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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의 섬과 등대이야기
시인, 언론학박사, 섬 여행 전문가. 문화부 독토TF팀 자문위원, 국토해양부 무인도서관리위원회 위원, 리얼TV 다큐멘터리 ‘한국의 섬과 바다’를 진행했다. 현재 KBS강릉 ‘박상건의 섬이야기’를 6년째 진행 중이고, (사)섬문화연구소 소장, 성대 겸임교수이다. 저서로 ‘포구의 아침’,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섬 여행’, ‘한강의 섬을 찾아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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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떼들의 섬, 조도군도를 밝히는 하조도 등대

글쓴이 : 박상건 날짜 : 2012-08-05 (일) 08:20:05

섬문화연구소 조도군도 답사팀은 그해 봄 밤 11시에 프레스센터를 출발했다. 새벽 4시경 목포에 도착하여 숙소에서 잠깐 눈을 붙인 후 다시 진도로 향했다. 팽목항에서 아침식사 후 7시30분 첫배를 타고 조도군도로 향했다. 조도는 진도 팽목항에서 40여분 소요됐다.

 

눈을 제대로 붙이지 못한 일행들만큼이나 해무 속의 섬들은 서서히 눈곱을 벗으며 그 실체를 보여주었다. 올망졸망한 섬들의 실체를 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도리산 전망대.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한 폭의 그림이다. 우리나라에는 조도(鳥島)라는 이름의 섬이 네 군데 있다. 모두 새를 닮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남 진도의 조도는 섬들이 마치 새떼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도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북쪽 섬이 ‘상조도’, 그 아래쪽이 ‘하조도’이며 두 섬은 다리로 연결돼 있다. 좌우 바다 끄트머리쯤에 신안군과 완도군의 섬들이 펼쳐진다. 날씨가 좋은 날은 제주도 한라산 줄기도 감상할 수 있다.

 

선착장이 있는 어류포에서 마을로 들어서자 밭이 참 많은 편이었다. 어민들은 밭에서 특산품인 무와 대파를 캐고 있었다. 바다 일이 없는 날은 뭍에서 밭일을 하고 밭일 없는 날에는 바다에 나가 멸치와 낙지, 매생이 등 해산물을 잡고, 전복과 김 등 해조류 양식을 한다. 문화재로 등록된 동구리에는 성터가 있고 동구리 방지구리해변은 갯돌과 모래, 갯벌이 함께 산수화 같은 신비의 바닷가 풍경을 보여준다.

 

다시 어선을 빌려 타고 조도군도 70여개의 섬들 사이를 비집고 다녔다. 조도군도는 총 154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유인도가 35개, 무인도가 119개. 이따금 포구에 당도해 어민들이 갓 잡아 온 싱싱한 감성돔과 숭어 그리고 소라와 해삼, 멍게 등으로 갑판에서 식사를 대신했다. 섬 여행의 매력이고 진가이다. 이 일대는 감성돔 배낚시와 갯바위 낚시로 유명한 포인트이다.

  

1년에 5일 정도만 갈 수 있다는 추자도 위 병풍도 일대 무인도까지 내려갔다. 그런데 어선의 엔진이 고장 나서 한 동안 조류가 거센 바다 한 가운데 어렵게 碇泊(정박)해야 했다. 연안통발어선 남해호 선장 박영규씨(49)는 “섬들이 모처럼 맞은 서울 손님들을 오래도록 잡아두고 싶었던 모양이다”라고 씨익 웃으면서 엔진을 손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청등도 신의도 관매도 죽도 맹골도 서거차도 동거차도 내병도 외병도 병풍도를 거쳐 기암괴석으로 점점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무인도를 답사했다.

 

거친 숨소리를 내며 흐르는 조류를 지나면 다시 아담한 호수처럼 평온한 바다가 이어지고, 다시 소담한 섬으로 이어졌다. 적당한 바다와 적당한 거리에 사람이 사는 섬이 있는 조도군도는 그렇게 외유내강의 섬이었다. 섬에 내려 잠시 해변을 거닐다가 포구에서 작은 밤처럼 생긴 특이한 성게와 해삼을 사들고 다시 배를 타고 우리는 한 잔의 술을 건넸다. 바다는 노을로 채색(彩色)되어 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들의 유혹에서 한동안 헤어나지 못하다가 이내 민박집이 있는 신전리 백사장 해변으로 돌아왔다.

 

섬사람들의 깊은 애향심에 잠 못 이루고

 

바다가 보이는 산행리 배양실 작업장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주민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추억의 밤으로 깊어갔다. 전라남도는 세계적인 섬 풍경을 자랑하는 조도군도를 국제적 관광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유람선을 띄우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펜션 등 숙박 편의시설을 마음대로 지을 수 없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규제를 어떻게, 어디까지 풀 것인가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정작 아름다운 섬에서 태어났지만 갖가지 규제 때문에 주민들을 서서히 고향을 떠났다. 1998년 2만명이던 조도면 인구는 현재 3,740명. 이곳이 고향인 정훈씨(50. 명동 독도참치 주방장)는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등진 것은 규제로 인해 돈벌이가 난감하기 때문이다”면서 “섬 주민도 도시 사람들도 모두 편하게 쉴 수 있는 다도해 정책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첫날밤은 잠 못 이뤘다. 민박집에서 뒤척이다가 이른 아침 방파제로 나갔다. 양식장을 주변에 끼고 선 소섬으로 아침 해가 떠오르고 방파제 아래서는 85세의 문대림 할아버지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볼락 몇 마리를 잡은 할아버지는 새벽잠이 없어 해 뜰 무렵이면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공무원인 아들 내외와 사위가 내일 모레 내려오기로 했다면서 기다림으로 들떠 있었다. 그러면서 “저기 저 각흘도는 화가들이 자주 찾는 섬이고 어제 낚시들이 그 앞에서 참돔을 60마리나 잡았다”고 전했다.

 

 

할아버지는 낚은 고기를 다시 바다로 놓아주고 속이 텅 빈 대나무 낚싯대를 메고 집으로 향했다. 문득, 버리고 비우면서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살면서 숱한 파도를 넘었을 할아버지는 한국판 ‘노인과 바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 인생살이만큼이나 4km에 이르는 비포장 산길을 굽어 돌아간 창유리 산1번지 끝자락에 하조대 등대가 있다. 100년 전통의 하조대등대는 조도의 특징을 모두 집약하고 있다.

 

물길이 계곡물 쏟아지듯이 뒤틀리며 흐르는 장죽도 수로 위쪽으로 48m의 깎아지른 절벽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백색원형의 등대가 하조도등대이다. 등탑높이는 12m로 경사가 가파른 기암절벽 위에 우뚝 서 그 위용을 더욱 자랑한다. 먼발치서 낚싯배와 여객선의 여행객들은 이 등대를 바라보며 감탄을 절로 자아낸다. 하조도의 매력은 이러한 푸른 바다와 등대가 밟고 선 땅의 아름다운 조화에 있는지도 모른다.

  

하조도등대는 노을이 지면 불을 밝히고 10초마다 1번씩 39Km 해상까지 불을 비추면서 선박들의 안전한 항해를 돕는다. 특히 조도군도는 해무가 자주 끼는데 그 때마다 무적(霧笛)을 통해 바다를 향해 나팔소리를 울린다. 하조대 항로표지관리소장은 “이곳은 서남해 연안해역에서 유속이 가장 거센 지역으로 등대는 선박의 중요한 지표가 된다”면서 “특히 해상교통요충지로써 해상교통관제서비스를 위한 레이더 기지국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 오면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어떻게 울돌목 조류의 흐름을 이용하여 왜선을 격침시켰던가를 그 원리를 두 눈으로 확인시켜 준다. 그리고 왜 등대가 이 지점에 서 있어야 하는가를 급속한 유속을 연출하는 바다와 주변 지형이 웅변해준다. 그러면서 빼어난 등대 해양문화공간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여객선에서는 아스라이하게 보이는 이 등대를 꼭지점으로 하여 하조도의 산등성이가 풍경화처럼 그려지고 다시 바다 너머 상조도로 이어져 조도군도는 올망졸망 섬들이 손에 손을 잡고 푸르게, 푸르게 출렁인다.


    

○ 하조도등대 가는 길

1. 고속버스: 강남터미널→목포버스터미널→진도 버스터미널→팽목항(40분)→조도(어류포항)

2. 승용차: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IC(2번 국도)→영산강하구언→삼호면 용암사거리(49번 지방도)→금호방조제→해남 문내면(18번 국도)→진도대교→팽목항→조도(어류포항)

3. 배편: 진도 팽목항→하조도등대(1시간), 목포항 제2여객터미널→하조도등대(2시간20분)

4. 배편 문의: 해진해운(팽목항 061-544-0833/어류포항 061-542-5055)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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