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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의 섬과 등대이야기
시인, 언론학박사, 섬 여행 전문가. 문화부 독토TF팀 자문위원, 국토해양부 무인도서관리위원회 위원, 리얼TV 다큐멘터리 ‘한국의 섬과 바다’를 진행했다. 현재 KBS강릉 ‘박상건의 섬이야기’를 6년째 진행 중이고, (사)섬문화연구소 소장, 성대 겸임교수이다. 저서로 ‘포구의 아침’,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섬 여행’, ‘한강의 섬을 찾아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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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동백섬에 역사의 아픔 보듬고 선 100년 등대

글쓴이 : 박상건 날짜 : 2013-01-12 (토) 14:20:59


 

여수항에서 117㎞ 해상에 거문도가 있다. 가막만을 지나 좁은 해협의 백야도 등대를 지나 다시 초도를 거쳐 뱃길로 2시간 달려 당도한다. 거문도에 이르는 고만고만한 섬과 바다에는 갈매기와 어부들이 사이좋게 어울린다. 그 섬으로 가는 풍경이 참으로 정겹고 평화롭다.

 

문득 거문도 사람들의 애환(哀歡)이 묻어난 ‘거문도 뱃노래’가 떠오른다. 섬사람들이 고기를 잡으러 나가거나 만선(滿船)으로 돌아올 때 부르는 거문도 뱃노래. 거문도 뱃노래는 400여 년 전부터 전해와 지금도 불리고 있는 우리 가락이다. 북과 꽹과리, 장고를 두들기며 바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쁨과 편린(片鱗)이 묻어 있다.

 


 

거문도에는 590여 가구에 1,4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거문도는 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배가 처음 들어설 때 왼쪽 방향 작은 섬이 동도, 오른쪽 섬이 서도이다. 여객터미널이 있는 섬이 고도이다. 고도에서 서도를 잇는 타원형 구름다리 삼호교를 건너면 100년 역사를 지닌 거문도 등대가 있다.

 

동백터널 빈 의자에 앉아 감상하던 툭 트인 바다의 노을풍경

 


 

거문도 양 끄트머리에는 등대가 있다. 거문도 관문 서쪽 음달산 끝자락에 녹산 무인등대가 있고 동쪽 끄트머리 수월산 절벽 위에 유인등대가 있다. 역사적인 거문도 등대로 가는 길은 ‘목넘어’, ‘무넘이’로 불리는 섬모퉁이에서 일단 발을 멈춘다. 육지 길이 끝나고 바닷길을 건너 등대로 가는데, 밀물에는 길이 막힌다.

 

일단 갯바위를 타고 등대로 가는 길에 들어서면 환상의 동백터널이 이어진다. 형형색색(形形色色)의 야생화와 풍란이 자생한다. 동백 사이사이 잣나무와 밤나무도 많다. 해안가 쪽 시누대 잎 들이 서걱이는 소리도 상큼하다. 등대로 가는 산길은 오른편 절벽을 타고 간다. 절벽 아래 바다에 때마침 노을이 번진다. 어선도 어부도 노을에 젖어든다. 그 노을 속에는 보는 각도에 따라 부처 같기도 하고 남성의 상징으로 도드라지기도 하는 선바위가 이채롭게 서있다.

 


 

수월산 동백 숲 길이는 4㎞. 중간지대에 지친 나그네에게 쉬었다 가라며 바다 쪽으로 나무벤치가 마련돼 있다. 대중가요처럼 “한 사람이 와도 괜찮소~ 두 사람이 와도 괜찮소~”라며 넉넉하게 빈자리를 내어준다. 그렇게 도착한 거문도등대 앞에서 일몰(日沒)은 절정에 이르러 은빛 색깔을 우린다. 깊은 바다일수록 이런 특징이 있다. 자월도 이작도 대청도 앞 바다 노을빛이 그랬다. 일출 때는 붉은 바다를 풀무질한다. 뜨겁게 핀 동백 꽃 같은 색깔이다.

 

열강에 짓밟힌 아픈 역사의 거문도등대와 팔각정 쉼터의 여유와 추억

 


 

등대에 들어서자 맨 먼저 맞아준 것은 두 마리의 강아지. 등대 숙소에서 묵던 그날 밤, 밤 깊도록 강아지는 이방인 문밖에서 턱을 괴고 앉아 떠나지 않았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오징어 다리를 던져주자 녀석은 반갑게 받아먹곤 했다. 눈이 참 선했다.

 

거문도 등대는 1905년 4월에 처음 불을 밝혔다. 긴 역사를 지닌 남해안 최초의 등대로 숙소, 사무실 등 전체 규모로는 동양 최대 규모이다. 등대는 연와조로 만든 하얀 색상이다. 높이는 6.4m, 해수면으로부터는 69m에 이르는 절해(絶海)의 고도에 서 있다. 절벽 아래는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깎아지른 벼랑. 군락(群落)을 이룬 푸른 모시풀이 그 벼랑을 타오르고 있다. 등대 아래 배치바위에서는 강태공들이 낚시에 여념이 없다.

 


 

이따금 고기잡이 어선들이 포구로 돌아온다. 노을바다에 깃발을 나부끼며 돌아오는 어선의 모습이 포근하고 이국적이다. 등대 옆에는 ‘관백정’이라는 팔각정 쉼터가 있다. 두 연인이 끝없이 펼쳐진 해원(海員)을 바라다보며 침묵한다. 그들의 손짓은 저 바다를 향해 있다. 하긴, 이 광활한 바다에서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날 좋은 날에는 한라산과 절대고독의 상징인 백도가 보이는 전망 포인트이다.

 


 

거문도 등대는 15초마다 한 번씩 불빛을 깜박인다. 23마일(42km)까지 불을 밝힌다. 거문도 는 1885년부터 2년 동안 영국해군의 점령을 받았다. 이후 1988년 강대국과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등대가 설치됐다. 현재 거문도등대는 오륙도, 영도등대, 대마도 앞까지 연락이 가능한 위성항법장치 GPS가 설치돼 있다.

 

24시간 남을 위해 헌신하는 등대지기는 영원한 휴머니스트

 

밤이 되어 한봉주 등대장과 김계인 등대원 그리고 동행한 기자와 밤새 등대이야기를 나눴다. 등대에는 집배(集配)원(員)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직접 여객터미널까지 내려가 우편물을 가져온다. 그렇게 가로등 없는 산길을 밤길마다 오간다. 동백꽃 절정기에 붉게 떨어진 동백꽃을 밟지 않기 위해 비켜 걷는다. 자연과 한 호흡으로 사는 등대지기 삶에 고개를 숙이게 한다.

 


 

여수에서 뱃길로 6시간 걸리던 소리도 등대지기 시절에는 지게에 배터리를 짊어지고 등대로 가는 산길에서 배터리 수은이 터져 독성으로 런닝구가 펑크 나고 피부가 다 벗겨지기도 했다. 피곤에 지쳐 잠에 들었는데 독성 탓에 이불이 불에 탄 듯 구멍이 났더란다.

 

태풍주의보에 보급선이 오지 않으면 나무베어서 군불 지피고 집배원이 섬에 올 수 없어 늦게 도착한 전보 탓에 가정 대소사 놓치기가 일쑤였다. 초도라는 외딴 섬 근무 시절에는 사람의 시체를 가마니에 싸서 바람에 썩히는 소위 ‘초분’ 탓에 도깨비 혼령(魂靈)에 떨어 머리끝까지 땀범벅이 되어 줄행랑을 쳤다. 어느 깊은 밤에 노파가 주검을 쓰다듬는 모습과 마주치기도 했다.

 


 

물론 어민들의 이러한 풍습에 서서히 젖어가는 것은 등대지기들의 인지상정. 섬마을 집집마다 생업에 어려움이 없도록 안개가 낄 기미만 보이면 미리 등대를 점검하고 발전기가 고장 나면 온몸으로 등명기를 돌리고, 밤을 꼬박 새우곤 한다. 우리나라에서 24시간 근무하는 유일한 공무원이 등대지기이다.

 


 

아무튼 섬 여행에서 만난 등대지기 이야기는 밤새 해도 끝이 없다. 우리시대 영원한 휴머니스트이다. 그런 등대지기 사랑을 상징하듯 동백 숲은 더욱 붉어 거문도등대를 에워싸고 있다. 고기잡이 간 남편을 기다리다 끝까지 정조를 지키고 몸을 던져 피토하며 죽은 전설을 가진 동백꽃과 등대지기와의 만남은 결코 우연이 아니리라.

 

다음날 이른 새벽 쪽지 한 장 남기고 등대를 떠났다. 마음씨 좋은 등대지기들이 아침밥상을 차릴 것만 같은 예감 때문이다. 오늘은 그 섬 그 등대지기들이 무척 그립다.

 


 

거문도는 전라남도 여수시 삼산면에 있는 섬이다. 여수와 제주도 중간에 위치한 다도해(多島海) 최남단 섬이다. 서도, 동도, 고도 3개 섬으로 이뤄져 있다. 지리적 여건으로 열강의 침입을 받아왔다. 대부분 암석해안과 해식애로 이뤄져 있다. ‘거문도 뱃노래’는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1호. 주요 농산물은 고구마, 감자, 마늘, 유채, 양파이고 연안에서 삼치, 멸치, 도미, 갈치 등이 잡힌다. 자연산 굴, 미역, 조개류가 채취된다. 특산물은 자연산 미역, 갈치, 갈치창젓이다.

 

거문도 등대로 가는 길

 

1. 항공

- 김포공항→여수공항→여수항

- 아시아나(061-682-2626)/대한항공(061-683-7502)

 

2. 기차

- 용산역→여수역(무궁화 새마을호 1시간 간격 운행. KTX 2시간 단위 운행.)→여수항

- 철도 문의(1544-7788/여수역 061-663-7788)

 

3. 고속버스

- 서울 강남터미널→여수버스터미널(30~40분 간격 운행. 5시간소요)→여수항

(여수시외버스터미널 652-6877)

 

4. 승용차

- 서울 한남대교에서 여수 460Km(성수기 6~7시간, 비수기 5시간소요)

- 경부고속도→천안논산고속도→호남고속도→순천I.C→여수17번국도→여수항

- 경부고속도→대진고속도→진주 I.C→남해고속국도→순천I.C→여수17번국도→여수항

 

5. 배편

- 여수항 →거문도(1시간 30분소요)

- 여수항여객터미널(061-663-0117)

- 온바다(061-663-2191~2)/청해진해운(061-663-2821~4)

 


 

섬 여행 TIP

 

1. 거문도에 영국 해군 군함이 2년간 점령했다. 세상에 등장한 선박은 기원전 6천년~4천 년경 출현했다. 처음엔 단순히 이동과 강을 건너는 게 목적이었다. 세계가 치열한 각축장이 되면서 어선과 상선에 이어 구축함, 항공모함, 순양함 등 군함이 등장했다. 항공모함은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본격 개발됐다.

 

2. 무인도 백도 여행을 갈 경우 거문항에서 유람선을 탄다. 20명 이상 되어야 출항한다. 문의는 청해진해운(061-666-2801. 요금 1인 29,000원)

 

섬 둘러보기

 


 

귤은 사당과 김양록 선생 사당

 

귤은 사당은 동도에 있고, 만회 김양록 선생의 사당은 서도에 있다. 거문도를 침략한 러시아 함선에 올라 필담을 나눴던 2명의 학자인 이 둘은 현재의 지명인 거문도(巨文島), 즉 ‘글을 잘 아는 사람이 사는 섬‘라고 불리게 한 주인공들이다.

 

영국군 묘지

 

1885년 4월 영국군이 거문도를 점령하여 약 2년간 주둔하였을 때 사망하였던 군인의 묘지. 고도에 있는 삼산면사무소를 지나 동편에 있다. 1889년까지 9기의 묘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두기만이 남아 있다. 거문도에 영국군이 주둔하게 된 것은 러시아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영국이 무단으로 강점한 것. 그러나 당시 거문도 주둔 영국군은 비교적 호의적이었고 주민들과도 잘 지냈다고 전해진다. 영국대사관에서 참배차 거문도를 방문한다.

 

대심포해수욕장

 

해변에 해송이 병풍을 치고 고운 모래밭이 깔려 있어 가족 피서지로 제격이다. 해수온도는 22~24도이며 바다 속 3~5m까지 맑게 보이는 청정해역이다.

 

동백터널

 

거문대 등대로 가는 산길은 동백나무숲으로 우거져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수월산 동백 숲의 길이는 4㎞. 5분 정도 오르면 완만한 경사로 이어져 등산 초보자도 무난하게 산책하듯 걸을 수 있다. 중간 중간 쉬었다 갈 수 있도록 나무벤치가 마련돼 있다. 20~30분 정도 걸으면 거문도등대이다. 동백터널에는 형형색색의 야생화, 풍란이 자생한다. 절벽 아래로 펼쳐지는 노을도 감상 포인트. 절벽 아래는 보는 각도에 따라 합장하는 부처 모양으로 남성의 상징으로 도드라지기도 하는 선바위가 있다.

 

거문도 등대

 

거문도에서 동쪽 28km 지점에 우뚝 솟아 있다. 100년 역사를 지닌 남해안 최초의 등대로 숙소, 사무실 등 전체 규모로는 동양 최대 규모이다. 연와조로 만든 하얀 색상에 프랑스에서 제작된 프리즘렌즈 장착이 특징이다. 적색과 백색의 섬광이 매 15초마다 깜박이며 뱃길을 비춘다. 등대 높이는 6.4m, 해수면으로부터는 69m에 이르는 절해의 고도에 있다. 절벽 아래는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깎아지른 벼랑이다. 낚시 포인트이기도 하다.

 


 

관백정

 

거문도 등대 안에 있는 팔각정 쉼터이다. 탁 트인 바다를 조망하기에 그만이다. 오고가는 어선들의 모습, 해안선 기암괴석, 갯바위 강태공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이기도 하고 일몰 포인트이기도 하다.

 

바다낚시

 

주요 어종은 참돔, 흑돔, 돌돔. 참돔, 흑돔, 돌돔 낚시는 7~8월에 절정을 이루고 서도 남쪽 등대와 촛대바위, 용냉이, 재림여 등이 포인트이다. 특히 동도는 대형돌돔이 잘 낚인다. 찌낚시를 이용하는 것이 대어를 낚는 비법중 하나. 거문도 풍경을 감상하면서 선상낚시를 즐기고 싶다면 거문도와 백도 중간 지점에 있는 삼부도와 대삼부도가 꾼들로부터 각광 받는 다. 이 포인트는 참돔, 돌돔 등 대어입질이 많다. 거문항 낚시 대여점에 문의하면 채비와 미끼, 배편, 식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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