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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훈의 세상속으로
대경중학교에서 농구를 하다가 2학년 겨울에 가족과 함께 미국에 왔다. 뉴욕주 답스페리중고교에서 농구선수로 활약, 2008년 뉴욕주립대(SUNY) 플래츠버그 최초의 아시안선수로 스카우트 됐다. 농구볼만 잡으면 행복했던 ‘바스켓볼 키드’에서 세상속으로 뛰어든 ‘열혈남아’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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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턴 리 단장과의 특별한 만남

글쓴이 : 노정훈 날짜 : 2013-02-14 (목) 11:15:08

By Jung Hoon Roh 盧正訓

 

 

 

지난 2011년 뉴욕의 한인언론에 눈길 끄는 기사가 실렸다. NBA 2부리그 팀의 단장에 사상 처음 한인이 임명됐다는 소식이었다. 바로 밀턴 리(Milton Lee), 이수현 단장(42)이었다.

 

언제고 그를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소망을 이번에 이루게 됐다. 어려서부터 운동 선수의 꿈을 키워왔던 나로서 비록 선수가 아닌 기자로서의 만남이었지만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1.5세와 2세의 미세한 차이는 있었지만 같은 한국 사람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열정(熱情)을 보이며 차근차근 이뤄가는 모습이 대단했고 부러웠다. 기자로서 그의 성장 스토리를 들으려 가진 단순한 인터뷰가 아닌 내 자신이 성숙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것 같아 인터뷰 그 이상의 의미가 된 만남이었다.

 

세계 최고의 리그인 NBA는 아시아선수들에게 좀처럼 넘을 수 없는 벽이다. NBA의 벽은 선수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구단 고위직 역시 아시안에겐 쉽지 않은 도전이기 때문이다.

 

밀턴 리 단장은 NBA 뉴저지 네츠의 산하 2부 리그팀 스프링필드 아머스를 이끌고 있다. 한인으로 NBA를 포함, 미국의 4대 프로 스포츠 팀의 단장을 맡은 것은 최초의 일이다. 아시안으로서도 샬럿 밥캣의 리차드 초(미얀마) 단장이 유일할만큼 NBA의 벽은 높고 두텁다.

 

 


 

 

나이 마흔을 갓 넘긴 한인이 NBA 2부 클럽의 최고 행정가 자리에 오른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단장 3년차인 그를 만난 것은 뉴저지 이스트 러더포드의 구단 사무실이었다.

 

스프링필드 아머스는 NBA 2부 리그격인 NBDL 이스트 디비전에 속해 있다. 연고지는 농구 명예의 전당이 있는 매사추세츠 스프링필드지만 모기업은 네츠 구단이다. 지난 시즌부터 네츠는 연고지가 뉴저지에서 (뉴욕)브루클린으로 바뀌었다.

 

 


 

 

올해부터 새 경기장으로 옮기면서 구단은 두 곳 살림을 하고 있다. 프런트 직원들의 파견근무로 이스트 러더포드의 본사는 썰렁했다. 구단의 이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겉보기엔 평범한 사무동 건물이지만 1층 절반은 네츠 선수들이 훈련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완벽했다. 홈스타일의 식당과 작은 시사회장 같은 전력분석실이 인상적이었다.

 

 


 

 

뉴욕서 태어나 뉴저지에서 자란 그는 어떻게 NBA와 인연을 맺고 단장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 의사 출신인 이운순씨와 이애자씨의 2녀1남 중 막내인 그는 뉴저지 테너플라이 고교 시절 풋볼(미식축구)과 농구, 테니스 선수로 활약했다. 농구는 주장을 맡을만큼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였지만 제일 잘한 것은 풋볼이었다고.

 

공부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보인 그는 아이비리그 명문 유펜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엔 1부 팀은 아니지만 경량급(light weight) 풋볼과 역시 2부격인 JV(Junior Varsity) 농구선수로 활약했다.

 

 


 

 

농구와의 특별한 인연(因緣)은 대학 졸업 후 시작됐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마이클 조던을 비롯한 원조 드림팀이 참가했을 때 인턴으로 일한 그는 학창 시절 익히 유창한 스페인어로 NBA 스타들의 스케줄도 관리하고 통역도 도왔다.

 

밀턴 리 단장은 “당시 대학 동기의 삼촌이 NBA의 고위 임원이었는데 그 인맥으로 드림팀 일을 도울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1994년부터 2003년까지 그는 ING 베어링스, SAC 캐피털 등 월가에서 일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NBA 사무국에서 인턴십과 고등학생 선수들을 가르치는 봉사 활동을 하며 농구를 놓지 않았다. 월 스트리트를 떠나 NBA 팀의 스카우팅을 돕는 회사를 설립한 이후 현 네츠 구단주인 미하일 프로호로프를 알게 되었고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임명돼 네츠 구단 매입을 도왔다.

 

 


 

 

뉴저지 네츠의 운영국장으로 일하며 2008년과 2009년 LA 클리퍼스의 어시스턴트 코치로 서머 리그에 참가한 그는 행정과 기술적인 능력을 고루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아시안으로서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어려움은 있었지만 그는 “남들과 달랐기 때문에 철저히 나만의 방식대로 나간 게 능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국에는 세 번 가봤다. 모국 농구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다. 지난해 7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프로 농구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현장도 방문했다. 그는 “프로 스포츠가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 기반에 먼저 신경쓰라는 것”이라며 “유소년 인프라부터 제대로 갖춰 아이들이 친근하고 쉽게 스포츠에 다가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국 농구가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가수 싸이를 네츠 경기 때 초청할 가능성에 대해 “NBA 올스타전에 싸이를 초청하려 했는데 너무 바빠서 힘들다고 들었다. 그러나 농구 시즌이 끝나기 전 뉴욕에 올 수 있다면 네츠 경기에 초청하고 싶다. 이 말을 꼭 싸이에게 전해달라‘며 미소지었다.

 

 


 

 

다음은 밀턴 리 단장과의 일문일답.

 

 

-월가에서 잘 나가는 비즈니스맨이 농구 비즈니스로 전업(轉業)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2003년에 농구계에 들어오기 전에 2년 간의 준비 기간이 있었다. 1년 동안 세계 여행도 했다. 성격이 워나 즉흥적이랄까…. 월가에서의 완벽한 커리어를 때려치고 또다른 도전을 향해 나아가는 게 두렵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월가에서 나가는 게 고민스럽지 않았지만 아버지께 말해야 하는 건 정말 힘들었다. 농구계 도전도 처음엔 발을 디디기 어려울만큼 쉽지 않았다. 무작정 관계자에게 전화해서 내 소개를 하고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 스프링필드 아머스의 단장이 된 지 햇수로 3년째다.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기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첫 시즌엔 13승을 했고 지난해는 29승을 했다. 올해는 선수들이 부상당하고 몇몇 선수도 팀에 복귀하지 못해 상당히 버거운 시즌이 되고 있다. 그러나 D(디벨롭먼트) 리그의 목적은 성적이 아니다. 네츠가 원하는 것은 선수들의 디벨롭먼트(발전)가 아뤄지도록 최상의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기는 것이 좋은 것이긴 하지만 NBA 팀처럼 승리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선수 기량 발전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밖에 다른 D리그 팀 선수들의 재능을 파악하고 우리 팀으로 영입하는 것도 신경을 쓰고 있다.”

 

- D 리그가 궁금하다

 

“총 16개 팀이 있다. 웨스트, 센트럴, 이스트 디비전으로 나뉘는데 아머스는 이스트 소속이다. 16개 팀중 NBA 산하 팀은 아머스 등 11개이고 나머지 5개의 팀은 소속이 다르다. 이 팀들은 D리그에서도 승리를 가장 큰 목적으로 한다.”

 

 


 

 

- 한국 프로 농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나?

 

“지난 여름 라스베이거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 갔다. 모비스를 비롯해 몇몇 구단의 스카우트와 임원들을 알고 있다. 한국 농구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게 없지만 한국 농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유소년 교육을 제대로 할 것을 권하고 싶다. 프로 스포츠의 발전은 기본적으로 유소년 스포츠에 달려 있다. 아이들이 쉽게 스포츠에 다가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 않고 인기를 얻을 생각을 해선 안 된다. 한국 농구 리그가 NBA처럼 팬들이 열광하기 쉬운 세계 최고의 리그가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교육 기반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 결국 인프라가 중요하다는 얘긴가

 

“사실 미국도 유소년 스포츠 성장에 도전을 받고 있다. 소셜미디어와 컴퓨터, 게임 등의 발전으로 인해 아이들이 자연스레 스포츠와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는 인프라가 중요하다. 컴퓨터와 게임이 대신 땀을 흘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가령 축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이지만 미국에선 아직 크고 있는 중이다. 지역 커뮤니티부터 학교에 이르기까지 연령별 교육 기반(grass root level)으로 운영되며 축구 발전에 기여(寄與)하고 있다. 한국도 국가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이 자리에 오기까지 힘든 게 많았을텐데

 

“월가에서 일하면서 농구 코치로도 활동했는데 그들에게는 농구에서 보기 힘든 아시안이 코칭을 한다는게 꽤나 색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달랐기 때문에 철저히 나만의 방식대로 색다르게 가르칠 수 있었다. 그들이 나의 방식을 선호하는지, 올바르게 인식하고 있는지가 늘 걱정이었다. 한 가지 좋았던 것은 아시아인이 똑똑하거나 수학을 잘 하거나 일을 열심히 한다고 믿는 '스테레오 타입'이 긍정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 덕을 좀 본 것 같다.(웃음)”

 

 


 

 

- 스포츠 직종을 희망하는 한인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첫째로 열정을 가지라는 거다. 어떤 직종을 선택하든 어려움이 따를 것이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그것을 넘어설 만큼 내 직업에 충분한 애정이 필요하다. 둘째로 자신의 재능을 알아야 한다. 내가 무엇을 가장 잘 하는지 알아야 어떠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지혜롭게 풀어나갈 수 있다. 셋째로 차별화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 발전을 통해서 경쟁자들과의 차이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사람 관계 쌓는 걸 잘 해왔다. 예의바른 한국 정서(情緖)가 대인관계에 도움을 줬다.”

 

 


 

 

- 가족관계는 어떠한가

 

“의사로 일한 아버님은 이북이 고향이다. 한국전쟁때 남쪽에 내려와 어머니(이애자)를 만났다고 한다. 부모님은 뉴저지 알파인에 살고 누나 둘이 있눈데 한 명은 가까운 테너플라이에 있다. 또다른 누나는 노던 캘리포니아에서 버클리대 정치학과 교수인 남편과 살고 있다.”

 

- 아직 미혼인데

 

“나도 결혼하고 싶다. 어머니가 가장 바라는 것이다.(웃음) 누가 물으면 농구와 결혼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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