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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의 섬과 등대이야기
시인, 언론학박사, 섬 여행 전문가. 문화부 독토TF팀 자문위원, 국토해양부 무인도서관리위원회 위원, 리얼TV 다큐멘터리 ‘한국의 섬과 바다’를 진행했다. 현재 KBS강릉 ‘박상건의 섬이야기’를 6년째 진행 중이고, (사)섬문화연구소 소장, 성대 겸임교수이다. 저서로 ‘포구의 아침’,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섬 여행’, ‘한강의 섬을 찾아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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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등대가 있다

글쓴이 : 박상건 날짜 : 2014-03-30 (일) 21:44:06

 

 

육지에 신호등(信號燈)이 있듯이 바다에는 등대(燈臺)라는 항로표지가 있다. 이 항로표지를 등대라고 부른다. 차량이 도로에서 우측통행 하듯이 선박도 바다에서 등대를 중심으로 우측통행을 한다.

 

배는 항구나 작은 포구를 드나들 때 방파제 사이 두 등대를 중심으로 항해한다. 바다에서 포구로 들어올 때 오른쪽 빨간 등대를 중심으로 우측통행을 한다. 포구에서 바다로 나갈 때는 하얀 등대를 우측에 두고 항해한다. 선박은 이 두 등대 사이 간격을 보고 항구와 포구의 규모를 인지하고 밤에는 불빛으로 그 너비를 가늠한다.

 

 


▲ 당사도 등대 전경

 

 

 

항로표지는 등대뿐만 아니라 쓰임새에 따라 종류와 모양이 다르다. 굴뚝처럼 기둥 모양 형태를 갖춰 불을 밝히는 것을 등주, 암초나 얕은 수심에 설치해 뱃길을 안내하는 것을 등표 등 신호방식과 모양에 따라 다양하다.

 

등대는 불빛을 통해 선박이 기항지를 향할 때 육지 위치나 배가 항해하는 위치를 확인하는 기준점이 된다. 그래서 세계 모든 등대 불빛 주기는 각국 등대마다 다르다. 해도를 펼쳐 놓고 항해하는 마도로스는 등대불빛을 통해 여기가 한반도 마라도 혹은 독도, 속초 앞바다라는 사실을 인지한다

 


▲ 팔미도 쪽배 항해

 

 

 

이렇게 밤에 불빛으로 항해를 돕는 표지시설을 광표표지라고 부른다. 불빛을 통한 표지시설물이라는 뜻이다. 안개, , 눈 등으로 불빛으로 식별(識別)하기 어려울 경우는 사이렌이나 나팔소리로 등대 위치를 알려준다. 이를 음파표지라고 부른다.

 

등대의 아픈 역사와 섬사람들의 애환

 

고대에는 산이나 섬에서 횃불을 밝혀 뱃길을 인도했다. 낮에는 암초나 수심 얕은 곳에 나무를 꽂아 등대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에 등대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03년 팔미도 등대이다. 일본이 청일전쟁 교두보를 마련코자 설치했다. 인천상륙작전 때는 이 등대 불빛이 공격 신호가 되어 월미도 공격이 시작됐다. 등대는 약소국일 때 강대국 침략의 이정표(里程標)이다. 물론 지금처럼 세계경제대국 반열에 오를 때는 태평양으로 향하는 첫 출구이자 개항의 상징이 다.

 

등대 불빛주기는 곧 그 선박의 안전과 직결된다. 주문진등대의 일화(逸話)가 있다. 전쟁 후 전력난에 시달리던 70년대에는 해가 지면 모든 가정은 소등(消燈)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전력이 절대적으로 모자라 등대불빛이 꺼졌다가 다시 켜지기를 반복했다. 영국 상선은 주문진으로 입항해야 하는데 불빛주기는 원산등대 불빛주기와 같아 자칫 북한 쪽으로 계속 항해하는 불상사가 생길 뻔했다. 요즘 이런 일이 일어나면 외교문제가 되는데 전쟁 참화 후 한국 상황을 이해한 영국 측의 아량으로 그냥 넘어갔다.

 

 

 

 


무적소리와 관련해 울릉도 태하 등대 일화도 있다. 안개가 자욱해지자 등대원들은 바다에 나간 어민들에게 등대 위치를 알리고자 무적(霧笛)을 울렸다. 그런데 등대주변에 산에 방목 중이던 소떼들이 놀라 여기저기 숲으로 달아났다. 그날 밤늦도록 등대원과 동네사람들은 소를 찾아 헤매야만 했다.

 

섬과 섬 사이에 사랑의 등대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3,358개 섬이 있다. 이 섬 사이의 안전운항을 위해 4,418개 등대가 서있다. 해양수산부 소속 등대원이 근무하는 유인등대는 39. 유인등대는 최근 감소했지만 유인등대였다가 무인등대가 된 곳까지 모두 원격조정 하는 등대는 49. 이 중 23개 등대에는 갤러리, 전망대, 전시실, 세미나실 등을 갖추고 있다.

 

나는 매년 이 등대에서 시인들과 시인학교를 연다. 시를 낭송하고 밤바다를 비추는 등대의 야경에 취한다. 등대지기의 배려와 헌신의 정신도 배운다. 낮이면 전망 포인트이면서 밤이면 조건 없이 밤바다를 비춰주는 모성애의 상징인 등대사랑에 빠져 산다

 

 

 ▲ 태하등대 전경

 

 

등대는 위치마다 제 역할이 주어져 있다. 동해안 최북단 대진등대는 북녘까지 불빛을 비춘다. 영도등대, 가덕도등대는 일본 대마도까지 불빛을 비춘다. 어청도등대, 가거도 등대는 황해까지 빛을 비춘다. 그렇게 등대는 이념도 국적도 따지지 않는다. 모두에게 평등한 사랑을 베푼다.

 

등대의 꿈은 오로지 모든 항해자가 무탈하게 이 바다를 항해하면 그만이다. 절대고독의 상징이지만, 진정, 조건 없는 사랑을 영원히 실천하는 등대는 그래서 절대로 고독하지만도 않다. 늘 안으로 뜨겁게 사랑한다. 그 열정으로 뿜어대는 불빛이 따뜻한 섬과 바다의 뱃길을 잇는다. 오늘도 내 마음의 길 뜬 삶의 거리도 이어준다. 그 여행길에 늘 등대가 있다.

 

박상건 (시인/섬문화연구소장)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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