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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의 스포테인먼트
소싯적 꿈은 축구선수였지만 정작 배구선수를 하고 만, 당근 기자노릇은 축구였으되 야구 육상 사격 역도 배드민턴 농구를 섭렵하다 방송영화계를 출입하며 연예와 씨름한 방랑의 취재인생. 전직 스포츠신문 기자가 전하는 스포츠와 연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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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단 창단을 왜 MB에게 읍소하나?

글쓴이 : 로빈 날짜 : 2012-05-08 (화) 08:53:57

야구와 축구는 대표적인 야외스포츠다. 한국에서는 라이벌관계의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位相(위상)을 말한다면 전 세계가 열광하는 ‘월드컵’으로 대변되는 축구에 견주기가 어려운게 현실이다.

다만 야구는 세계초강대국 미국에서 국민오락(National Pasttime)으로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최고의 인기스포츠라는 사실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축구와 야구가 숙적관계인 것은 두 개의 스포츠가 동시에 최고 인기를 얻는 나라는 거의 없다는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밥먹는것보다 축구를 좋아하는 유럽과 남미는 말할 것도 없고, 축구가 국민스포츠인 나라에서 야구는 그닥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과 일본, 남미국가중 유일하게 야구가 높은 인기를 얻는 베네수엘라 등에서 축구는 상대적인 열세를 면치 못한다. 야구와 축구는 왜 병존하기 힘들까. 그것은 즐기는 계절이 거의 같고 팬층이 중복되기때문이다. 일정한 스포츠시장을 나눠먹기엔 서로의 덩치가 너무 큰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프로야구는 전두환 정권에게 감사를 해야 한다. 오늘날 야구가 한국최고의 인기스포츠로 자리매김한 것은 바로 전두환 정권이 축구보다 먼저 프로야구리그를 창설하게 해준 것이 결정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이전에 야구는 솔직히 축구보다 처진게 사실이다. 봉황대기와 같은 고교야구가 예외적으로 인기가 있었지, 프로야구의 前身(전신)인 실업야구는 관중이 수백명이 고작이었다.

물론 실업축구도 별반 다르지 않은 현실이었지만 축구는 월드컵, 올림픽 등으로 인해 국민들을 열광시킨 ‘國技(국기)’라는 호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80년대 후반 애송이 스포츠기자시절 프로축구 포철의 사령탑이었던 이회택감독이 사석에서 한숨을 쉬며 필자에게 말했던게 생각이 난다.

“내가 왜 축구선수가 된지 알아요? 우리때는 오직 축구였거든. 최고 인기였지. 그래서 축구선수가 됐는데... 그때도 지금처럼 야구가 인기였으면 난 야구선수됐을거야. 참 희한해. 어떻게 축구가 이 모양이 됐지?”

80년 봄 광주민주화항쟁을 무참하게 유린한 전두환 정권은 鐵券統治(철권통치)를 위한 우민화정책의 일환으로 프로스포츠 출범을 기획했다. 알려진대로 전두환은 육사시절 주전 골키퍼로 활약한 축구팬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프로축구리그를 먼저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 축구인들이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였던 반면 초대 KBO 사무차장을 지낸 해설가출신의 이호헌 씨 등 야구인들은 그럴듯한 청사진을 준비한 끝에 청와대 브리핑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전두환이 개인적으로 아무리 축구를 좋아했다한들 당장의 통치가 급한데 준비된 야구에게 프로라는 멋진 옷을 입혀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야구인들은 프로야구위원회(KBO) 초대 커미셔너에 국방부 장관출신 서종철 총재를 위촉, 군사정권과 확실한 동반자적 관계를 구축하는 영민함을 보였다.

프로야구 원년리그는 백인천과 박철순, 일본프로출신 재일동포 장명부 등 뉴스메이커 선수들과 성공적인 지역연고 등으로 팬들의 놀라운 관심속에 기대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야구의 심상치 않은 성공에 축구계는 화들짝 놀라 부랴부랴 이듬해 프로축구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프로팀과 아마팀이 혼재한데다 프랜차이즈 개념도 없는, 그저 무늬만 프로였던게 그 당시 프로축구였다. 그때부터 야구와 축구의 기울기는 시작됐다. 그나마 축구가 오늘날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였을뿐 오늘날 프로축구의 대중적 인기는 프로야구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야구계가 꾀바른 것도 있었지만 전두환의 시혜(?)와도 같았던 찬스를 놓치지 않은 것은 그야말로 프로야구로선 천재일우의 기회였던 셈이다.

그래서일까. 야구는 최고 권력자에게 기대는 이상한 습성이 남아있는 것 같다. 7일 야구계가 MB에게 呼訴文(호소문)을 보냈다고 해서 ‘이게 또 무슨 시츄에이션인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일구회라는 한국 프로야구인 출신 모임이 있는데 이들이 NC 다이노스의 1군 참가와 10구단 창단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호소문을 보냈다는 것이다. 대체 뭔 일이길래 대통령에게까지 호소하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알고본즉 시장확대를 통한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NC 다이노스가 1군에 참여하고 10구단도 창단해야 하는데 기존의 일부 구단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대목은 다음과 같다.

“이명박 대통령님! 오늘 저희는 비장한 각오로 대통령님께 한 가지 청원이 있어서 펜을 들었습니다. 1982년에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는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올해로 31년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600만 관중 시대를 연 것을 비롯해 4년 연속 500만 관중이 야구장을 찾아주셔서 이제 프로야구는 자타 공히 한국 최고의 프로 스포츠이자 건전한 여가 선용의 장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힘든 시절도 많았습니다. 1995년 540만 명을 기록한 이후 반으로 줄어든 텅 빈 관중석을 보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그때 우리 야구인은 누구 할 것 없이 프로야구 발전이라는 대의를 가슴에 품고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였고 이것이 지금의 야구 열기로 나타났다고 자부합니다. 우리 야구인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부에 무엇인가를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열악한 야구 인프라 개선과 제대로 된 프로야구단 운영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그 기대는 구단 이기주의에 발목이 잡혀 있습니다. 시장 확대를 통한 프로야구 발전보다 자기 이익을 앞세운 몇몇 구단이 NC의 2013년 1군 참가와 제10구단 창단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저희는 지난해 대통령님과 영부인 그리고 손녀가 같이 잠실구장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신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프로야구가 진정으로 국민의 여가 생활로, 미래세대에게 꿈을 주기 위해선 제9구단 NC의 2013년 1군 참가와 제10구단 창단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대통령님께 프로야구 발전을 위한 제언을 드리며 야구인과 야구팬의 바람이 반영될 수 있기를 간절히 앙망하는 바입니다.”

 

야구인들로선 창원을 緣故(연고)로 한 9구단 NC다이노스가 1군에 가세하고 10구단까지 만들어지면 프로야구가 더 활성화되고 700만, 800만 더나아가 1천만 관중시대가 열릴 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길만도 하다.

그런데 왜 이것을 대통령에게 호소할까. 참 이상한 일이다. 프로야구계의 현안은 오직 야구계의 문제이다. 10구단 창단을 반대하는 구단들이 프로야구 발전을 막고 있다는 논리도 의문이지만 대통령이 왜 이 문제에 끼어들어야 하는가. 10구단 창단을 위해 압력이라도 넣으라는 말인가.

30년전인 전두환 정권때야 프로야구출범이라는 대역사도 식은죽먹기였지만 야구골수팬도 아닌 MB가 왜 프로야구 10구단창단을 위해 총대를 매야 하는지 아리송한 것이다. 이번 호소문에서도 드러났듯이 호소문을 작성한 야구인들은 욕심이 과하고 뭔가 좀 착각을 하는게 아닌가 싶다.

다른 스포츠는 어떻게 되건 프로야구만 잘되면 된다는 자기중심적 사고관이 야구계 내부의 문제를 안그래도 골치 아픈 대통령에게 도와달라고 泣訴(읍소)한 것처럼 보이기때문이다. 혹여 ‘이걸 도와주면 수많은 프로야구팬들의 지지를 받을테니 대통령 당신 인기도 올라갈거요’, 은근히 회유했다면 과민한 반응일까.

프로야구를 포함, 한국의 프로스포츠는 속빈 강정같은 아마스포츠의 인프라로 지극히 기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고교야구팀이 수만개인 미국과 수천개인 일본이 수십개의 프로구단들을 운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고교 야구팀이 고작 50여개인 한국이 왜 10개 구단이나 되야하는가.

팀당 100여명의 선수와 구단 프런트, 홍보 운영자금 등을 감내할만큼 프로구단들이 수입을 올리고 있는가. 지자체 홍보를 위해 구단을 유치하는 것과 프로야구의 자력갱생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필자가 보기에 더 급한 일은 프로야구의 젖줄인 아마야구의 저변이 넓어지고 활성화되는 것이다. 승부위주의 아마 스포츠, 공부는 뒷전이고 운동 자체에만 골몰하는 학원 스포츠,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뒷돈이 오가는 부조리의 개선을 위해 대통령에게 호소했다면 또 모르지만 9구단의 1군참여와 10구단 창단을 호소하는 것은 오바를 해도 한참 한 것이 아닌가 싶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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