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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창현의 뉴욕 편지
가슴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중견기자의 편지. 1988년 Sports Seoul 공채1기로 언론입문, 뉴시스통신사 뉴욕특파원(2007-2010, 2012-2016), KRB 한국라디오방송 보도국장. 2006년 뉴아메리카미디어(NAM) 주최 ‘소수민족 퓰리처상’ 한국언론인 첫 수상, 2009년 US사법재단 선정 '올해의 기자상' CBS-TV 앵커 신디슈와 공동 수상. 현재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 편집인 겸 대표기자. 팟캐스트방송 ‘로창현의 뉴스로NY’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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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싱은 뉴욕한인의 본향(本鄕)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0-07-26 (월) 09:01:16
 

플러싱의 역사(歷史)는 1645년 네덜란드 서인도회사의 지배아래 유럽인들이 정착한 것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올해로 탄생 365년이 된 플러싱은 아시안과 히스패닉, 중동, 유럽,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요, 반경 2.5마일 이내에 200개 이상의 교회와 사원들이 존재하는 종교의 전시장(展示場)이기도 합니다.

 

플러싱에 우리 한인들이 본격적으로 터를 잡게 된 것은 70년대초 메인스트릿 일대에 가게들이 하나 둘 문을 열면서부터였습니다.

50년대만 해도 우범지대(虞犯地帶)로 분류된 플러싱은 1965년 세계박람회(世界博覽會) 개최를 계기로 상권 살리기에 안간힘을 썼습니다. 그 전면에 우리 한인들이 나선 것은 어쩌면 필연적이었습니다.

우리 한인들은 참으로 신기하게도 경제든 종교든 부흥에는 특별한 재능을 지닌 모양입니다. 세계 어느 곳을 가도 한인들이 가게를 열고 비즈니스를 시작하면 처음엔 죽은 상권도 얼마 안가 고객이 줄을 잇고 아연 활기를 띄기때문입니다.

 

뉴욕의 할렘과 브루클린, 사우스브롱스, 스태튼아일랜드가 그랬고 뉴저지 저지시티와 뉴왁 등 위험 지역에서 목숨을 걸고 개미처럼 열심히 일한 한인상인들이 있었기에 이들 지역이 살아났고 경제 살리기의 혁혁한 성과를 거둔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인들은 항상 상권을 키워놓은 후 타민족에 밀려나는 일을 되풀이하고있습니다. 왜 우리는 수고한만큼 결실을 얻지 못하고 그 땅의 당당한 주인이 되지 못하는 걸까요. 거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첫째는 비즈니스를 통해 돈을 벌어도 상업용 부동산을 구입하기보다는 주류 백인들이 사는 동네에 집을 사거나 현금으로 보유하려는 타성(惰性)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동업이라든가 소액주주들이 지분을 모아 운영하는 공동경영 시스템을 꺼리기때문입니다. 이런 식이라면 개인과 일가는 오붓이 살지언정 공동체를 구현하기는 참으로 요원합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은근과 끈기속에 대동단결(大同團結)을 잘 하는 민족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참을성이 부족하고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민족이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습니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과 ‘한국 사람은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는 말은 자기비하의 절정입니다.

그러나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의 진짜 뜻은 전혀 다릅니다. 원래는 사촌이 논을 샀으니 축하해 주고 싶은데 워낙 가진 것이 없어서 사촌의 논에 거름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배가 아팠다라는 것입니다. 이것을 일제가 악의적으로 왜곡해 퍼뜨렸습니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말 역시 일제가 ‘민족혼 말살정책’의 일환으로 퍼뜨린, 맹랑한 수작이었습니다. 우리 민족의 단결을 막기 위해 열등감과 패배주의를 조장하려고 일제가 만들어낸 말들을 오늘의 우리가 되뇌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대동단결이라는 민족 고유의 미덕을 찾아야 합니다. 머나먼 미국 땅에서 특별한 인연으로 만난 우리가 우선 뭉치고 타민족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지금 플러싱 한인타운은 붕괴 위기(崩壞危機)에 봉착해 있습니다. 공영주차장 재개발이 현행대로 추진된다면 유니온 한인상가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제2의 메인스트릿이 될 것입니다.

노던 블러바드 역시 162가까지 주요 건물의 70%를 중국계가 장악한 상황에서 코리아빌리지까지 잃는다면 한인타운은 모래알 타운으로 역사속에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가 한인타운을 지키자는 것은 한인만을 살리고 타민족을 배척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역사속에서 미국을 역동적으로 발전시켜 온 한인타운의 상실(喪失)은 다민족 다인종으로 구성된 모자이크 사회인 미국의 장점을 훼손하는 일이기때문입니다.

그런 대의명분이 있기에 타민족들과 정치인들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맨해튼차이나타운을 지역구로 한 마가렛 첸 시의원은 같은 아시안의 입장에서 스몰비즈니스가 특히 보호되야 하기 때문에 유니온한인상가를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습니다.

좐 루 감사원장 역시 뒤에서 돕고 있습니다. 한인사회에 힘을 보태줄 수 있는 시의원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노력을 기울여주고 있습니다. 중국계가 주축이 된 아주평등인협회 또한 법률과 정치 자문을 무료로 해주고 있습니다.

플러싱커먼스 프로젝트가 한인사회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입니다. 베이사이드와 브롱스, 브루클린 등 많은 시의원들이 힘을 보태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플러싱 지역구의 피터 쿠 시의원만 개발계획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등 한인유권자의 뜻을 저버리고 엇박자를 내고 있습니다.

 

24일 KRB 뉴욕라디오코리아 옆에 위치한 리프만 플라자에서는 뉴욕한인사회의 이정표(里程標)가 될 집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7월의 맹렬한 폭염(暴炎)속에서도 한인들은 물론, 중국계 등 타민족들과 토니 아벨라 시의원 등 주류 정치인까지 하나가 되어 한인소상인을 비롯한 지역주민의 권익을 대변하지 않는 개발계획은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플러싱은 뉴욕한인들의 고향같은 곳입니다. 그리고 유니온 한인상가는 역동적으로 돌아가는 한인사회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플러싱 유니온 스트릿 일대에 장승도 세우고 전통아치도 꾸며 이곳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한인타운의 출발점임을 미국 사회에 각인시켜야 할 것입니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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