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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의 스포테인먼트
소싯적 꿈은 축구선수였지만 정작 배구선수를 하고 만, 당근 기자노릇은 축구였으되 야구 육상 사격 역도 배드민턴 농구를 섭렵하다 방송영화계를 출입하며 연예와 씨름한 방랑의 취재인생. 전직 스포츠신문 기자가 전하는 스포츠와 연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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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외국인 사령탑에 맡겨라

글쓴이 : 로빈 날짜 : 2010-07-17 (토) 07:42:30
 

월드컵은 끝났지만 흥분의 잔상(殘像)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금 한국 대표팀은 감독 선임문제가 관심사인 모양이다. 허정무(許丁茂) 감독이 일찌감치 더 이상 할 생각이 없다고 선언했고 허 감독이 추천한 정해성 코치는 고사를 했다. 그밖의 후보들도 잇따라 손사래를 치는 모습이다.

왜 그럴까?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 영광의 자리를 서로 하려 하지 않고 뒷걸음질 치다니. 아마도 이들 후보들은 대표팀 감독이란 자리가 얼마나 말도 많고 탈이 많은지 너무도 잘 알기때문일 것이다.

기왕이면 차기 월드컵까지 가야 할텐데 과연 그때까지 목숨이 부지될까하는 현실적인 생각이 들었을 법하다. 축구협회가 임기를 보장한다고 했지만 나무 위에 올려놓고 흔들기 좋아하는 무책임한 비판그룹들에, 변덕이 죽끓듯하는 네티즌의 마녀사냥도 있는데 4년간 버틸 수 있는 맷집 두둑한 장사가 과연 있을까?

심지어 월드컵 기간중에도 해고돼 보따리를 싼 차범근 감독같은 이도 있었는데 앞으로 4년이라, 주변에서 한결같이 아서라 말어라 했을 것이다. 필자는 이번 월드컵을 보면서 대표팀 지휘봉을 국내 감독이 맡기엔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원정 16강의 결실을 일궜음에도 허정무 감독은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선수기용은 하나하나 도마위에 올랐고 특정 선수의 기용이 그 선수 아버지와 대학선후배 사이라는 관계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내용까지 인터넷에 도배질 되는 것을 보고 가족들이 너무 상처를 받은 나머지 “대표팀 감독을 더 안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여전히 미성숙한 우리의 축구문화, 선수선발과 기용에 따른 잡음, 이런저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적어도 다음 월드컵까지는 외국인 감독으로 가는게 낫다는 것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의 위업을 달성한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을 떠날 때 스포츠서울 사이트에 공개 편지를 쓴 적이 있다. 이번 대표팀 감독 선임을 놓고 다시 한번 읽어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서 첨부한다.


 

건국이래 한사람의 외국인에게 이토록 거국적인 찬사를 보낸 일이 있을까요.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인천상륙작전의 영웅 맥아더장군도 당신에게 미치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스 히딩크 감독님,오늘 낮 비행기로 고향 네덜란드로 떠나셨다는 소식을 조금전 접했습니다. 공항에는 많은 환송객들이 나왔다지요. 마음만같아선 저도 나가 큰 목소리로 수고하셨노라고 외쳐드리고 싶었습니다. 오늘 공항에는 평생을 반독재 투쟁과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백기완(白基玩) 선생님이 우리 대표선수들 특강에 참여하신 인연으로 가셨다니 더욱 특별한 추억이 되셨을줄 압니다.

  
 


비행기를 수도 없이 타시면서도 아마 이번처럼 뿌듯한 마음으로 트랩을 오른 적은 없으시겠지요. 적잖은 성공과 좌절이 점철된 당신의 눈부신 이력을 다시한번 훑더라도 이번 월드컵은 단언코 최고 최대의 성과입니다. 당신은 월드컵 개막 직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예언(?)하셨지만 설마하니 그것이 4강인줄 그 누가 짐작이나 했겠습니까.

1년 6개월전 당신이 비행기를 타고 우라나라에 처음 오던 날이 생각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당신의 표정은 심중을 읽기 어려웠지만 미지의 세계 한국에 대한 불안감이 없었다고는 말하지는 못하겠지요. 스페인 2부리그 레알 베티스의 사령탑을 물러난후 쉬고 있던 당신은 아마도 한국에 대해 차기 월드컵의 공동개최국이라는 것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을 것입니다. 당신에겐 한국행이 분명 모험이었습니다. 자칫 당신의 명성에 흠집을 낼 수도 있는 선택이었지만 그 모험은 드라마틱하게 성공하였습니다.

실제로 연초만 해도 대표팀은 신통치 않아 보였고 뒤에서 말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당신을 헐뜯었고 자칫 사령탑에서 물러날 것만 같은 위기도 있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개의치 않고 꿋꿋이 목표를 향하여 나가는 뚝심과 끈기를 보였습니다. 그리하여 23인의 태극전사들은 우리 국민들에게 첫 승과 월드컵16강이라는 짜릿한 목표를 넘어 ‘월드컵 4강’이라는 어마어마한 위업을 선물하였습니다. 최상의 미사여구로 포장된 어떠한 헌사도,온갖 정성이 들어간 어떠한 선물도 아깝다고 할 사람이 있겠습니까.

당신은 월드컵의 위대한 상공으로 명장의 존재를 한층 부각했고 엄청난 부와 명예도 거머쥐었습니다. 외국인으로는 처음 명예국민증이 수여됐고 명예서울시민증과 여러개의 명예박사학위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선물중에서 우리 국민들이 보내는 무한한 신뢰와 사랑이야말로 당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길 것으로 우리는 압니다. 우리 국민들은 당신이 계속해서 국가대표팀을 지도해주길 바랬지만 결국 당신은 또다른 모험을 위해 떠났습니다. 그러면서도 영원한 안녕을 뜻하는 ‘Good-bye’대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So-long’이라는 멋진 작별사를 하셨군요. ‘만난 사람은 또다시 헤어지고 헤어진 사람은 또다시 만날 것을 믿는다’는 한국적 이별법을 어느새 터득하신것같아 흐뭇하기까지 합니다.

히딩크 감독님,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말씀에 대해 오해를 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사실 저는 당신이 우리 축구협회와 재계약을 안한 것에 대해 무척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항간에서 떠도는 말처럼 일부 축협 인사들이 대표팀에 대한 영향력 확보를 위해 당신의 재계약을 꺼린다는 모종의 음모설에 동조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국가대표팀을 맡으면서 많은 것을 바꾸어놓았습니다. 당신은 대표선발에 대해 전권을 가진 최초의 외국인 감독이었습니다. 적어도 우리 축구계의 뿌리깊은 악행인 파벌과 학연을 적어도 대표팀 내에서 타파하였습니다. 그전까지 대표팀은 감독따로 선수선발따로였습니다. 감독의 의중도 어느정도 반영하지만 선발의 전권을 준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선수선발은 힘을 가진 사람이 어느 고교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에 따라 많이 좌우됐고 축구의 최고선인 단합과 조직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표팀 감독은 결과가 나쁘면 항상 모든 멍에를 져야 했습니다.

그런점에서 당신이 선발의 전권을 가진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었습니다. 당연한 것을 잘했다고 하는 것이 우스꽝스럽겠지요. 하지만 당신이전에 온 크라머나 비쇼베츠같은 외국인지도자들은 불행하게도 그렇게 당연한 권한을 부여받지 못했습니다. 그들도 당신못지않은 명감독이었지만 환경은 지금에 비해 너무 열악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당신은 참으로 운이 좋았습니다.물론 이마저도 당신의 능력이지만요.다만 이전의 외국인 선배감독들이 축협과 빚은 갈등과 시행착오(試行錯誤)들이 오늘날 당신이 운신하기에 편한 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히딩크 감독님, 올초 대표팀이 부진할 때까지 당신에게 쏟아진 많은 비난과 조롱을 잘 아실겁니다. 당신은 ‘오대영’이라는 듣기거북한 별명이 붙여졌고 당신이 중용한 선수들에 대한 많은 비난이 가해졌습니다. 오늘 영웅이 된 태극전사중에는 6개월전만해도 ‘저게 선수 맞냐’라는 조롱을 듣던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모든게 미숙해보였지만 당신은 한없는 신뢰를 그들에게 주었고 그들은 멋진 활약으로 당신의 기대가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습니다.

늘 그렇지만 성공한 감독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98프랑스월드컵 우승사령탑 프랑스의 에메 자케는 슈퍼스타 칸토나를 선발하지 않아 언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하지만 젊은 선수들로 조직력을 높인 프랑스는 ‘아트 사커’라는 영광스러운 칭호와 함께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번에 우승한 브라질의 스콜라리감독은 어떻습니까. 한때 브라질 축구의 대명사였던 호마리우가 눈물로 읍소하는데도 선발하지 않는 냉정함을 보였지만 호나우두와 히바우두 호나우딩요 3총사는 천부적인 기량못지않게 경탄할만한 조직력과 자기희생으로 브라질 축구의 덕목을 높이며 5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하지 않았습니까.

당신의 빈 자리는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당신이 대표팀과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에 대해 잘됐다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이것에는 확고부동한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반드시 외국인 감독이 후임으로 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내감독들이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우리주위엔 차범근 감독과 허정무 감독을 비롯하여 그밖에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국내 감독들이 소신껏 능력을 발휘하기에는 아직 우리 축구계의 환경과 조직이 척박하고 미성숙하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외국인 감독이 오지 않는다면 당신이 그간 혁파한 지연 학연 혈연의 덫과 협회와 구단,출신교 OB 등 어지간한 사람들이 감내하기 힘든 외풍이 몰아쳐 다시 옛날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듭니다. 축구담당 기자도,축구인도 아닌 그저 하나의 축구팬에 불과한 제가 이렇게 확신에 찬 말씀을 드릴 수 있는 것은 이런 문제가 축협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목격되는 지긋지긋한 관행이기때문입니다.그렇지 않다면 재계와 정계 등 지금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불고 있는 히딩크식 경영.히딩크식 정도라는 신드롬이 어떻게 이토록 강하게 불겠습니까.


히딩크 감독님,우리는 당신이 단지 계약에 따라 당신의 직무를 충실히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나를 영웅으로 만들지 말라”는 말씀처럼 지금 당신에게 전해지는 놀라운 찬사가 당혹스럽겠지만 우리가 열광하는 이유는 당신으로인해 ‘원칙과 정도가 빛나는 미래를 잉태하는’ 것을 확인했기때문입니다.그동안 우리 사회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차피 외국인감독이 할 바에야 당신이 계속 맡으면 되지 않느냐는 말도 나올 수 있습니다.그러나 저는 이제 당신이 유럽의 빅리그에서 우리를 위한 든든한 원군이 되어주시길 희망합니다. 유럽에서 당신만큼 한국축구를 아는 지도자는 없습니다.당신은 어딜 가나 뉴스의 표적이 될 것입니다.기자들은 한국축구의 비약적인 성장의 비결을 물을것이고 신비로운 한국축구에 대해 알고싶어할 것입니다. 그때마다 당신은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한국축구와 한국선수들을 소개하고 칭찬해주시리라고 믿습니다. 당신의 막힘없는 4개국어 실력으로(얼마전 KBS 인터뷰때 유창한 스페인어실력도 확인했습니다) 세계 유수의 신문 방송기자들에게 뉴스를 공급해주신다면 우리 축구의 위상은 그만큼 높아지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당신은 우리의 유망선수들을 유럽에 직접 소개해주실 수 있습니다. 일부는 당신이 직접 데리고 있을 수도 있겠지요. 유럽의 빅리그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불세출의 스타 차범근은 70~80년대 세계최고의 리그로 평가받은 분데스리가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로 이름을 빛냈고 또한명의 위대한 스타 허정무는 단 한명의 교민도 없는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서 주전미드필더로 활약하면서 라이벌 암스테르담의 요한 크루이프를 떨게 했지만 그건 극히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만일 페루자 감독을 당신이 맡는다면 안정환이 그전처럼 왕따를 당하겠습니까.)

당신의 축구를 이해하는 선수들이 당신의 품에서 큰다면 성공할 확률은 더욱 높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당신이 요즘은 다소 위축된 네덜란드 리그보다는 잉글랜드나 스페인 이탈리아의 빅리그 감독이 됐더라면 우리 선수들도 빅리그에 진출할 확률이 더 커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말씀을 하시겠지요.한국인들은 왜 그리 성질이 급하고 욕심이 많냐구요. 착실히 단계를 밟아 성장하는게 중요하지 단숨에 빅리그를 욕심내지 말라는 말씀 말입니다.^0^ 일본의 이나모토도 그런 점에서 희생이 된 케이스지요.이나모토가 월드컵에서 멋진 활약을 하고도 소속팀 아스날에서 방출된 것이 의아할 팬들이 계실겁니다. 이나모토는 말이 좋아 해외진출이지 아스날의 벤치워머였습니다. 지난해 잉글랜드로 진출하기전에 일본에서는 시기상조다,좀더 기량을 쌓고 진출하라는 신중론도 있었지만 빅리그 진출을 욕심내는 여론에 떠밀려 진출했고 결국 벤치신세가 된 이나모토는 경기감각과 훈련량의 부족으로 기량발전의 기회를 날리고 말았습니다.

바라건대 당신은 그렇게 유럽에서 한국축구의 전도사로 남아주시고 우리는 당신 못지않은 지도자를 대표팀 사령탑으로 초빙해 제2의 히딩크효과를 누릴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히딩크감독님,당신은 우리 대표팀을 위해 기술자문역을 맡고 2~3년후 대표팀 감독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셨습니다. 그것이 당신의 뜻인지,축협의 뜻인지,아니면 이도저도 아닌 립서비스인지 잘 모르겠지만 사실은 조금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호의를 왜곡하는게 아닙니다.

만일 당신이 기술자문역을 맡고 언젠가 돌아오는게 전제된다면 후임사령탑을 누가 자신있게 맡겠습니까. 우리가 영입해야 할 후임감독은 당신 못지않은 명감독이어야 하며 미래가 보장되야 합니다. 당신이 그랬듯 후임감독도 전권을 쥐어야 합니다. 비록 당신이 호의로 베푸는 말이라하더라도 그에게 큰 부담이 될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인 소망이지만 후임 감독은 에메 자케감독같은 명감독이 되면 좋겠습니다. 2년전 우리는 당신에 앞서 자케감독에게 먼저 대표감독을 제의했습니다만 그는 고사했습니다. 이미 성공한 감독으로서 미지의 팀을 맡아 자칫 명예가 손상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축국변방국에 불과한 우리가 섭섭하다 원망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릅니다. 아시아 최초의 4강을 달성한 한국축구는 이제 그에게도 승부를 걸만한 매력적인 팀중 하나일 것입니다. 아직 한국축구는 개혁되고 발전해야 합니다.

자케 감독,혹은 그에 준하는 중량급 감독들이 와야만 달콤한 또다른 ‘히딩크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제2의 히딩크’가 우리 대표팀을 맡아 살찌우고 당신은 빅리그에서 한국 축구의 홍보창구와 선수보급의 전진기지 역할을 해주신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히딩크감독님. 당신은 그렇게 우리의 든든한 원군이요,정신적 지주로 남아주십시오.

당신이 여전히 승리에 굶주려있듯이 우리 대한민국 축구도 여전히 개혁과 발전에 굶주려 있습니다.구태여 당신이 오신다면 그때는 그것이 우리 축구를 위한 최후의 대안이기를 희망해 봅니다.

히딩크 감독님,

당신과의 작별은 아쉽지만 한국축구를 위해 언제 어느때나 힘을 보태시겠다는 당신의 열정어린 약속에 희망과 용기를 갖습니다. 내내 건강하십시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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