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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훈의 세상속으로
대경중학교에서 농구를 하다가 2학년 겨울에 가족과 함께 미국에 왔다. 뉴욕주 답스페리중고교에서 농구선수로 활약, 2008년 뉴욕주립대(SUNY) 플래츠버그 최초의 아시안선수로 스카우트 됐다. 농구볼만 잡으면 행복했던 ‘바스켓볼 키드’에서 세상속으로 뛰어든 ‘열혈남아’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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똔레 삽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울타리 <上> 캄보디아 기행

글쓴이 : 노정훈 날짜 : 2013-05-07 (화) 21:55:17


 

전통적인 캄보디아 오두막집들은 그 낡은 모습 그대로 길을 따라 양 갈래에 길게 늘어서 있다. 툭툭이를 타고 내 눈높이를 넘어 날려오는 흙먼지 뒤덮인 길을 따라 얼마쯤 가면 똔레 삽으로 이어지는 물줄기가 나온다.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는 이 호수로 이어지는 물줄기는 상대적으로 꽤나 비좁아 보인다. 관광객들을 호수로 실어나를 흙탕물의 뱃길은 흐린 날씨에 더 짙어보여 도착하자마자 온 길을 따라 다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이 인다.

 

 


 

주위를 쭈욱 둘러보면 잘못왔나 싶을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이 관광지에 세계 각지의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현지인들과 다른 사람들의 외모(外貌)만이 이곳이 관광지임을 인식시켜준다.

 

 


 

똔레 삽을 구경하기 위해 30불이라는 비교적 비싼 값을 내고 배 한척을 빌렸다. 흥정을 하고자 부단히 노력하였지만 혼자서만 온 여행객에게 따로 선택은 없었다. 대신에 10명분의 자리가 있는 배를 혼자서 이용해보는 호사(豪奢)를 누리는 것으로 애써 돈 아까운 마음을 억눌렀다.

 

 


 

배 위에 올라 바라본 선착장(船着場)엔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배들과 사람들이 서로의 파트너를 찾아내는데 여념이 없었다. 관광이 시작되는 지점의 뱃길을 따라 늘어져있는 길가에서 부턴 사람의 흔적이 끝나는 대신 수풀의 자연이 광대하게 펼쳐졌다.

 

 


 

양 갈래 일렬로 물 위를 헤쳐나가는 배들은 어지간히도 속도를 내지 않는다. 아마도 오가는 배들의 간격이 좁아 더러운 물이 배 위로 튈 염려가 있어서인듯 싶다. 호수 중심가에 도착하기까지 지루할법 했던 시간을 선장겸 사공이 이것저것 설명하며 메꿔 주었다.

 

 


 

호수로 이어지는 물줄기의 끝 무렵 이상하게 생긴 구조물 하나가 세워져 있길래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농구장이란다. 언뜻 보면 농구장 보다는 감옥(?)에 가깝다. 그 모양새가 주는 거부감을 무시할 수 없는 구조물은 원래 똔레 중심부에 위치하는데 현재는 그 구실을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 수심이 낮은 곳으로 끌어와 수리중에 있다고 한다. 물위에서 하는 농구는 또 어떨런지…. 이 곳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을 특권이라면 특권이겠다.

 

 


 

물 위의 농구장을 지나 똔레 삽의 심장(心腸)이 모습을 드러냈다. 호수는 정말이지 광활한 크기를 자랑했다. 한 눈에 들어오는 크기로 봐서는 절대로 호수라고 할 수 없을 저 끝은 바다가 가진 수평선을 그렸다.

 

 


 

이제 배는 특정 없이 호수 곳곳에 떼로 모여 집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사이를 헤쳐나갔다. 땅위에 지어진 집은 집세든 세금이든 돈을 내며 살아야 하지만 허름한 집조차 마련할 돈이 없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집세가 없는 물 위에 집을 짓고 살아간다.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직업이 없다. 사방이 물이지만 더러운 탓에 물고기도 많지 않아 어부도 거의 없다. 새우잡이를 하려고 중간중간 그물을 설치해 놓은게 전부다. 따라서 필수 이동수단인 배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도 별로 없다.

 

작은 나무배조차 없는 사람들은 물 밖에 나갈 일이 있을 때면 배를 소유한 집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다. 궁지에 처한 사람들의 수입은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서 나온다. 그 덕에 식당과 슈퍼마켓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집들 주변엔 학교 두개가 나란히 있다. 한 곳은 그나마 학비를 지불할 수 있는 집안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이고 다른 하나는 고아가 된 아이들이 학교 자체에서 먹고 자며 배우는 시설이다.

 

 



사공은 고아들의 구차한 삶을 설명하면서 학교의 고아들을 도와주고 싶다면 물 위에 마련된 식료품 판매소에서 먹거리를 구입할 수 있다고 했다. 행여 내가 잊을까 자꾸만 반복하는 그의 말에 갖기 불편한 의심이 생겼다.

 

눈치를 보니 그들은 열이면 열 다 학교의 고아들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는 식료품 판매소에 관광객들을 데려가 음식을 사게끔 유도하고 있었다. 말로는 돕고 싶으면 돕고 아님 말고 식이지만 여행하러 올만큼 여유있는 사람들에게 (물론 사람 나름이겠지만) 주위 환경은 안도와 주고는 못배길만큼 열악하다.

 


 

무턱대고 그리로 향하는 뱃사공에게 미처 이런 일을 생각못해 돈을 준비하지 못했다고 할 수 없었고(벌써 50불 중 30불을 뱃삯으로 지불했다) 다 큰 어른도 아니고 버림받은 아이들의 배를 채워준다는데 더더욱 마다할 수 없었다.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나름 최대한 성의를 보여 10불어치의 과자와 사탕을 구입했다. 내가 생각한 가격에 훨씬 못미치는 양이 아니냐고 하니 주위 현지인들은 입을 모아 식료품 값의 45%는 이곳 커뮤니티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그만 과자 봉지 8개와 막대사탕들은 캄보디아 물가로 3불도 안돼 보였다.

 

 


 

인심 좋은 중국 관광객들은 쌀과 생선 통조림을 백불어치는 사는데 정작 그 양이 쌀 두가마와 통조림 박스 두개다. 다른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먹을 식량이 다른데로 새는건 아닌지, 순간 아이들을 이용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 (물론 끊임없이 이어지는 관광객들의 구입량은 고아들의 하루 세끼는 충분히 챙겨줄듯 싶다.)

 

 


 

캄보디아에 몇 달 있다보니 현지 물가는 특별히 낮은 삶의 질과 비례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심지어 어떤 부분에선 한국이나 미국보다도 높은 가격에 흥정이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의 기준치에 부담없는 물가는 장사꾼들로 인해 부르는게 값이 되고 있다.

 

 


 

똔레 삽 같은 세계적인 관광지는 그 가치를 알고 있는 장사꾼들에게 철저히 이용되고 있다. 기부라는 명목하에 원래 물가보다 세배가 넘는 식품 가격과 프놈펜(캄보디아의 수도, 물가가 가장 높은 곳)보다도 높은 뱃삯을 울며겨자먹기로 지불한 것도 그렇다.

 


 

똔레 삽의 고아들과 주민들에게 식료품을 마련해주는 현지인들은 자원봉사자들이 아니다. 원가의 45%를 똔레 삽 주민들에게 나눠준다는 명목으로 자기들 몫도 챙기고 있는 것이다. 그 45%가 말 그대로 똔레 삽 주민들에게 돌아가는지도 의문이다.

 

내 눈에 그들은 관광장소에 돈을 벌러 들어온 상인들이며 질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들을 ‘장사꾼’이라는 부정적인 호칭을 하는 이유는 그들의 관광상품이 다름아닌 똔레 삽의 주민들이기 때문이다.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용하여 돈벌이를 하는 시스템의 정당성을 한번쯤 고민하게 했다. 바다와도 같은 호수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관광명소로 자리잡을 수 있는 이곳에 쫒겨나듯 터를 잡은 사람들을 빌미로 돈벌이를 하는 장사꾼들. 안쓰러운 마음에 별다른 의심없이 지갑을 여는 관광객들. 자신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공개하며 결코 풍족하지 않지만 꾸준한 수입에 안도하며 사슬속에 스스로를 묶어버린 똔레 삽 주민들. 그리고 애초에 사람들을 물 위로 몰아내고 모든 성장 가능성을 배제한 부패한 정부까지.

 

 


 

인간의 욕심이 본질이 되는 자본주의(資本主義) 사회에서 힘과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은 대개 책임을 회피하려하는 일관성을 보인다. 인간의 권리를 무시하고 제대로 된 자본주의가 형성되지 못하는 독재정권 사회에선 책임회피를 넘어 인간무시가 행해지고 있다. 그런 프레임 아래 ‘누군가는 이용하고 누군가는 이용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정부의 철저한 무시속에 버려진 똔레 삽 주민들에게 관광객들은 연민(憐憫)속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장사꾼들은 그런 주민들과 관광객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았다. 장사꾼들의 의도가 어떠하건 결과적으로 주민들을 돕고 있다는 사실까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부수적으로 선(善)이 창출된다 하더라도 순수성 없는 의도를 미화할 수는 없다.

 

나를 포함한 모든 관광객들은 시스템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을지언정 그 중심에서 장사꾼들의 목적인 돈줄이 되어줌으로써 실질적인 관여를 해 오고 있다. 고뇌의 삶을 살아가는 주민들 앞에 가려진 진실을 눈치채지 못한 채 간접적으로 시스템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전체적인 시스템은 분명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제 3자의 입장에서 그들을 비판할 권리는 없어 보인다. 오지랖 넓게 그들의 시스템을 질타(叱咤)하고자 한다면 물질적으로 풍부한 삶을 살면서도 도덕적으로 더 큰 물의(物議)를 일삼는 사람들을 비판하는게 차라리 나을 것이다. 그런데 비판의 대상이 내 자신이 될 때는 눈치 볼 필요가 없어진다.

 

왜 관광객들의 선행(善行)에 이런 모순(矛盾)이 자리잡게 된 것일까.

 

 

<下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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