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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중견기자의 편지. 1988년 Sports Seoul 공채1기로 언론입문, 뉴시스통신사 뉴욕특파원(2007-2010, 2012-2016), KRB 한국라디오방송 보도국장. 2006년 뉴아메리카미디어(NAM) 주최 ‘소수민족 퓰리처상’ 한국언론인 첫 수상, 2009년 US사법재단 선정 '올해의 기자상' CBS-TV 앵커 신디슈와 공동 수상. 현재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 편집인 겸 대표기자. 팟캐스트방송 ‘로창현의 뉴스로NY’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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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의 초상권

통일기러기의 평양오딧세이(6)
글쓴이 : 로창현 날짜 : 2019-04-01 (월) 06: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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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입장에서 늘 따라붙는 안내가 불편하기도 하지만 여행자 입장에서 안내는 아주 편리한 존재다. 일단 궁금한 것들을 즉석에서 물을 수 있고 필요한 것을 주문하거나 부탁할 수도 있다. 급하게 연락을 취할 일이 생겼을 때 안내에게 연락하면 바로 연결되는 것이다. 늘 옆에서 챙겨주니 본의아닌 실수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북을 방문하는 여행자에게 안내는 가이드 겸 보호자, 문제해결사 역할을 맡는다. ‘안내는 북한여행의 특색이자 매력이라고 볼 수도 있는 셈이다.

 

김선생은 조금 친해진후 하는 얘기가 우리 안내가 된 사연이 있단다. 해외동포사업부에선 우리를 누가 맡아야할지 고심을 했던 모양이다.

 

우리가 단순한 관광여행객이 아니었고 각기 다른 방북 목적에, 무엇보다 현역기자의 존재가 무척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던 것이다.

 

사실 남북교류가 끊어진 보수정권의 10년 세월은 말할 것도 없고, 판문점 선언이후 북을 방문한 기자들도 정부 대표단의 풀기자단으로 제한된 일정만 참여했다. 하물며 낯선 배경의 현역 기자가 적잖이 신경 쓰였을 것이다.

 

만일 내가 방북중에 민감한 어떤 것을 취재해 밖에 나가 터뜨린다면 담당했던 안내가 책임을 질 수도 있다. 그런 위험부담(?)때문에 해당 사업부의 최고참 김선생이 내가 하겠다고 자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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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상견례(相見禮)’할 때부터 까다로왔던 남조선 기자를 보고 그는 며칠간 긴장의 끈을 놓지않는 듯 했다. 하긴 양손에 셀폰 두 대를 들고, 목에는 카메라를 걸고 스틸사진과 동영상을 쉴새 없이 찍어댔으니 그럴만도 했다. 어쨌든 내가 관찰 대상이 된 덕분에 다른 일행은 그만큼 편하게 사진 촬영을 할 수 있었다.

 

북에서 사진 촬영은 기본적으로 자유롭다. 한두가지 주의를 기울일게 있지만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을 하면 된다. 가령 어느 나라를 가든 군시설이나 공공기관 등에선 사진 촬영이 금지된다. 북도 마찬가지다.

 

또한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나 동상 등을 촬영할 때(배경으로 찍힐때)는 잘리지 않고 한 화면에 들어가면 된다. 그들이 숭모하는 대상이 사진속에서 잘리면 훼손으로 느끼는 것이다.

 

과거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참석한 북에서 온 미녀응원단이 버스로 이동하다 거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진이 있는 플래카드가 비를 맞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들이 장군님 사진이 비를 맞는다며 울음을 터뜨리며 플래카드를 거둬간 일도 같은 맥락이다.

 

혹시 그런 사진을 실수로 찍었다고 해서 걱정할 일은 아니다. 출국할 때 전혀 검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입국시에는 형식적이지만 사진이나 동영상을 체크하고 지워달라는 요청을 한다. 우리가 소지한 물건중 그들 입장에서 불온 선전물(?)이 혹시라도 주민들한테 흘러가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이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출국할 때는 특별한 검사를 하지 않는다.

 

북 주민의 초상권(肖像權)을 보호해달라는 주문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안내 김선생은 거리 등 공공장소에서 사진을 촬영할 때 주민들의 얼굴을 무분별하게 찍지 말아달라고 했다. “모르는 사람이 자기 얼굴을 찍으면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사실 초상권을 떠나 당연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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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을 누구보다 많이 방문한 진천규 통일TV 대표도 방북강연회에서 평양의 한 여중생이 자기 얼굴을 동의없이 찍었다고 지워달라고 요구했다는 경험담을 들려준 적이 있다. 우리 언론은 북한의 저작물을 활용하거나 주민들의 사진을 보도할 때 저작권/초상권을 소홀히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북한에서도 최근 저작권 보호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고 평양 여중생의 사례에서 보듯 초상권을 당당하게 제기하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

 

이는 아마도 최근 수년사이에 엄청난 속도로 보급된 휴대폰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북한에서 손전화기로 불리는 휴대폰은 2012년이후 본격 출시돼 현재 보급대수가 800만대 이상으로 주민 세명당 하나꼴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 역시 휴대폰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 외부 인터넷은 통제되지만 자체 소프트웨어와 통합전산망(인트라넷)을 통한 정보 검색, 뉴스 읽기, 게임, 생활에 필요한 앱 등 다양한 서비스를 즐기고 있다. 카메라 화질도 서방의 최신폰 품질과 거의 차이가 없다. 사진 촬영이 쉬워진만큼 북한 사회에서도 불법(?) 촬영으로 인한 초상권 침해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한 것이다.

 

 

(7편 계속)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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