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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의 섬과 등대이야기
시인, 언론학박사, 섬 여행 전문가. 문화부 독토TF팀 자문위원, 국토해양부 무인도서관리위원회 위원, 리얼TV 다큐멘터리 ‘한국의 섬과 바다’를 진행했다. 현재 KBS강릉 ‘박상건의 섬이야기’를 6년째 진행 중이고, (사)섬문화연구소 소장, 성대 겸임교수이다. 저서로 ‘포구의 아침’,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섬 여행’, ‘한강의 섬을 찾아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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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섬에 가고싶다(下) 한폭의 수채화 흑산도와 홍도

글쓴이 : 박상건 날짜 : 2012-01-12 (목) 13:55:16

 

흑산도는 목포항에서 중국 방향으로 97Km 거리에 있다. 11개 유인도와 89개 무인도로 이루어졌다. 풍랑주의보가 내리면 파도 높이가 3~4m씩 일어 뱃길이 묶이는데, 이때 일본어선, 중국어선 할 것 없이 모든 선박들이 바람을 피해 흑산도항으로 들어선다. 흑산도는 국제항이다.

 

산세(山勢)와 물빛이 너무 푸르다 못해 짙푸르게 검은 색을 띠고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 흑산도. 유난히 깊고 검은 바다와 검푸른 윤기를 자랑하는 해안 숲들은 흑산도 전체가 왜 다도해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는지를 실감케 한다. 흑산도의 모든 바다와 섬은 어업전진기지이다.

흑산도의 명물로서 홍어와 함께, 예리항일주도와 기상대 근처, 상라봉에 서식하는 상록교목으로 높이는 20m, 지름은 1m에 달하는 후박나무와 나무 줄기나 해안의 암벽에서 뿌리를 내리며 자생하는 풍난을 접할 수 있다. 후박나무 꽃은 5~6월에 피며, 나무껍질이 염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풍난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해풍과 이슬을 섭취하며 자라는데, 바위틈에서 뿌리를 바다를 향해 드러내어 탄소동화작용을 하며 성장한다. 바위절벽 허공에서 푸른빛을 발산하는 풍난의 모습은 신비 그 자체이다. 여객터미널에서 석부작, 목부작, 숯부작 등의 작품을 만들어 판다.

 

흑산도 길의 대표 명소는 상라봉 가는 길이다. 산길을 굽어 오르면 장보고(張保皐)가 주민들과 함께 지은 성곽이 보인다. 청해진 설치 후 당나라와 교역하는 중간 지점으로 삼은 성곽이다. 이곳에서부터 상라봉 정상으로 걷는 길은 강원도 미시령 고갯길처럼 꼬불꼬불 길의 연속으로, 마치 한 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것 같은 고갯길이다.아주 옛날 육지로부터 고립된 외딴 섬의 기억을 더듬다보면 감회가 남다르게 와 닿는다. 열두 구비의 산길을 넘어가는데, 다 올라서 내려다보는 흑산도 앞바다와 올망졸한 무인도는 한 폭의 수채화이다.

꼬부랑산길 끝 전망대에서 흑산도 앞바다를 내려다보는 풍경 또한 절경이다. 횡섬, 가도, 영산도, 홍도 쪽 망덕도, 장도, 쥐머리섬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전망대 아래 동백꽃이 웃음을 머금은 그 자리에는 한국의 대표가수 이미자의 명곡〈흑산도 아가씨〉노래비가 있다. 험한 파도에 목숨을 맡긴 채 먼바다로 떠난 남편 걱정에 애태우다 가슴이 검게 타버린 섬 색시의 애환(哀歡)이 진하게 묻어난 노래가사이다.

  

이 고갯길 넘어 해안도로를 걷다 보면 망중한(忙中閑)을 즐기는 마을사람들을 만나곤 하는데, 인심 좋은 어민들은 나그네에게 홍어를 권한다. 홍어는 흑산도 특산물이다. 홍어는 사흘쯤 삭혀야 제 맛이고 한국 전통술인 막걸리에 곁들여 먹으면 좋다. 홍어에 이 막걸리(탁주)를 곁들여 먹는다고 해서 홍탁이라 부른다. 좋은 홍어는 칼질할 때 찰떡처럼 찰진 육질을 드러낸 것이며 좋은 홍어 부위는 홍어애(창자)이다.

 

흑산도는 궁궐이 있던 지금의 서울인 한양으로부터 아주 먼 고립의 섬이어서, 조정 권력다툼에서 쫓겨난 정약전 선생은 이 섬에서 15년 간 유배생활(流配生活)을 하기도 했다. 정약전은 유배생활 중 섬 소년들을 가르치며 저술활동을 했는데, 바닷고기와 해산물 155종을 채집하여 <자산어보>를 집필했다. 이 책은 대한민국 최초의 수산학 관계 서적으로서 실제조사에 의한 저술이라는 점에서 학문적 가치가 높다. 정약전 선생은 16년째 되던 해, 이 섬에서 죽었다.

또한 흑산도는 조선 시대 문신이자 의병장이었던 최익현이 일본과 통상조약 체결을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유배생활을 했던 섬이기도 하다. 흑산도는 이처럼 외딴 섬이면서 선비들의 정신적 쉼터, 강인한 삶의 체험장이다. 그런 고귀한 영혼들을 기리고 꽃피우듯 섬의 바위나 숲길에는 풍란과 각종 희귀식물이 자란다. 그리고 바다는 통통대는 어선들과 나부끼는 깃발들로 새로운 생동감을 웅변(雄辯)한다.

 

부서지는 노을이 환상적인 홍도

목포에서 116km. 흑산도에서 26Km 더 가면 남서해안 마지막 섬 홍도가 있다. 여객선이 도착하는 선착장 마을이 홍도 1구이며, 산등성이 너머에 홍도 2구 마을과 홍도등대가 있다. 홍도 1구에서 홍도 2구로 가는 산자락이 깃대봉인데, 이 능선에 270여 종의 상록수와 170여 종의 동물이 서식한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인 천혜의 섬 홍도이기에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도 뭍으로 가져올 수가 없다. 붉게 물든 해안절벽이 억겁의 세월을 말해준다. 붉은 절벽에 타오르는 노을이 부서지면 더욱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중국과 가까워 중국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홍도에서 주민들은 15일간 먼 바다에서 홍어를 잡고 15일간은 바닷가에서 그물 다듬는 일로 생활한다. 홍어 잡이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주낙으로 고기를 잡는다. 마을 입구에는 이런 주낙 낚시도구들이 즐비하다. 주낙으로는 농어, 감성돔, 참돔, 우럭, 줄돔, 방어 등을 잡는다.

 

아낙들은 대부분 해녀다. 해녀물질은 보통 초등학교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자연스럽게 배운다. 아주 어릴 적에는 주로 헤엄치는 연습을 하고 5~6학년쯤 되면 어머니로부터 부표의 일종인 두렁 박을 받아 얕은 데서 깊은 데로 헤엄쳐 들어가는 연습을 한다. 빠른 이들은 중학생 때부터 작업하는 것을 시키는데, 40세를 전후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한다.

 

해녀들이 물속에 들어가 작업하는 시간은 3분 정도. 주로 잡는 해산물은 해삼, 멍게, 성게, 전복, 소라, 미역, 청각 등이다. 잡은 것들은 바로 현지 관광객들에게 팔거나 도시민들에게 예약 순서에 따라 보내주기도 한다. 한 번 나가서 일하면 수입은 10만 원 안팎이다. 

남도 섬 문화를 그대로 간직한 이 마을은 아주 한적하고 평화롭다. 마을 오른편으로 아름다운 오솔길이 이어지는데 나무 계단을 타고 오르면 해수면으로부터 89m에 이르는 홍도 유인등대가 있다.

홍도를 둘러볼 때 첫 번째로 할 일은 도착한 선착장의 홍도관리사무소 옆에 난 전시실을 찾는 일이다. 여기에는 다년생 관상식물로 섬 바위틈에서 자라는 풍란이 있다. 또한 대엽풍란, 석곡, 새우난, 맥문동 등 홍도에서 자생하는 약 500품종의 희귀식물을 전시 중이고, 배양란도 판매한다.

 

그 다음은 섬 전체를 둘러보는 해상유람(海上遊覽)이다. 홍도에는 33가지 비경이 있다. 이를 감상하려면 유람선을 타야 한다. 주요 코스는 남문바위-시루떡바위-물개굴-석화굴-기둥바위-탑바위-원숭이바위-주전자바위-독립문바위-홍어굴-병풍바위 등이다. 이 가운데 특히 볼 만한 곳은 남문에서부터 시작되는 높이 100m 단애(斷崖)들이다. 마치 분재를 놓은 듯 작은 소나무 풍경이 아름답다. 특히 소나무가 바다로 향해 자라는 모습도 신비감을 더한다.

선착장에서 마을 골목길을 따라 넘어가면 홍도해수욕장이다. 골목길 좌우는 모두 횟집촌과 민박집으로, 횟집마다 자연산 활어회를 내놓는다. 청정해역에서 해녀들이 잡은 해산물과 먼바다에 나가 주낙 낚시 등으로 잡아 올린 고기들이다. 주인들은 대개 낚싯배를 소유하고 낚시체험과 스킨스쿠버 등 해상레포츠를 지원한다.

여행 목적에 따라 횟집과 민박집에 해양체험 주제를 일러주면 거기에 맞게 생생한 섬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해 준다. 특히 돌김 채취 체험은 여행상품에도 없는 것으로, 신선한 남도 섬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이는 갯바위에 즐비한 자연산 돌김을 뜯는 일인데 채취시설이 없던 시절, 바다가 너무 깊어 양식이 불가능한 심해의 섬 주민들은 해안 절벽과 갯바위를 돌며 목숨을 담보로 김을 뜯어 말리며 생계를 이었다. 김은 단백질, 당질, 칼슘, 인 등을 함유하고 있고 미용과 항암효과가 있다. 가족들과 함께 썰물 때 돌김채취를 체험할 수 있고 인근 상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도 있다. 좋은 김은 빛깔이 검고 광택이 나며 향기가 있다.

낚시꾼들도 홍도를 많이 찾는데, 주요 어종은 농어, 감성돔, 참돔, 우럭, 줄돔, 방어 등이다. 그러나 홍도는 천연기념물이므로 갯바위 낚시가 금지돼 있다. 따라서 선상 낚시만 가능하다. 섬 전체가 포인트이다. 어종별 낚시 제철은 감성돔은 12~2월, 돌돔과 농어는 6~8월, 방어는 9~10월, 우럭은 11월이다.

그렇게 선착장에서 골목길을 걸어 끝나는 지점에는 물이 매우 맑고 깨끗한 청정 몽돌해변이 나온다. 수심 10m 이상까지 육안(肉眼)으로 볼 수 있고 바닥은 암반과 자갈이다. 홍도사람들은 이 해수욕장을 빠돌해수욕장이라고 부른다. 빠돌이란 파도에 씻긴 둥근 돌을 말한다. 주변 기암절벽도 볼거리이다. 낙조(落照) 포인트 중 하나이다.

홍도 1구가 관광객으로 붐비는 반면에 해녀마을인 홍도 2구는 한적한 어촌 풍경이다. 해녀들이 물질하는 모습과 섬 아낙들의 삶을 체험하고 싶다면 이곳에서 민박을 하면 된다. 뒤편으로 산길이 이어져 간단한 산책도 가능하고 등대로 오솔길이 이어져 있다. 정기여객선이 다니지 않으므로 민박집에 부탁하면 배가 여행자를 태우러 나온다.

 

홍도 2구에서 오솔길을 따라 넘어가면 홍도등대이다. 일몰 포인트이기도 한 홍도등대는 1931년 불을 밝힌 유인등대로, 3명의 등대원이 근무한다. 태평양전쟁 때 군인들이 상주해 군사기지 역할을 했다. 그래서 홍도 사람들이 만든 홍도등대였지만 정작 주민들 접근이 금지되었다가 전쟁에서 패한 일본인이 야간도주하면서, 남은 식량은 주민들에게 배급되었고 한동안 홍도 주민들에 의해 등대가 운영되었다.

지금 이 등대는 홍도 사람들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 모든 어선의 뱃길을 비추는 조건 없는 사랑의 메신저로 남해안 최서쪽 바다의 지킴이가 되어 우뚝 서 있다.


김하목 2012-01-13 (금) 04:38:39
오늘.  그 섬에 가고싶다..... 
멋진 사진과 글.  매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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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 2012-01-17 (화) 16:56:44
《Re》김하목 님 ,
감사합니다 선생님~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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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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