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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창현의 뉴욕 편지
가슴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중견기자의 편지. 1988년 Sports Seoul 공채1기로 언론입문, 뉴시스통신사 뉴욕특파원(2007-2010, 2012-2016), KRB 한국라디오방송 보도국장. 2006년 뉴아메리카미디어(NAM) 주최 ‘소수민족 퓰리처상’ 한국언론인 첫 수상, 2009년 US사법재단 선정 '올해의 기자상' CBS-TV 앵커 신디슈와 공동 수상. 현재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 편집인 겸 대표기자. 팟캐스트방송 ‘로창현의 뉴스로NY’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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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개성공단 무조건 열라

남북 신뢰회복 시급
글쓴이 : 로창현 날짜 : 2019-06-29 (토) 06:39:58

미국이익? 민족이익 앞세워야

겨레화합은 촛불시민의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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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습니다. 제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26일 북외무성 미국담당국장 권정근의 담화문을 보고 든 느낌입니다.

 

조선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조미대화와 관련한 공화국의 립장 표명이라는 성명은 한글과 영문으로 발표됐는데 전반부는 북미협상을 하기 위한 미국의 자세를 지적하고 후반부엔 남한은 북미대화에 참견하지 말라며 훈계조의 쓴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분량은 미국과 남한이 반반이지만 전체적인 문맥을 보면 남한 정부를 겨냥하고 있다는게 읽혀집니다. 한마디로 북미대화 중재는 택도 없다. 끼어들 생각조차 하지 말라는 통렬한 면박입니다.

 

북의 비난공세는 27일에도 이어졌습니다. 조국통일연구원 실장이 '우리민족끼리' 기자와 문답에서 문 대통령의 스웨덴 의회연설에서 행한 '북의 평화를 지켜주는 것은 핵무기가 아니라 대화다', '대북 제재가 해제되려면 북 비핵화에서 실질적 진전이 있어야 한다' 등을 거론하며 "남조선당국은 마치 우리 때문에 대화가 진척되지 못하는 듯이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 현실에 대한 초보적인 감각과 분석판단 능력을 상실한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북한의 선제적 조치 등을 오판하고 적대정책을 강행하는데도 책임을 우리에게 넘겨씌우며 미국의 장단에 맞장구를 치고 있다며 지난해 온 세계 앞에서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을 이야기하던 남조선 집권자의 그 당당하던 모습은 도대체 어디에 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그바람에 수구언론 등 극우세력은 문대통령이 북에 망신을 당했다고 나발을 불며 신바람(?)이 났습니다. 정부가 북에 식량을 퍼주고 수석대변인역할을 하는데도 푸대접만 받고 있다고 비아냥댑니다. 한 논설위원은 문대통령이 북을 믿는다소리만 되뇌는걸 보니 자기최면에 걸린 모양이라고 조롱하더군요.

   

극우세력의 무가치한 폄하는 논외로 하고, 청와대는 일개 국장의 의견으로 치부해서는 안됩니다. 북 체제의 특성상 공식적으로 조율된 평가와 입장으로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4월 김정은 위원장의 시정연설에서도 남조선당국은 추세를 보아가며 좌고우면하고 분주다사한 행각을 재촉하며 오지랖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여야 한다는 쓴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 지난해 가을이후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은 갈팡질팡으로 보는게 맞습니다. 수구적폐세력이 문정부를 물어뜯어 남북관계를 파탄내고 내년 총선에서 정권교체의 유리한 고지를 잡기위해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문재인정부는 민족공조라는 정상회담의 초심과 방향성을 잊고 미국의 비핵화 프레임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는 형국입니다.

 

문대통령은 언제 어디서든 남북정상회담을 할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희망사항일뿐입니다. 북은 이미 남을 멀찍이 밀어놓고 미국과 직접 승부를 보려하고 있습니다. 돌아보건대 북이 남에 대해 기대를 건 기간은 김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 올림픽 참가를 피력한 20181월부터 평양 공동선언문이 발표된 3차 남북정상회담까지 9개월에 불과합니다.

 

2017년 7월 문재인정부가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신베를린선언을 발표했지만 북은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위원장간에 험악한 말폭탄 대결을 하는 와중이라서요? 아닙니다. 남한 정부의 모순된 언행이 가져온 불신 때문입니다.

 

북을 적대시하지 않고 대화를 하자면서 상대 목을 치려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박근혜 탄핵이 진행되던 20171월 팔자에 없던 대통령권한대행으로 황홀경에 빠졌는지 황교안대행정부는 소위 김정은 斬首(참수) 작전부대2년 앞당겨 창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문재인정부 출범 한달 뒤인 6월 서훈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참수작전에 대한 정보를 캐는 데 혈안이 돼 있다..활동을 하더라도 새벽에 한다. 지방을 방문할 때 전용차를 타지 않고 간부차를 탄다..공개활동이 32% 감소했다고 경솔한 발언을 했습니다.

 

엉터리 정보가 하도 많아 신빙성이 의심스럽지만 진위여부를 떠나 북이 상당히 분노할 발언이었습니다. 다행히 7월 문재인 대통령의 신베를린선언이 발표돼 불필요한 자극은 더 이상 없을 것으로 기대 했습니다. 그런데 9월 국방장관 송영무가 국회 국방위에서 천연덕스럽게 “121일부로 참수부대를 창설해서 전력화시킬 예정이다라고 말하는게 아닙니까.

 

외교안보특보 문정인이 국방장관의 참수부대 언급은 적절치 않다. 용어를 정제할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하자 며칠뒤 국방위에서 송영무는 “(문정인특보는) 학자 입장에서 떠들고 안보 특보라든가 정책 특보 같지 않아 참 개탄스럽다고 역공했습니다.

 

집안 싸움에 난처해진 청와대는 국방장관을 공개 경고했지만 참수부대는 예정대로 121일 창설됐습니다. 송영무는 음주운전 전력에 군복무중 4차례나 위장전입, 전역후 11억원이 넘는 자문료 수임 등 많은 문제점이 있었지만 대통령의 신임으로 인사청문회를 가까스로 통과한 인물입니다.

 

참수부대 말고도 전술핵 재배치 등 재직중 일으킨 크고 작은 파문은 수구정권에 어울리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 사람이 장관도 되고 참수부대도 운용되는데 신베를린선언을 백날 발표해봐야 무슨 진정성을 느끼겠습니까.

 

그럼에도 대화기조가 만들어진 것은 북이 그해 11월 새로 개발한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5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며 핵무력완성을 선포한데 따른 일종의 수순이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이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숭고한 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일 것이라고 보도하였듯, 북은 ICBM을 보유한 핵무장국으로서 미국 등 다른 핵보유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평화 협상을 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입니다.

 

때마침 평창올림픽은 북미의 중재자를 간절히 바란 남한의 맞춤형 기회였고 이후 4.27판문점선언 등 남북미 정상회담의 극적인 순간들로 이어졌습니다. 트럼프가 북미정상회담을 뒤엎으려 했을 때 북측 판문각에서 전격적인 2차 정상회담이 만들어질 때만 해도 김위원장의 문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상당히 커보였습니다.

 

북은 4월 핵미사일 시험 중단 선언과 함께 6.12 싱가포르 회담 전후로 3명의 한국계미국인 인질 석방과 풍계리 핵시험장, 동창리 미사일엔진시험장 폐쇄, 미군유해 송환 등의 조치를 취하며 협상의 진정성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한미연합훈련의 축소 내지 변형 등의 형태를 취한 것 말고는 한 게 없습니다. ‘북한주민제재로 변질된 대북제재는 물론, 북미간 훈풍에도 불구하고 미국시민들의 북한여행금지조차 전혀 풀 생각이 없었으니까요.

 

문대통령이 중간에서 느낄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한반도 비핵화의 동시적 단계적 진행()과 북의 선제적 비핵화(미국)를 주장하는 양쪽의 接點(접점)을 찾기도 어렵지만 북미대화 자체를 꺼리는 미국 네오콘과 일본 극우세력까지 연계된 주변 세력의 방해공작도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변덕을 협상의 기술로 생각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8월말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하면서 북미협상에 위기가 생겼지만 남북 정상은 4월 판문점에서 약속한대로 9월 평양 정상회담을 이어갔습니다.

 

평양공동선언은 전문가 입회하에 동창리 엔진시험장을 영구히 폐쇄하고,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영변핵시설 영구 폐쇄, 군사적 적대행위 금지, 철도 및 도로연결,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사업 재개,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김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광범위한 합의를 이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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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중요한 것은 문대통령이 더 이상 북미간 중재자가 아니라 남북간 당사자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민족끼리 실행하고 공조하기로 한 것은 당연히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행과정은 극히 실망스러웠습니다.

 

무엇보다 딱한 것은 미국의 압력에 束手無策(속수무책)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역사적인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한지 3주도 안된 1010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우리 승인 없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독립국의 위신을 깔아뭉갰습니다. 1120일엔 한미 워킹그룹이란 것을 만들어서 사실상 총독부처럼 한국 정부의 행동을 일일이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재인정부는 미국이 워킹그룹을 강요했더라도 남북관계 발전에 沮害(저해)가 된다면 과감히 물리쳐야 합니다. 워킹그룹의 통제를 수용하면서 어떻게 자주적인 결정을 한다는 말인가요. 이미 북은 미국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후속협상이 이행되지 않는 것에 의문부호를 붙이고 있었습니다. 그런 차에 한미워킹그룹을 남한정부가 속절없이 수용하자 사실상 기대를 버리게 된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이 김정은위원장의 연내 서울답방을 물건너 가게 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위원장은 남녘 정부가 무척 답답했던 것 같습니다. 올초 신년사에서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한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개성공단 폐쇄과 금강산관광 금지는 애초에 대북제재와 상관없이 남한정부 스스로 취한 조치인만큼 남북이 합의하면 언제든지 열 수 있습니다. 북은 전제조건과 댓가없이 열겠다고 두 팔을 벌렸습니다. 남한이 원하는대로 하겠다는 파격입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북과 남이 굳게 손잡고 겨레의 단합된 힘에 의거한다면 외부의 온갖 제재와 압박도, 그 어떤 도전과 시련도 민족번영의 활로를 열어나가려는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을수 없을것입니다. 우리는 북남관계를 저들의 구미와 리익에 복종시키려고 하면서 우리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의 앞길을 가로막는 외부세력의 간섭과 개입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것입니다.”

 

그런데도 남한은 미국 눈치를 보며 쩔쩔 맵니다. 남북간 합의된 행사에 방북하는 기자들의 노트북 반입이 대북제재에 저촉된다며 통일부장관이 제동을 걸고, 막대한 전쟁무기 수입에 변형된 형태의 한미군사훈련이 진행되는데 남한에 대한 기대를 한다면 도리어 이상한게 아닐까요.

 

이 지경을 만들어놓고 뜬금없이 북미간 중재자 타령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어이없겠습니까. “조미 대화의 당사자는 우리와 미국이며 남조선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 우리가 미국에 연락할 것이 있으면 이미 가동되는 연락통로를 이용하면 되고 협상을 해도 조미가 직접 마주 앉아 하게 되는만큼 남조선 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남조선 당국은 제집의 일이나 똑바로 챙기는것이 좋을 것이라는 북외무성 권정근 국장의 담화문은 남한 정부의 自業自得(자업자득)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제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대북제재와 하등 상관없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한다고 선언해야 합니다. 정부 내부에서 잘못된 대북정책을 입안하고 은연중 수구세력을 대변하는 인사들을 신속히 청산해야 합니다. 미국의 이익보다 민족의 이익을 앞세워야 합니다. 그것만이 남북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입니다.

 

문재인정부는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의 합의문을 진정성있게 이행하십시요.

한머리땅(한반도) 평화와 겨레의 이익을 따라 굳건하게 나아가십시요.

이것이 당신들을 탄생시킨 촛불시민들의 엄중한 명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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