에게 흥미로운 내용도 있을뿐더러 기왕에 보면서 오탈자(誤脫字) 등 고칠 부분들을 표시한게 있으니 2쇄 인쇄때 참고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안그래도 책 출간후 오탈자 등 잘못된게 좀 있어서 표시는 해두고 있었는데 김진향 이사장이 책을 정독(精讀)하며 그런 수고를 해주었다니 고맙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점심 약속을 하고 공덕동에 위치한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 반갑게 수인사(修人事)를 나누고 김이사장이 가져온 제 책을 보는 순간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책엔 십수개의 견출지가 붙어 있었고 거의 모든 페이지마다 연필로 줄을 긋고 표시하는 등 빼곡하게 메모한게 아닌가요.

“제가 원래 학자다보니 책을 읽는 습관이 이렇습니다.” 놀란 표정을 짓자 빙그레 미소를 짓더군요.
오탈자는 사실 양념이고 당신이 갖고 있는 정보와 책 내용과 비교 검토하고 간단한 느낌까지 달아서 초록색 하이라이트와 별표시를 한 책은 대학입시 수험생의 학습지/참고서를 방불케 했습니다. 한마디로 신선한 충격이었죠.

사실 제 책은 북을 잘 모르는 중도나 보수인사들, 또 젊은 학생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함께 쉬운 문체로 쓴지라 앉은 자리에서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최고의 북녘전문가중 한 분이 책에 줄을 긋고 메모하며 세 번이나 읽었다니 머리가 절로 수그러질 밖에요. 아무튼 운이 좋아서 초쇄가 다 팔린다면 2쇄 인쇄 때는 더욱 완벽한 책을 내놓을 수 있게 됐습니다. 김진향 이사장이 꼼꼼히 감수(監修)한 책이니까요. ^^

모처럼 뜻이 통하는 분과 함께 여러 현안에 대한 고견도 청취하고 제가 경험한 북녘 이야기도 전하며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맛있는 점심과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마우스패드와 마스크 선물까지 한아름 받고 말입니다.

올해는 ‘개성공단 재가동’이라는 낭보(朗報)와 함께 김진향 이사장님과 함께 평화와 번영의 상징 개성공단을 둘러 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평양여자 서울남자 길을묻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7856148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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