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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싯적 꿈은 축구선수였지만 정작 배구선수를 하고 만, 당근 기자노릇은 축구였으되 야구 육상 사격 역도 배드민턴 농구를 섭렵하다 방송영화계를 출입하며 연예와 씨름한 방랑의 취재인생. 전직 스포츠신문 기자가 전하는 스포츠와 연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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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이 미국에서 찬밥인 이유

글쓴이 : 로빈 날짜 : 2010-10-25 (월) 22:32:05

최근 전남 영암에서 F1 그랑프리 대회가 개최됐다. 많은 한국사람들이 이번 기회에 F1이 포뮬러 원의 준말이고 경주용(競走用) 자동차 대회라는 것을 알게 됐다.

F1마니아들은 한국도 마침내 자동차경주대회 후진국의 불명예(不名譽)를 벗어나게 됐다고 감격해했다. 아닌게아니라 F1은 모터스포츠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대회로 F1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미하엘 슈마허는 세계 Top5의 스포츠재벌이기도 하다.

 

<사진=전남도청>

단지 외신이나 TV를 통해서만 접하던 세계 최고수준의 자동차 경주를 한국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전남 영암에 세계에서 5번째이자 아시아에서 가장 긴 경주로(5.615km)를 갖춘 전용 트랙을 건설했다니 경주로 자체가 또다른 명소(名所)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도 모아진다.

무려 34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완공한 영암 서킷은 바다와 호수를 낀 아름다운 자연 속에 수용인원 12만4천명 규모의 관중석을 갖추고 있다. 또한 최첨단 하이브리드 트랙과 머신의 최고속도를 이끌어내는 긴 직선코스, 보기 드문 시계 반대 방향 주행로 등을 갖추고 있어 일부 언론은 ‘꿈의 경주로’라는 호들갑스런 표현을 하는 것을 보았다.

당초 우려를 깨고 결승전 관중 8만명 등 사흘간 15만명의 입장객이 몰려 이정도면 흥행 대박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었다. 비록 대회 개최과정에서 교통난, 숙박난, 운영미흡 등 여러 문제들이 노출됐지만 내년에는 한결 개선되지 않겠느냐는 희망섞인 기대도 하고 있다.

이번에 많은 사람들이 F1 체험을 하면서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을 것 같다. 간혹 TV에서 해외 자동차 레이스를 보면 일반 승용차처럼 보이는 차들이 경주를 벌이는 장면이 있기때문이다.

 

이는 나스카(NASCAR)라는 레이스로 F1과 함께 세계 자동차경주의 양대 산맥으로 통한다. F1이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주요 대륙에서 벌이는 레이스라면 나스카는 미국 내에서 벌어지는 대회이다.

나스카는 ‘미국개조자동차경주대회(National Association for Stock Car Auto Racing)의 줄임말이다. 개조자동차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지만 나스카의 차량은 보통 차량처럼 보이지만 엔진과 타이어는 시속 300km를 소화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것들이다.

세계의 모든 자동차 메이커들이 참여할 수 있는 F1과는 달리 나스카에는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들만이 레이스에 참여할 수 있다. 국가 개념이 아니라 생산지 개념이다. 즉 미국에 외국자동차 공장에서 생산되는 외국산 차량도 나스카에 참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F1을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3대 이벤트라고 말한다면 미국사람들은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F1은 미국에서 참담한 실패를 하고 퇴각(退却)한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에게 최고의 자동차 경주는 나스카이고 경기가 열릴 때마다 20만명을 예사로 동원한다. MLB, NFL 등 미국의 4대 프로스포츠를 능가하는 단일경기 최다 동원 이벤트가 바로 나스카인 것이다.

 

미국인들이 나스카에 열광하며 엄지손가락을 곧추 세우는 것은 그들이 오만(傲慢)해서가 아니라 오랜 세월 자동차를 그들의 발로 생각해온 미국인들의 자동차 문화와 관련 있다. 우선 나스카 출전 차량의 평범한 생김새부터 그렇다.

F1 차량은 바퀴가 크게 돌출된 전형적인 경주용차량이지만 나스카는 주변에서 흔히 보는 차량과 흡사한 차들이 레이스에 나선다. 나스카는 관중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타고 다니는 차량들이 가공할 스피드 경쟁을 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며 대리만족(代理滿足)을 안겨준다.

 

지난해 4월 텍사스 포트워스에서 열린 ‘텍사스 시리즈’를 취재(取材)한 적이 있다. 그 대회를 통해 나스카의 열기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며 왜 미국인들이 그토록 나스카에 탐닉(耽溺)하는지 알 수 있었다.

나스카는 미 전역의 28개 레이싱장을 순회하며 연간 총 36개 시리즈가 개최된다. 텍사스 시리즈는 4월 2일부터 5일까지 텍사스 모토 스피드웨이(TMS)에서 열렸는데 말로만 듣던 나스카의 대회장 풍경은 가히 별천지였다.

경주장에 들어서기 수km 전부터 거대한 캠핑카들의 물결이 보는 이를 압도했다. 수만 대는 족히 되는 캠핑카들이 방대한 주차장에 놓여 있고 저마다 좋아하는 레이싱팀의 깃발을 올려놓고 있었다.

나스카 대회를 보기 위해 보통 일주일 휴가를 내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일년내내 나스카 시리즈만 쫒아다니는 사람들도 있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었다.

  

‘텍사스 스피드 모토웨이(TSM)’로 불리는 레이싱 스타디움의 수용 능력은 무려 23만 명. 잠실주경기장의 6배 수준이고 영암 서킷의 두배에 달한다. F1이 불규칙적인 모양으로 달리는 반면 나스카는 경주장이 거대한 타원형으로 돼 있다. TSM의 길이는 1.5마일(2.4㎞)인데 트랙을 따라 스타디움이 있고 한쪽 편에는 상단에 스카이라운지 스타일의 프리미엄 석이 무려 1㎞ 길이로 만들어졌다.

 

특이한 것은 트랙 안쪽에도 주차공간이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캠핑차량이 있는 스타디움 밖의 주차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곳 역시 거대한 캠핑장을 방불케 했다. 가장 좋은 자리는 대회 4일 간 주차료가 7000달러이고 싼 것도 3000달러에 달했다.

나스카 경주를 관중석만이 아니라 주차공간에서도 관람할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 캠핑카들이 자리했는데 차량 지붕 위에 올라가면 더없는 명당이 되었다.

전체적으로 주차가능대수가 10만대 이상이라는 얘기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번에 영암에 1만4천대의 주차장이 만들어져 F1 서킷에선 가장 크다는 말이 있었지만 나스카에 비하니 조족지혈(鳥足之血)이 아닌가 싶다.

  

스타디움과 연결된 남쪽 끝부분에는 10층 콘도 건물이 딸려 있는데 원베드룸이 100만 달러대로 맨해튼의 최고급 콘도에 필적한다. 이 콘도를 분양받으면 자기 집 테라스에 앉아 편하게 레이싱을 감상할 수 있다.

내 시선을 끈 것은 경주용 자동차 타이어였다. 굵기가 일반 타이어의 두 배로 하나당 500달러라고 했다. 한번의 경주에 타이어를 8세트나 소비한다니 타이어 값만 1만6000달러가 드는 셈이다.

 

TV로 보던 나스카와 눈으로 본 나스카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왜 저 많은 사람들이 나스카를 보기 위해 오는지 이해가 갔다.

48대의 차량들이 일제히 스타트 하는 순간 천지가 진동(振動)하는 굉음(轟音)이 스타디움을 뒤흔들었다. 엄청난 스피드의 차량들이 지날 때마다 거대한 바람이 일어났다.

많은 관중들이 헤드폰을 착용하고 있어서 너무 시끄러워 그런가 했는데 알고보니 경주를 재미있게 감상하기 위해서였다. 무선주파수를 맞추면 레이서들의 대화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카레이싱을 더욱 생동감 있게 들을 수 있는 셈이다.

플로리다에서 왔다는 한 남성은 “나스카를 모르고는 미국을 안다고 할 수 없다. 나스카는 중독 그 자체”라고 예찬론(禮讚論)을 펴기도 했다.

 

2007시즌을 끝으로 미국 시장에서 철수했던 F1은 2012년 재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에서 성공하지 않는 한 F1은 유럽과 변방의 잔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나스카에 흠뻑 빠져 있는 미국인들을 F1쪽으로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내가 타고 다니는 차와 똑같이 생긴 차들이라는 나스카의 친밀감이 특별하게 생긴 차량들의 레이스라는 F1의 생경함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에디 거사지 텍사스 스피드 모토웨이 회장의 말은 F1의 도전이 결코 쉽지 않음을 시사(示唆)하고 있다.

“나스카는 모든 미국인들의 꿈이다. 나스카의 드라이버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보통사람들처럼 생겼다. 그것이 관중들을 매료시키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준다. 나스카의 팬들은 세계에서 가장 충성도가 높다. 월드컵도 올림픽도, NFL도 나스카의 팬들에 비교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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