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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의 스포테인먼트
소싯적 꿈은 축구선수였지만 정작 배구선수를 하고 만, 당근 기자노릇은 축구였으되 야구 육상 사격 역도 배드민턴 농구를 섭렵하다 방송영화계를 출입하며 연예와 씨름한 방랑의 취재인생. 전직 스포츠신문 기자가 전하는 스포츠와 연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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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챔피언이 웬 세계챔피언?

글쓴이 : 로빈 날짜 : 2012-02-08 (수) 00:01:37

아름다운 나라 '미국', 그러나 컬럼버스라고 하는 제국주의의 하수인이 길을 터놓은 이래 유럽에서 들여온 질병과 정복자들의 무자비한 참살(慘殺)로 200여년간 수천만명의 원주민이 죽어나갔다.

네덜란드와 영국 프랑스가 이 광활한 대륙을 차지하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였고 종내는 영국이 집어삼켰지만 무엄하게도 식민지 국민들이 반란을 일으켜 독립을 선언했다. 그들도 어찌할 수 없는 정복자의 DNA 탓일까. 남쪽으로는 멕시코를 침공해 영토의 3분의1을 넓혔고 북으로는 영불전쟁으로 영국이 정신없는 사이에 캐나다까지 쳐들어가 3년간 전쟁을 벌이다 영국의 대공세에 밀려 슬그머니 강화조약을 맺은 전력이 있다.

미국의 역사가 전쟁의 역사라는 것은 미육군사관학교가 있는 웨스트포인트 박물관을 방문하면 한눈에 볼 수 있다. 오늘날까지 세계의 온갖 전쟁에 관여하며 말로는 세계평화와 민주주의를 내세우지만 본질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은 세계가 다 아는 바이다.

그런 나라를 아름다울 ‘미(美)’자를 붙여 불러주니 우리 민족은 좋게 말하면 '대인배'임에 틀림없다. 종내는 우리 민족이 미국의 주인이 되어 진정 아름다운 나라로 만들 운명임을 암시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어려서부터 모든 스포츠를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도통 정을 붙이지 못하는 스포츠가 있다. 바로 미식축구다. 미국에 와서 살면서 매스컴의 끊임없는 세뇌(?)에 힘입어 이제 수퍼볼쯤은 얼마간 즐길줄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상세한 룰은 알지도 못하고 구태여 알고 싶지도 않다. 세상은 넓고 즐길 스포츠는 많으니까.

 

미식축구에 대해 불편한게 몇가지가 있다. 우선 용어의 문제다. 미식축구는 American Football을 번역한 용어지만 미국사람들은 아무도 미식축구라고 하지 않는다. 그냥 풋볼, 우리 말로 하면 축구(蹴球)다.

아니 저게 왜 축구야? 경기 대부분을 손으로 던지고 받으며 발로 하는 것은 고작 수비 들어갈때나 터치다운 성공후 추가 점수를 낼 때 할 뿐인데..풋볼이 아니라 핸드볼이 더 어울리는 단어 아닌가? 모든 세계인들이 축구를 풋볼이라 하는데 저들은 정작 사커(Soccer)라고 하고 풋볼은 무조건 미식축구일뿐이다.

때마침 잉글랜드의 축구스타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제대로 한마디를 했다. 6일 트위터를 통해 “수퍼볼을 시청하는 중인데 미식축구(American football)를 왜 축구(Football)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며 “지루하다. 음악과 광고를 기대한다… 수퍼볼보다 럭비가 훨씬 낫다”고 말했다고 한다.

전반 45분, 후반 45분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쉬지 않고 이어지는 축구와 달리 미식축구는 경기가 진행중인 시간보다 쉬는(끊어지는) 시간이 훨씬 많은 경기이다. 축구에 적응된 사람은 미식축구를 보면 지루하기짝이 없고 "저게 무슨 스포츠인가"라는 의문이 들 법도 하다.

 

또한가지 불편한 것은 수퍼볼 우승을 하고 나서 너무도 당당하게 '월드 챔피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번에 우승한 뉴욕 자이언츠의 단장도, 감독도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들고 “위대한 세계 챔피언” 운운하는 것을 보았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미국내 리그의 통합챔피언이 왜 세계 챔피언인가? 대륙별 예선을 거쳐 월드컵이라도 했다는걸까.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저들에게 월드챔피언의 사전적 정의를 알려주고 싶은 충동이 일만큼 너무도 태연한 저들에게서 오직 미국이 세계의 중심이요, 나머지는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방자함이 읽혀진다.

 

비단 미식축구만이 아니다. 미국민의 오락(National Pattime)으로 불리는 야구는 챔피언전을 뻔뻔스럽게도 월드시리즈로 부르고 있다. 아메리칸 리그와 내셔널 리그의 챔피언 대결이 어떻게 월드시리즈인가. 챔피언 시리즈라고 부르면 몰라도.

혹자는 세계 각국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몰려와서 기량(技倆)을 겨루는만큼 월드시리즈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한다. 글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을 보니 미국의 프로대표팀도 별것 아니더만, 설사 그렇다해도 용어는 정확하게 써야 하는게 아닌가.

미국을 하나의 세계로 착각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세계의 다른 나라 사람들은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하나. 하나의 우주(Universe)라고 해야 할까. 광대무변한 우주의 티끌만도 못한 지구인들이 유니버스 어쩌구 하면 외계인들이 코웃음 치지는 않을까.

 

뉴욕 자이언츠의 우승으로 FOX-TV 등 주류방송은 아침부터 맨해튼에서 우승 퍼레이드를 벌인다며 거리에 스튜디오를 만들고 헬기를 띄우고 난리 법석을 피고 있다. 열세살 꼬마는 학교도 빠지고 퍼레이드 구경하러 나왔는가 하면 한 이발사는 자이언츠의 쿼터백 매닝을 형상화한 헤어커팅으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뉴욕의 팬들이야 기뻐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수십년만에 우승한 것도 아닌데 무슨 국가적인 경사라도 맞은 양 너무 호들갑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날 방송에서도 여지없이 등장하는 단어, "우리가 세계챔피언"이란다.

프로미식축구는 전 세계에서 오직 미국에만 있는걸 뻔히 알면서 세계챔피언이라니, 그런 논리라면 우리도 앞으로 씨름대회를 월드시리즈로 부르고 천하장사를 세계챔피언으로 칭하는게 좋겠다. 그뿐인가. 제기차기, 팽이돌리기, 널뛰기 이런 민속놀이도 우승자는 무조건 세계챔피언이다. 갑자기 미국이 고마워진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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